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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동산시장 침체” “과도한 무한경쟁이 부른 화”

  • 최호열│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금융위기의 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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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관계자는 이렇게 나가는 사례금과 각종 로비자금이 평균 공사비의 3~5%는 된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경기가 좋고 분양이 잘 될 때에는 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양이 안 되거나 사업이 중단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행사로서는 제일 먼저 이런 돈을 회수하려 하고, 그 과정에 법적 소송까지 가게 된다.

2007년 9월 한 시행사가 정치인과 은행직원을 고발한 일이 있었다. 정치인은 그 시행사가 진행한 사업의 인·허가를 도와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고, 은행직원 역시 대출알선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 경기불황으로 사업이 무산되자 시행업자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2008년 11월에도 9개 저축은행으로부터 198억원의 부동산 PF 대출을 알선해주고 5억원을 챙긴 대출 브로커를 검찰이 구속했다. 그 역시 사업에 실패한 시행사가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로서는 앞에서 얘기한 음성적인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돈은 금융권에서 합법적으로 빌릴 수 없다. 그래서 불법이 동원된다. 초기엔 ‘땅값 부풀리기’를 이용했다. 예를 들어 땅값이 평당 100만원이면 땅주인에게 10만원씩 더 주기로 하고 150만원에 산 걸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렇게 하면 평당 40만원의 비자금을 챙길 수 있었다. 1만평을 개발하면 40억원이나 된다.

2005년 대구에서 아파트 시행 사업을 하면서 땅값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8억원의 PF 대출금을 빼돌린 시행사가 사기 및 업무상 횡령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엔 탄현지역을 개발하던 시행업체가 토지매입비를 부풀려 PF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알게 된 국회의원 보좌관이 회사 대표를 협박해 2억원을 갈취했다. 이 사실을 밝혀낸 검찰은 결국 그를 구속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수법이 속칭 ‘알박기’다. 개발예정지 안에 미리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로 땅을 사고, 그보다 훨씬 비싼 값에 계약하는 것이다. 그 땅을 사지 않으면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PF 대출을 해주는 은행권에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지금은 개발지역 토지 소유주의 80%가 동의하면 나머지는 강제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알박기가 불가능하다.



요즘은 감리비나 설계비 등을 높게 책정한 후 하청업체에서 그 비용을 미리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다고 한다.

부실폭탄

부동산시장 침체는 부동산 PF 대출에 직격탄이 됐다. 그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 대출은 2008년 6월 말 기준으로 은행 47조9000억원, 저축은행 12조2000억원, 보험사 5조3000억원, 증권사 3조원, 여신전문사 4조3000억원, 부동산펀드 8조원 등 총 80조7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 등 PF 연관 대출을 더하면 96조원 이상이라고 금융권은 추정한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잔액 기준)는 2004년 말 3조4800억원에서 2006년 말 21조27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이 2007년 하반기부터 저축은행 PF 대출을 규제하면서 12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대출액 65조원 중 19%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연체율이 계속 상승한다는 점이다.

2006년 6월 말까지만 해도 5.8%였던 연체율은 2007년 12월 말 11.4%, 2008년 6월 말 14.3%, 2008년 9월 말 17.0%로 급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홍익, 경북)의 PF 대출과 워크아웃 프로그램이 편입한 연체 PF 대출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는 20%에 달한다고 금융권은 추정한다. 금융감독원은 상장 저축은행 중 PF 대출 연체율이 30%가 넘는 곳은 2곳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연체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저축은행이 부동산 PF 대출을 해준 899곳 사업장을 직접 조사했다. 그 결과 이 가운데 12%인 1조5000억원 정도가 사업성이 없어 부실 소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06년 말 25조8608억원이던 부동산 PF 대출이 2008년 6월 말 47조9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총 대출액이 23.9% 늘어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연체율도 2008년 6월 0.64%였으나 9월엔 1%에 육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저축은행이 부실 PF 대출을 감춘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재무제표를 꾸미거나 금융감독원에 부실 규모를 제출할 때 문제가 없는 대출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실이 크다는 게 밝혀지면 생존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살아남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규모는 현실과 다르다”면서 “앞으로 숨어 있는 부실이 드러나면 지금보다 사태가 훨씬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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