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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꺼풀 벗겨본 미국 ⑥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 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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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활동을 단순한 동성애자 권익운동으로 보는 시선을 거부하면서 “나는 누구나 누려야 할 ‘결혼의 자유’를 위해 싸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성 간 결혼의 문제가 연루된 여러 굵직한 소송을 맡은 베테랑 법률가로, 버몬트 주에서 시민결합제도가 도입되고 매사추세츠 주에서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된 것은 그가 역사적인 소송에서 승소한 덕분이었다.

동성 간 결혼을 둘러싼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아이의 양육 문제다. 국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동성 간의 결합은 미래의 노동력을 산출할 수 없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 커플과 함께 살고 있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1990년 6만8000명에서 2000년 12만60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상당수는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경우다. 워싱턴 DC의 정책연구소 ‘어반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07년 현재 6만5000명의 입양아가 동성애자 부모와 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전체 입양아동의 4%에 해당한다. 동성 커플의 입양 정책은 주마다 다른데, 아직 법적으로 분명한 입장이 확립되지 않은 주가 대부분이다.

동성 커플의 입양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성적 취향은 선택의 문제라 해도 아이에게까지 악영향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동성 커플의 부모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찬성론자들은 동성 커플이 다른 입양 부모들에 비해 학력도 높고 경제력도 좋다고 반박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한국보다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동성애자에게 무조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퓨 연구재단이 2006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동성 간 결혼을 반대하는 응답자는 51%로 찬성 쪽의 39%보다 높았다.



일각에서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전환시키려는 ‘엑스게이 운동(ex-gay movement)’도 일어나고 있다. 1976년에 설립돼 세계 전역에 지부를 갖고 있는 ‘엑소더스 인터내셔널(Exodus International)’은 말 그대로 동성애자들이 동성애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주는 단체다. 그들의 대전제는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질병에 대한 공포와 긴밀히 연계되는데, 동성애자는 모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일 것이라는 생각이 그중 하나다. 이 병은 1981년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최초로 발견했을 당시 ‘동성애와 관련된 면역결핍증(Gay-related Immune Deficiency·GRID)’이라고 불렸다. 미국 최초의 발병자가 다섯 명의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발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의 가치중립적인 명칭으로 굳어졌다. 에이즈의 근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아프리카 원숭이나 침팬지로부터 사람에게 옮겨왔다는 게 가장 유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는 여전히 동성애자들이 부도덕한 사생활 때문에 징벌로 받게 되는 역병으로 인식되곤 한다. 문화비평가 수전 손택은 저서 ‘에이즈와 그 은유’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질병은 죽음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성을 말살한다고 인식되는 질병이다”라고 말했다.

에이즈는 현재로서는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이 개발돼 관리만 잘하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퇴임 이후 클린턴재단을 만들어 에이즈 퇴치 및 치료와 예방에 힘쓰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이즈는 더 이상 사망선고가 아니다”며 에이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애쓰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는 듯하다. 2007년 CNN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적 취향은 변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56%였다. 이는 지금까지 CNN이 수차례 시행해온 조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과반수를 넘은 수치다. 또 ‘성적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39%나 됐다. 1977년의 조사에서는 13%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을 위한 배려

실제로 동성애적 성향이 타고나는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고찰과는 무관하게, 이러한 수치는 동성애를 치료받아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던 과거의 관념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성애도 이성애처럼 타고나는 것이라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동성애자에게도 이성애자와 동등하게 군대에 입대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해야 한다는 응답이 79%로 그렇지 않다는 의견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동성애자들의 입양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57%나 됐다.

동성애에 대한 윤리적·법적 논쟁은 차치하고, 미국에서는 어쨌든 그들이 불편함을 느끼며 살지 않게 하려고 여러 방면에서 애쓴 흔적이 보인다. 1990년 설립된 전미동성애언론인연합은 1997년 처음으로 동성애 용어편람을 제작했다. 동성애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위해 그들이 써야 할 적절한 단어를 정리한 것으로 피해야 할 용어도 다수 포함돼 있다.

2002년에는 증보판을 발행했는데, 예를 들어 ‘특별한 권리’라는 뜻의 ‘special rights’는 성적 소수자 권익운동을 반대하는 이들이 쓰는 용어로 언론에서 피해야 할 단어로 기록돼 있다. 아직도 일부 언론에서 ‘동성연애자’라는 용어를 버젓이 쓰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직장 내 동성애자 차별방지 교육도 활발하다. ‘월스트리스저널’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255개 대기업 가운데 41%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 철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동성애자 동료의 ‘파트너’에 대한 호칭이나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대처법 등을 담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는 차별이 철폐되더라도 생활 속에 잔존하는 문화적 차별이 성적 소수자에게 가져올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의 하나이다.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김수경

197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언어학과 졸업

동아일보 문화부·사회부 기자

現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물론 미국에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잔인한 농담은 많다. 하지만 어느 사회나 극단적인 의견은 존재하게 마련이며 중요한 것은 피부로 느껴지는 대중의 평균적인 견해다. 적어도 지금까지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평균값은, 성적 소수자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상처를 받거나 모멸감을 느낄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여성으로서, 또 미국에서 살고 있는 동양인으로서, 이 사회를 약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아는 나로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약자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이런 배려가 조금은 부러웠다.

신동아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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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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