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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박경철의 증시 뒷담화 ‘마지막회’

증권사·판매사·운용사는 자기 본분에만 충실하라!

위기에서 얻은 뼈저린 교훈

  • 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증권사·판매사·운용사는 자기 본분에만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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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판매사·운용사는 자기 본분에만 충실하라!

주가지수에 연동해 성과가 발생하도록 설계된 인덱스 적립식펀드.

판매수수료가 가장 큰 문제

하지만 실제 시장에선 이런 메커니즘이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다 알다시피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많은 운용사, 특히 시장 지배력이 큰 운용사는 대개 은행, 증권, 보험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이 경우 증권사나 은행은 자기 계열의 운용사에서 설정한 펀드를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권유하게 된다. 이런 일을 일러 그들은 ‘캠페인’이라고 부른다. 자기계열 운용사의 시장 지배력을 지켜주기 위해 판매 창구에 할당량을 배분하거나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식이 그것이다. 이때 고객의 안위나 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캠페인은 이렇게 자기 계열사뿐 아니라, 수수료 비중이 높은 펀드에도 집중된다. 이를테면 총 펀드 수수료가 3% 일 때, 판매 수수료가 1.6%, 운용보수가 1.4%라면 정작 펀드를 운용한 운용사보다 그것을 판매한 창구의 수수료 이익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러니 판매 창구에서는 수수료 비중이 높은 펀드를 고객에게 집중 추천하는 캠페인을 벌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캠페인을 벌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펀드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판매 수수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운용사는 자사의 펀드를 운용하는데 실력으로 평가받기보다는 펀드를 발매할 때 얼마의 수수료를 책정해야 하는지를 더 고민하게 되고, 좋은 펀드매니저를 고용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데 투입될 운용비용 중에 상당액을 판매 수수료로 지급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이런 구조에선 강력한 판매 창구를 가진 은행계 모기업을 두거나, 아니면 파격적인 수수료를 떼주는 운용사의 펀드만 살아남고, 강하지만 작은 펀드들은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고객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펀드 고객의 불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운용사와 증권사의 묘한 힘의 균형이 만드는 불합리성이 펀드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를 모기업으로 두지 않은 운용사는 자체 리서치 인력만으로 모든 기업을 분석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증권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자사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위해 기업과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의 집단, 즉 리서치 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 따라서 증권사는 좋은 정보를 운용사에 제공하고 운용사는 맘에 드는 증권사와 거래하면 된다.



고객 울리는 메이저 운용사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 증권사와 운용사의 관계는 지극히 민감하다. 소위 메이저 운용사는 증권사에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 운용사는 소위 법인고객이기 때문에 증권사는 이들의 요구를 거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그 요구 중 대표적인 게 리서치 보고서다. 우리나라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가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이유는 우리나라 증권사의 리서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시장의 역학관계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를테면 특정 증권사가 A기업의 실적 부진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이 종목을 보유한 운용사가 법인 고객일 경우 큰 사단이 난다. 그리고 심하면 보고서를 취소하거나, 없던 일로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현상은 ‘펀드 애널리스트’의 경우에 훨씬 심각하다. 펀드 애널리스트는 펀드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지만 그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거대 법인 고객을 잃어버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 구조가 단순히 특정 종목이나 펀드에 한정된 것이라면 그저 한두 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체 시장에 퍼진 구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메이저에 속하는 운용사의 입장과 증권사의 입장이 서로 다르면 당연히 증권사는 운용사의 과도한 낙관론, 또는 비관론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의견을 내고 조율을 시도하는 게 임무지만 대개 경우는 증권사가 거의 절대적으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장이 왜곡되기 시작하면 피해자는 바로 그 둘 사이에 있는 고객이 된다. 운용사가 증권사의 자료를 참조하지 않고, 펀드매니저의 독단적인 의견(직관이나 감각)에만 집착하거나, 판매와 위탁이라는 갑과 을의 관계를 힘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활용하는 만큼의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이 통과돼 증권사가 아예 운용사와 선물회사, 심지어는 소액결제까지 취급하는 형태로 통합되면 제아무리 방화벽을 쌓고 이해상충의 문제를 감시하고 견제한다고 해도, 시장의 부적절한 기능들이 연탄가스처럼 스며들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심지어 미국 투자은행들이 SEC(미국증권위원회)로부터 민감한 감시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 대규모 금융 사고를 터뜨린 데서 알 수 있듯, 금융회사의 규율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윤리적 측면이 요구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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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의사, 안동신세계병원장 donodon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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