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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광폭 행보’ 박근혜의 대권 계산법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광폭 행보’ 박근혜의 대권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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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MB’에서 ‘친박(朴)’으로

이날 낮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내 초선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접촉 폭을 넓혔다. 무거운 주제 대신 가벼운 농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박 전 대표는 이외에도 당 안팎 인사들과의 개별 접촉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계보인 ‘친박(親朴)’뿐 아니라 ‘친이(親李)’ 계열 의원들과 당 안팎의 원로들을 폭넓게 만난다. ‘대중을 상대로 한 이미지 정치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던 과거의 박 전 대표가 아니었다.

대선후보 경선 캠프와 외곽조직에서 일했던 옛 참모들과는 이미 그룹별로 한 차례 이상 격려 식사 자리를 가졌다. 최근에는 그 대상자를 친이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에게로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선 “친이 계열 OOO 의원이 친박 진영으로 넘어갔다더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그중 한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박근혜 사람’으로 꼽혔지만 결정적인 순간 예상을 깨고 ‘MB 캠프’에 가담한 뒤 경선 선대위와 대선 선대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대선 승리 후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서 무난히 당선됐다.

이 의원은 언론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절대 내색은 하지 않지만 친이 진영에서 ‘월박(越朴)’을 결행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친박 의원들과 더 자주 어울리고 박 전 대표가 참석하는 모임에도 꾸준히 나간다. 이런 사례는 현역 의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재기를 노리는 전직 의원이나 청와대 입성의 포부를 가진 젊은 국회 보좌진 중 상당수는 ‘차기’를 겨냥해 박 전 대표 측에 줄을 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박근혜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 의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이명박 정부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해야 하므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워낙 실망감을 안겨주니 시기가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여권 인사가 벌써 ‘다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친박계 김선동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전 대표를 따르거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하는 의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런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나 같은 경우에도 (박 전 대표의) 비서실 부실장을 한 경력 때문에 밥이나 한번 먹도록 주선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친이’ 계열인 나경원 의원도 “요즘 당내에서 박근혜 의원 쪽으로 옮기는 분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롭게 시작되고 있구나’

이는 박 전 대표의 소리 없는 변신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계파정치’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냈지만 최근 들어 친박 세력의 조직화를 묵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는 분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해의 실패가 조직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친박계 유정복 의원과 유기준 의원은 각각 ‘선진사회연구포럼’과 ‘여의포럼’이란 당내 모임을 이끌고 있다. 이 두 조직은 ‘공부 모임’을 지향하면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결속력이 상당해 언제든 박 전 대표를 위한 전위부대로 바뀔 수 있다는 평가다. 선진사회연구포럼은 현재 38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당내 친박과 복당한 친박이 섞여 있다. 이재오 계열 조직으로 간주되는 ‘함께 내일로’의 대척점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모임은 매월 한두 차례 조찬 강연과 토론회를 연다. 유정복 위원은 지난해 서울 여의도 엔빅스 빌딩의 ‘박근혜 캠프’에서 상근했던 실무진 30명가량을 최근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1년여 만에 ‘엔빅스 팀’이 처음 모인 자리였다. 한 참석자는 “구체적인 말이 오간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시작되고 있구나’라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전했다.

여의포럼은 4·9 총선에서 당선된 친박 무소속 의원 12명이 5월에 만든 연구단체였지만 이들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멤버가 23명으로 늘었다. 대표는 유기준 의원이지만 김무성 의원이 좌장 격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두 모임에 두어 차례씩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의원 모임뿐 아니라 최근 자신의 인터넷 팬클럽인 ‘근혜사랑’ 모임에도 들러 회포를 푼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K씨는 이렇게 분석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형태를 갖추자’는 생각인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사람만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굳이 나서서 ‘모임을 하지 말라’고는 안 한다. 경선을 전후했을 때처럼 강력하게 막기보다는 좀 느슨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변했다는 말을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상황에 따라 이렇게저렇게 변했다는 것은 우리로선 거북한 말”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로서 활동할 때와 경선후보일 때, 그리고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을 때는 당연히 언행을 달리 해야 하는 것인데, 그때마다 변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K씨가 참여하는 모임은 물론, 선진사회연구포럼과 여의포럼조차 박 전 대표의 외곽조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나를 선진사회연구포럼 멤버로 분류했으나 한 번도 나간 적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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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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