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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검찰’

“현 총장 강제로 밀어내면 평검사들 들고 일어날 것”(검찰 간부)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이명박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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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5년’

그럼에도 연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 사회에서 출신은 어떤 조직의 속성이나 특징을 설명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잣대다. 특히 검찰처럼 힘 있는 기관일수록 그렇다. 검찰 고위관계자의 다음 얘기는 ‘TK 독식’에 대한 내부 반발기류가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심각함을 짐작하게 한다.

“검찰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TK들은 다 연결돼 있다. 예전엔 보이지 않게 했는데 요즘은 내놓고 한다. 김경한 장관은 과거 ‘TK 검찰’의 황태자였다. 법무무 근무만 10년 넘게 했다. 올봄 검찰 인사는 너무 심했다. TK 전성기이던 노태우 정권 초기의 인사를 보는 것 같았다. 당시 검찰 인사를 주무른 법무부 검찰 1과장이 지금의 장관 아니었나.”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TK 검사들의 인사배경이 저마다 다르다”며 “정치권 민원이 반영된 인사로 봐야 한다. 장관 혼자의 의지만으로는 그렇게 억지인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평했다. TK 득세 현상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뿐 아니라 지방 대도시의 검찰청에서도 나타났다고 한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TK 검사들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래 검찰 인사가 잘못돼왔다며 ‘잃어버린 15년’이라고 표현한다”고 꼬집었다.

현 정부 들어와 TK 이외 지역 출신 검사들의 소외감이 크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 중견간부는 “지역논리로 인사에서 피해를 본 검사들은 총장한테는 우호적이고 장관과는 각을 세우고 있다”고 검찰 분위기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임 총장이 검사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는 없지만 장관에게 눌린다는 이유로 심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총장이 힘든 이유는 주변에 자기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총장이 힘든 건 사실이다. 야권은 표적수사라고 비난하고 여권은 사정수사를 제대로 못한다고 공격한다. 장관은 좀더 강력한 수사를 촉구한다. 내부에서도 흔드는 분위기다. 총장 자신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검찰 일부에서는 지휘부가 정권에 유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우면 지휘권 확립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권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부담스럽다. 반대로 총장이 청와대와 특별한 유대관계가 없으면 유착 의혹이라든지 코드수사 따위의 정치적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지휘권이 흔들린다. 이것이 검찰 지휘부의 딜레마다.

현재 일부 검사들이 총장을 안 보고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쳐다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장관의 힘이 너무 센 것도 원인이다. 검찰 관계자는 “장관이 일선 검찰 간부들에게 직접 전화해 수사 상황을 챙긴다면 총장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 정상명 총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부산고 동문회에서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을 밀었다. 하지만 정 총장은 “안영욱이 임명되면 정권 교체 후 100% 바뀌게 된다”면서 이에 반대했다고 한다. 안씨가 청와대 측과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국정원장 밀어내고 차장을 총장으로’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이 연말에 바뀐다는 소문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더욱 공고한 ‘TK체제’ 구축을 위해서라는 것. 그럴듯한 시나리오까지 있다.

장관이 TK이기 때문에 TK를 총장에 앉히는 건 정권에 부담이 된다. 따라서 TK를 총장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김경한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김 장관이 누구인가. 청와대의 신임을 받는 ‘TK 검찰’의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가.

시나리오에 따르면 김성호 국정원장을 빼고 그 자리에 김 장관을 앉힌다. 법무부 장관으로는 호남 출신을 임명해 지역 간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총장에는 TK인 권재진 대검 차장을 올린다는 것이다. 이것이 검찰 일각에서 나도는 ‘임 총장 퇴출 시나리오’의 골격이다.

한 검찰 간부는 “만약 현 총장을 강제로 밀어내면 평검사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권 초기 법무부와의 관계가 잘못 설정되면 검찰 조직이 망가진다. 그런 면에서 총장이 잘하고 있다. 아마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갈 것이다. 현 총장의 유일한 임무는 임기 2년을 지키는 것이다. 정권 교체기에 임명된 만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장관과 총장의 동반 퇴진 시나리오에 대해 알고 있다는 또 다른 간부는 그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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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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