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 업무를 다루는 인사 특기는 그간 다른 특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대를 받았다. 인사 특기 장교들의 전횡과 특혜는 종종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작전 특기, 그중에서도 야전(野戰)부대 근무자들의 불만이 특히 컸다. 현 정부 출범 당시 11명의 군단장급 지휘관 중 전방 사단장 출신은 2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서는 야전 근무자가 약진했다. 8개 군단의 작전참모 8명 중 6명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과거에 1~2명이 진급하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래선지 비(非)작전 특기 장교들의 불만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
군내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작전 특기를 중시한다고 알려진 이상희 장관의 소신이 총장에게 투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군 관계자는 “인사 특기에 대한 야전 장교들의 반감을 생각하면 이 장관이 화끈하게 인사한 면도 있다”고 평했다.
기획(정책) 특기 장교들도 불만이다. 통상 3~5명이 준장으로 진급했는데, 이번에는 진급자가 2명에 그쳤기 때문.
군수 특기도 진급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 다만 보직인사의 경우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합참 군수부장 김태교(육사 32기) 소장이 39사단장으로 진출한 반면 종합군수학교장으로 발령 난 국방부 군수관리관 이선철(육사 31기) 소장이 인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표를 던졌기 때문.
김 소장의 사단장 진출은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동기들이 이미 야전 군단장을 하고 있기 때문.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이미 한 차례 사단장을 지냈다는 점. 4년 전 소장으로 진급하면서 55사단장으로 임명돼 2년 임기를 채운 바 있다. 한 사람이 사단장을 두 차례 지내는 것은 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인사 특기인 박성우 소장의 경우 소장으로 진급했음에도 사단장으로 못 나갔는데,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호처 장교, 5차 진급으로 별 달아
소장으로 진급하면 보병 병과 장교라면 작전, 인사, 군수, 기획 등 특기와 상관없이 누구나 1차 보직인 사단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그간의 장성인사 관행이었다. 그런데 정보 병과의 장경욱(육사 36기) 합참 정보생산처장도 인사 특기의 박성우 소장처럼 사단장으로 못 나가고 2, 3차 보직인 정보사령관에 곧바로 부임했다. 군 관계자의 지적이다.
“장군은 ‘제너럴(General)’이라는 말 그대로 전반적인 업무를 다루는 직위다. 연대장을 거친 비작전 특기자들을 사단장에 보임하지 않는 건 모순이다. 초급장교 시절부터 보병 지휘관으로 키워놓지 않았나. 그래놓고는 사단장 인사 때 차별을 두는 것은 극단적인 작전 중심 논리다.”
국방부와 합참, 육본에서 정책이나 전략을 담당하는 장교의 진급률이 낮다는 것도 이번 인사의 한 특징이다. 군 사정에 밝은 한 군사평론가는 “앞으로 한미동맹이나 국방개혁과 같은 중요한 국방정책을 다룰 인력군(群)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에서 1차 진급자들은 대체로 동기들 가운데 우수한 자원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이다. 물론 근무평정 점수도 좋다. 다음 계급으로 진급할 때 우선순위로 꼽히곤 한다.
올해 처음 소장을 배출한 육사 36기 장성 40명 중 준장 1차 진급자는 모두 11명. 이번 인사에서 그중 2명만이 소장으로 진급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영삼 정부 초기 하나회 척결에 비견될 만하다”고 놀라워했다. 한 군사평론가의 진단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우수자원이라고 1차로 진급시켜놓고 다음 계급 인사 때 이런 식으로 무더기로 탈락시키면 준장 인사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밖에 안 된다. 인사의 일관성이 무너지는 것이다.”
반대로 이번 인사에서 ‘정권 프리미엄’을 누린 것으로 평가받는 장교들도 있다. 물론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지만. 중장으로 진급해 군단장으로 진출한 이홍기(육사 33기) 대통령실 국방비서관도 그중 한 명이다. 정권인수위원회에도 참여했던 이 중장은 국방비서관이 된 지 6개월밖에 안 된 상태다.
군 관계자는 “이 중장은 청와대 시스템을 다 익히지도 못한 채 나온 셈”이라며 “국방비서관에 임명한 것은 보직관리를 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 중장은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과 동향인 경북 상주 출신이다. 후임 국방비서관은 국방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추진단장 김병기(육사 35기) 준장. 김 준장은 군내 대표적 미국통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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