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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의 골프경영 ④

홀인원의 등급 아십니까?

  •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홀인원의 등급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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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전우회’라는 모임도 있다. 마치 해병전우회처럼 ‘한번 골퍼는 영원한 골퍼’ ‘임전무퇴’ ‘버디 잡는 골퍼’의 정신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임은 약속한 날에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일단 골프장에 모여야 한다. ‘본인 사망’ 이외에는 불참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단체모임에는 요일을 담고 있는 것도 많다. ‘초수회’는 첫 번째 수요일, ‘이목회’는 두 번째 목요일에 만나는 모임인데 모이는 날짜를 기억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이름을 짓다 보면 ‘이화회’나 ‘초월회’처럼 운치 있는 이름이 나오기도 하고 ‘초토회’나 ‘말토회’같이 특이한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내가 격월로 나가는 모임에 ‘호골회’가 있다. 고려대 교우들이 학번별로 두 명씩 참가해서 만든 모임이다. ‘호’자는 고려대의 상징인 호랑이고 ‘골’자는 골프를 의미한다. 언젠가 프런트에 등록하러 갔더니 여직원이 상냥하게 이런 인사를 했다. “호랑이 뼈 모임에 오셨죠!”

내가 아는 치과의사가 나가는 모임에 ‘한치회’가 있다. 한양대 치과대 출신의 모임이다.

캐디는 이름을 불러줘야



단체의 명칭은 그 모임의 가치, 문화, 개성 등을 나타내기 때문에 작명을 잘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회원들만 사용하는 명칭이 아니라 골프장에 신청도 하고 레스토랑 입구에 붙여놓기도 하는 이름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도 이미지가 좋아야 한다. 안내방송에서 “골골회, 라운드 준비하세요” 이런 소리가 나오면 기운이 빠지게 된다.

골프 친목회도 이름을 매력적으로 지어야 지속가능한 행운이 따른다. 그러니 기업의 이름이나 상품 이름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좋은 이름은 사업을 성공시키고 그 자체가 값비싼 자산이 된다. 이처럼 이름이 중요하다 보니 이름은 잘 지어야 하고 또 잘 불러줘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커뮤니케이션인데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을 부르는 데서 시작한다. 상대방의 이름을 기분 좋게 불러주면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이다.

요즘은 이름도 브랜드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작명이 유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름을 잘 지어야 출세한다는 속설도 있었다. 언젠가 방송국에서 황산성 변호사를 만났더니 “내 이름은 최하 장관급 이상은 할 이름이라고 그러더니 결국 장관을 하긴 했어요” 하면서 파안대소했다.

공군에 근무할 때 천영성 장군이라는 분이 계셨다. 한자로는 ‘千永星’ ‘천 개의 영원한 별’이라는 뜻인데 이런 이름을 가진 분이 공군에 들어왔으니 장군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분은 장군 전역 후에는 국회의원이 돼서 국방위원장까지 한 것으로 기억한다.

묘한 것은 나와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분 중에 이씨인 데다 ‘병’이라는 외자 이름을 가진 분이 있었다. 이분은 대대장으로 계급은 중령인데 명찰을 보면 언제나 ‘이병’이었다. 이병 중령이라고 불러도 이상하고 중령 이병이라고 불러도 이상하게 들리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름 때문은 아니지만 대령 진급을 하지 못하고 예편했다.

잊지 못할 이름 중에는 윤구병(尹九炳) 교수가 있다. 유명한 철학과 교수로 한동안 방송에 많이 나왔기 때문에 나도 방송하면서 그분을 알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그분의 말씀을 듣고 나는 경악했다. 바로 위 형님의 이름이 팔병, 그 위가 칠병, 육병, 오병, 사병, 삼병, 이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맨 큰형님은 일병이다. 아버님이 아들을 이렇게 많이 낳을지 미리 아셨는지 일련번호를 매겨놓았기 때문에 형제들이 자라면서 큰 혼란은 겪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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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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