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르포

성매매특별법 4년, 이상과 현실 사이

성매매 양과 질만 높일 뿐 VS ‘인권착취’ 의식 높였다.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성매매특별법 4년, 이상과 현실 사이

3/5
“그 여성들은 단속을 당해도 또 하고 있어요. 왜 목숨을 걸고 성매매 합니까. 배고픈 그들에겐 생존이 우선입니다. 생존이 가장 앞서는 인권보호죠. 그러니까 지금 경찰은 깨진 독에 물 붓기 전쟁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확실한 생계 및 자활대책 지원이 성매매 근절의 근본 해결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에 44만원, 그것도 6개월 내지 1년 동안 지원하는 것으로는 성매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 세금만 낭비될 뿐이라는 것이다.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뒤 집창촌에서 만난 박다영(가명·29)씨는 “지금은 옛날처럼 명품 사려고 몸 파는 여자는 없다. 대부분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한 달 40만원으로 가족 뒷바라지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안동에서 자살한 여성 2명도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여성은 빚더미에 앉은 아버지와 장애인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다른 여성 역시 신부전증 환자인 할머니 병원비를 책임져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기까지 들어내며 영업을 못하게 하자 절망에 빠졌다고 동료 성매매 여성들은 주장했다. 유서엔 경찰 단속을 원망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 살림의 정경숙 소장은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액을 더 늘리면 좋겠지만 그걸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열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규정된 자활기간 1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액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 기초생활자 등 다른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여성단체에서는 국고지원이 아니라도 충분히 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아리와 청량리 등 기존 성매매 집결지가 재개발될 예정이다. 막대한 개발이익금이 예상되는데, 그 이익을 건물주와 업주가 가져가게 하면 안 된다. 개발이익을 환수해 탈성매매 여성 자활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성매매특별법 입법과정에 참여했던 이찬진 변호사는 “성매매 업주들이 불법 알선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몰수해서 성매매 여성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재활교육과 취업알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성매매를 시도한 여성들 중에는 사회에 나와도 취업할 곳이 없어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다영씨는 “몇몇 친구가 새 삶을 살겠다며 쉼터에 들어갔지만, 우리처럼 학력 낮은 사람이 배울 수 있는 게 미용이나 피부관리, 요리 등이 고작이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데 경력은 없으니 취직하기 힘들다. 어렵사리 취직을 해도 70만~80만원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이 안 돼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온다. 창업을 했다 망하고 돌아온 친구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단속이 강화되기 전에는 한 달에 150만원은 벌었다. 1000만원 벌던 시절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낫다. 상황이 좋아지면 더 벌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돈을 모아 화장품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다. 그 꿈이 이뤄질 때까지만이라도 제발 단속 좀 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매매특별법 4년, 이상과 현실 사이

성매매 근절을 위한 여성단체의 노력은 성매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1253명 취업, 83명 대학 진학

그럼 여성단체의 지원을 받아 탈성매매에 성공한 여성은 지금까지 몇 명이나 될까. 성매매 여성들은 “이 생활을 하다 결혼했다거나 여기서 돈을 모아 가게를 차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여성단체 지원으로 자활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몇몇 여성단체에 지금까지 자활에 성공한 여성의 숫자를 묻자 “자활에 성공했다는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는 창업 또는 취업할 때까지만 관리하지 이후는 관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성부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정부 자활지원을 받은 3196명 가운데 1253명이 취업이나 창업을 했고, 83명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발표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상담소나 쉼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상담을 하거나 쉼터에 입소하면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자신이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기록이 공식적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여성단체에서는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힌다.

“포주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속이는 대표적인 거짓말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상담자료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자활교육도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다. 국가에서 해당 교육기관에 교육비를 직접 지급하기는 하지만, 여성인력개발 항목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해당 교육기관에서는 성매매 여성이란 걸 알 수 없다.”

2003년부터 성매매 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여성은 “성특법이 시행되면서 이곳을 떠나 평택, 파주 성매매집결지에도 있어봤고, 안마시술소 오피스텔 대딸방 등 음성 성매매업소도 경험해봤다. 그나마 여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에 돌아왔다”고 했다.

“여긴 제가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수 있는데,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곳은 그게 불가능해요.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받아야 해요. 오피스텔에서 영업할 땐 누가 유영철처럼 칼을 들이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끊이지 않았어요.”

3/5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목록 닫기

성매매특별법 4년, 이상과 현실 사이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