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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해법은?

충분한 유동성 공급 & 달러화 가치 하향조정은 필수

  •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미국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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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재무부 관리가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와 관련해 전례 없이 일본 민간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 개별적으로 환매 자제를 요청했다.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투자자들이 얼마나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싶어하는지를 시사해주는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는 이번 법안이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게 아니라 환매나 상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구제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환매나 상환 요구가 계속되다 보면 글로벌 금융기관은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가 어떻게 될 것인지 표3을 이용해 설명해보기로 하자.

미국의 해법은?
글로벌 금융기관은 부실자산 60을 미국 정부에 40에 매각하여 현금 40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기다린 투자자들은 곧바로 이들 금융기관에 채권상품 환매나 차입금 상환을 요구한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기관은 부실자산 매각대금 40을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상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들 글로벌 금융기관에는 부실자산 매각 손실에 따른 자본 부족 10과 채무 초과 10에 더하여 건전자산 40만이 남게 된다. 즉 자산 규모가 대폭 축소돼 글로벌 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마디로 폭삭 쪼그라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태는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겠다는 이번 법안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부실자산 매각대금 40을 이용해 가계와 기업에 대출함으로써 글로벌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회복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게 이번 법안의 당초 의도였다. 그러나 부실자산 매각대금 40이 글로벌 금융기관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차입금 상환으로 나가버린다면 원래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번 대책이 구제금융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기관에 대한 채권 환매나 차입금 상환 요구가 쇄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미국 정부는 유로화권이나 일본, 영국 등 각국 중앙은행 그리고 정부계 펀드에 대해 환매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달러 외환을 많이 보유한 아시아 국가의 협조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 중 중국의 협조 여부는 미지수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손실을 각오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환매를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 투자자나 외국의 민간 금융기관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 민간 투자자에게 환매 자제를 요청할 수는 있어도 강요할 수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 투자자들의 환매나 상환 요구가 쇄도한다면 부실자산 매각대금 40은 그대로 미국 내 민간투자자와 외국의 민간 투자기관으로 흘러 나가고 말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 이번 미국 정부의 종합구제금융법안은 생각만큼 쉽게 금융위기를 해소해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법안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물밑에 감추어져 있던 미국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각 손실과 그에 따른 자본 부족, 그리고 채무 초과 등이 수면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대규모 자본 보강을 하지 못하게 되면 또다시 주가 폭락을 피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부실자산을 장부가격에 근접한 가격으로 매입해주지 않는 한 채무 초과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다. 마지막으로 투입된 공적자금이 그대로 투자자들의 채권 상환으로 빠져나가버리고 글로벌 금융기관은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도 높다.

종합구제금융법안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의 경우나 AIG처럼 결국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금융기관을 사실상 국유화하는 길밖에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같은 증권사에게 은행지주회사 면허를 승인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FRB의 직접 관리하에 두기 위해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파산상태에 직면해 있으며 사실상의 국유화 전 단계 조치가 내려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충분한 유동성 공급이 필수적

부실자산 처분에 따른 기존 주식의 소각과 대규모 자본 보강, 그리고 환매 쇄도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 공급만이 금융위기를 수습할 해결책이다. 달러화 가치의 대폭적인 하향 조정도 필수적이다. 달러화는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 등에 대해 20% 이상 대폭적인 조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번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구조적인 쌍둥이 적자에 의한 달러 유동성 공급 과잉이다. 이런 점에서 달러 가치 하락은 이를 해소하는 강력한 수단이며 미국의 교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달러가치 하락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이 경제의 한 부분이라면 추락하는 것 역시 경제의 또 다른 한 부분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올라가 버블이 생기듯 날개 없이 계속 추락하기만 하면 경제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추락할 때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 다만 어느 선에서 누구의 희생으로 어떻게 제동을 걸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정책 과제다. 올라갈 때에는 모두가 득을 본다고 착각하지만 내려갈 때에는 생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는 이제 내리막길의 서막을 지나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법안으로 제동을 건다고 해도 아직은 높은 위치에너지 때문에 내려가는 힘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세계 경제뿐 아니라 한국 경제 역시 위기 상황이다. 최대 위험을 100으로 가정할 때 최근 상황은 90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마당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한때 ‘위기는 기회’라는 주장으로 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정권 출범 전부터 그런 무책임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는 그런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고 올 봄에라도 손절매하고 빠져나왔더라면 손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대통령이 손실을 보상해주겠다는 각서라도 써주지 않는 한 당분간 위험한 투자는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신동아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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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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