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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옷 잘 입히는 남자’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스타에게 사람들의 꿈을 입혀요. 그러면 유행이 만들어지죠”

  •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옷 잘 입히는 남자’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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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스타일리스트가 여자 연예인에게 옷 입히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예전엔 그랬다. 1995년 김희선씨와 함께 일할 기회가 왔는데 매니저가 ‘남자라서 안 된다’고 말했다.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다시는 여배우와 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동성이 보는 아름다움과 이성이 보는 것이 다를 수 있으니까.”

꾸밀 줄 아는 남자가 성공한다

▼ 여배우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언제인가.

“열심히 연기할 때. 또 레드카펫 위에 섰을 때. 요즘은 영화제 레드카펫의 사진 한 장이 영화 한 편만큼 영향력이 크다(실제로 ‘레드카펫 비즈니스’가 있다). 여배우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 여배우의 존재 의미는 대중에게 꿈과 환상을 주는 거다.”



▼ 남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멋있어야지. 남성 스타일링에선 라인이 정말 중요하다. 펑퍼짐해 보이면 안 된다. 나도 체격은 펑퍼짐하지만, 라인을 딱 맞게 입는다. 한국 남자들은 슈트를 너무 크고 길게 입는다. 기업 임원이나 VIP 강의를 해보면 잘 꾸밀 줄 아는 남자가 성공한다는 생각이 든다.”

▼ 사람들은 옷을 통해 무엇을 보는 걸까.

“얼굴?(반문은 그의 깜찍한 말버릇이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도 그런다. 옷을 보면 어떤 감각을 가졌는지 안다고. 감각이 능력 아닌가.”

▼ 너무 많은 트렌드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패션은 마치 트렌드들의 점조직 같다. 어떤 트렌드가 뜰 거라는 걸 어떻게 예상하나.

“1년에 두 번씩 뉴욕, 밀라노, 파리, 런던의 4대 컬렉션이 열리는데, 한 번은 돌고 온다. 그리고 서울컬렉션에 간다. 컬렉션을 보면 뭐가 팔릴 거란 감이 온다. 그걸 컬렉팅해서 화보 촬영도 하고, 스타들에게도 입힌다.”

▼ 각 브랜드가 ‘미는’ 것들이 있지 않나.

“새 시즌이 시작되면 브랜드에서 촬영용으로 샘플을 돌린다. 하지만 난 직접 매장을 다 돌아보고 선택한다. 동대문시장도 늘 간다. 두타, APM에 가면 신기한 디자인이 많다.”

동대문시장은 교복자율화 세대인 그에게 패션의 즐거움을 가르쳐준 곳이다. 그는 고교 시절 인천 집에서 거의 매일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에 왔다고 했다. 참고서 사라고 준 돈으로 옷이나 신발을 샀고, 양말이 옷과 어울리지 않으면 그날은 학교에 못 갈 정도였으니 그때 이미 스타일리스트의 길에 들어선 셈이었다. 이런 유난스러움 때문에 고교 시절은 꽤 힘들었다고 했다.

합이 맞아야 신드롬이 된다

‘옷 잘 입히는 남자’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
▼ 우리나라 패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

“스타들과 스타마케팅.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다. 구두에서 자동차까지 스타들이 판매 규모를 결정한다. 스타들이 입은 모습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 트렌드세터들이 그걸 따라 하고, 국내 브랜드들과 시장에서 바로 카피를 생산하고, 그러다 보면 국민들이 사는 거다. 선글라스나 백은 ‘국민아이템’이 된다. 다른 요소도 있겠지만 스타들의 움직임은 매출과 바로 연결된다.”

▼ 패션 구매를 많이 하는 브랜드나 백화점의 VVIP들은 어떤가. 그들이 트렌드를 만들기도 하나.

“백화점 퍼스널 쇼퍼를 2년 동안 했는데, VVIP에 따라 다르다. 일부는 무척 세련된 감각을 갖고 있지만, 또 끔찍하게 촌스러운 사람도 있다. 특히 자신의 체형과 맞지 않는 옷을 10~20년 동안 계속 입어온 사람들을 보면 속이 상한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거다.”

▼ 일반적으로 특정 브랜드의 행사에 스타를 부른다거나,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히려면 스타는 물론이고 스케줄 잡는 매니저에게까지 ‘사례’를 한다고 들었다.

“난 아니다. 행사에 와서 노래하거나 그런 게 없으면 사례비를 주진 않는다. 나의 클라이언트들은 브랜드 자체가 세계 최고니까, 스타들이 자기 이미지를 높이려고 온다. 날 보고 오기도 하고. 이게 내 방식의 ‘휴머니즘’이다.”

▼ 수많은 브랜드가 ‘신상’을 내놓고 스타도 많은데, 어떤 건 신드롬이 되고 어떤 건 무시된다.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합이 맞아야 한다. 연출자와 작가, 출연자와 의상, 시청자. 잡지라면 독자층과 맞아야 하고, 사회 분위기도 통해야 한다. 사람들이 저 배우에게 어떤 모습을 바라는지를 많이 고민해야 한다.”

▼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은 어떤 건가.

“럭셔리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패션과 유행에 너무 민감해서 다들 럭셔리하게 보이길 원하니까, 좀 우스운 꼴이 난다. 다 똑같은 럭셔리다. 물론 트렌드를 좇아야 하지만, 개성은 남아 있어야 하는데.”

▼ 최근 ‘온에어’에서 작가로 등장한 송윤아씨의 스타일링을 했는데, 다른 드라마보단 ‘차분’했다.

“제작진에서 극중 작가가 극중 배우들보다 튀지 않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했다. 하지만 요즘 회당 1000만원 이상 받는 최고 인기 작가라면 배우 못지않은 셀리브리티가 아닌가. 작가는 청바지에 셔츠만 입어야 하나. 작가는 배우보다 죽어 보여야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이 있다. 작품하다 보면 그런 게 있어서 혼자 속상해한다.”

▼ 송윤아씨를 특별히 좋아하는 거 같다.

“송윤아, 희애 누나, 이병헌, 권상우, 김정은, 수애, 차승원, 정우성 다 날 믿어주고, 챙겨준다(그는 누가 혹시 빠지지 않았나 몇 번을 다시 생각했다. 혹 그가 말한 누가 빠졌다면 그건 순전히 기자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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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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