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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잠망경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쏟아지는 하마평의 배경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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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2008년 11월6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측근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종류의 ‘읍소형 전략’이 불꽃 튀게 벌어지는 때는 단연 정권교체기다. 새 정부에 어떤 인사가 입각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기 때문. 새로 들어서는 정부의 경우 축적된 인사자료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에 언론의 ‘파워그룹’ 인물보도나 하마평 보도가 상대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때이기도 하다.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 보니 평소에는 진중한 편이었던 인사들이 “나 이번에 꼭 기차 타야 돼” 식의 노골적인 말을 던지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렇듯 보좌진을 통해 기자들에게 청하는 방식은 현역 의원이나 관료가 아니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전직 관료나 전문가들은 발 벗고 나서줄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이 때문에 이들은 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정보가 흐르는 길목’을 노린다. 간접적이니만큼 효과가 떨어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잘만 하면 오히려 더 제대로 ‘먹히는’ 길이 열린다.

어느 분야, 어느 진영에나 공식적인 직함과는 무관하게 ‘정보의 유통경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해관계자들과 기자들을 모두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사람들이다. 학계나 연구소, 일반기업이나 단체에서 일할 수도 있다. 당국자들이 적당히 ‘흘려야 할’ 정보가 있을 때 접촉하는 채널이 이들이고, 기자들이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수시로 체크하는 길목이 이들이다. 물론 이들이 아무 관료, 아무 기자나 접촉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사례를 통해 신뢰가 확인된 멤버들만이 ‘이너서클’에 속할 수 있다.

안보관련 국책연구소의 K연구원. 지난 정부의 핵심인사들과도 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이번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정보력을 과시하는 인물이다. 특정부처 사안의 뒷이야기를 들으려면 K씨를 만나는 게 가장 빠르다고 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관련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교차확인을 할 때 가장 유용한 취재원’으로 통한다.

정보가 흐르는 길목



최근 K씨는 전직 장관 한 사람이 입각 검토 제의를 받은 모양이라는 이야기를 몇몇 기자에게 한 적이 있다. 본인이 옛 부하직원들에게 ‘준비하라’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평소 그의 ‘실력’을 신뢰하는 사람들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무시하기 어렵다. 꼭 바로 기사를 쓰지는 않더라도 해당부처 관료들이나 관계자들, 혹은 또 다른 ‘정보 유통창구’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이야기하게 마련이다. 정보 가운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정보는 역시 인사 관련 정보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말은 금세 ‘동네’ 전체에 퍼져나간다.

정보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이들은 바로 이들을 자가발전 경로로 선택한다. 의도적으로 그런 인물들의 귀에 들어가도록 말을 흘리거나, 혹은 그런 이들을 상대로 직접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한번 신뢰도 높은 경로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 관련 정보는 금세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힘을 발휘한다. 당연히 인사 하마평 기사에도 반영된다. 한 정부 출입기자의 말이다.

“(주요 취재원들 사이에서) 말이 돌기 시작하면 자가발전일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안 쓸 수가 없다. 기사의 완결성을 위해서도 가급적 많은 이름을 거명해야 할 때가 있다. 암묵적으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는 쓰고 누구는 안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에는 들리는 대로 거명하지만, 이후 상황이 진행되면서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명단에서 빠진다. 그 과정을 세 번 네 번 거쳐 끝까지 살아남는 이름이 인사권자가 진짜로 염두에 둔 이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한 압축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당연히 청와대 관계자들의 언급이다. 청와대 행정관들을 통한 자가발전이 ‘최고급 기법’으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드시 인사수석실 등에서 관련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청와대 관계자’로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통로로 활용된다. 이들을 ‘섭외’해 언론에 말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핵심에서 일했던 관계자의 말이다.

“검토명단에 올려준다면야 ‘평생 은인’이지만, 꼭 실제로 올라가진 않아도 말을 여기저기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물론 그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절대로 기자들에게 ‘그 사람이 명단에 올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하수(下手)는 없다. 대신 ‘그 사람 요즘 평이 어때요?’라고 묻는다. 그렇게만 물어도 충분하다.”

이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명박 청와대에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오래 일했던 행정관이 적지 않다. 전에 ‘모셨던’ 의원들이 이들을 채널로 삼는 경우도 있고,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옛 동료 보좌관들이 ‘모시는’ 의원을 위해 말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부처 파견 행정관이라면 자기 라인의 상사를 위해 말을 흘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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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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