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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잠망경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쏟아지는 하마평의 배경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자가발전’의 모든 것 읍소, 우회전술, ‘청와대 관계자’ 섭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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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매체의 모 기자가…”

서두에서 인용한 것처럼 자가발전에는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네거티브도 포함된다. 경로는 똑같다. 다만 내용이 반대일 뿐이다. 특히 최근 들어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네거티브는 ‘지난 정부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에 있었던 인물들을 ‘제거’하는 데는 가장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든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노무현 정부에서 안보부처 핵심 업무를 담당했던 K씨. 현재는 여권에 몸담고 있어 예전부터 ‘조커’로 거론되곤 했지만 번번이 지난 정부에서의 경력이 문제가 되어 여전히 강력한 후보자로 남아 있을 뿐이다. 장관급 두 자리 인선에 동시에 거명되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네거티브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음을 본인이 모를 리 없다. 그의 측근들이 “우리 영감이 지난 정부에서 얼마나 핍박을 받았는지 아느냐”며 그 구체적인 실례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가운데는 당시에 알려졌다면 큰 뉴스거리였을 뒷이야기도 섞이게 마련. 이를테면 반론성 폭로인 셈이다.

또 하나의 전통적인 네거티브 기법으로 ‘그 사람은 심각한 약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흘리는 방식이 있다. 장관 교체대상으로 거론되는 부처에서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차관급 인사 K씨의 경우를 보자. 그가 결정적인 낙마요인 때문에 절대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은 이미 정부 출범시기부터 파다했다. 대선캠프에도 참여해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말’에만 그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내용도 아주 구체적이다. ‘모 매체의 모 기자가 모모한 내용을 쥐고 있다더라’라는 수준이다.



최근 청와대 분위기에 정통한 인사들은 “자가발전은 실효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무엇보다 인사실무를 담당하는 인사수석실 등 관련부서 구성원들이 기자들이나 주변인들과 개각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 연초 개각에 대해 말은 많지만 구체적으로는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후보자를 압축해나가고 있는지도 이전에 비해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의 상황은 후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질이나 커리어보다는 그룹 대 그룹으로 판이 갈려 설왕설래가 이뤄지는 형국이다(상자기사 참조). 누구를 입각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가 최고인사권자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정치적 결단’과 맞물려 있는 것. 후보자 한두 사람의 이름이 도는 걸로는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큰판’이다. “대통령 본인이나 진짜 핵심측근에게 직접 연결하는 게 아니라면 별 효과 없을 것”이라는 단언이 회자되는 이유다.

자가발전에 나서는 이들도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래도 자가발전은 계속되고, 출처가 불분명한 하마평은 꾸준히 나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마평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위상이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오래 일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 입성한 관계자의 말이다.

“‘잊히는 걸 두려워하는’ 이들로서는 그런 이야기가 꾸준히 나와줘야만 한다. 청와대와 자신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과시하는, ‘끈이 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정작 장관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입각 제의가 오면 거절할 사람도 많다. 어찌됐든 거명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정보와 권력의 생리

오랫 동안 한 안보부처의 ‘통’으로 불렸고 이번 정부 출범 이전부터 그 수장에 발탁될 것이 유력하다고 했던 J모 전 의원. 지난 가을 이미 다른 자리에 내정됐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 측근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곧 안보부처 발령이 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흘렸다. “보좌진에게 준비하라는 명이 떨어졌다”는 식이었다. 모두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마찬가지였다.

‘모시는 분’의 위세가 곧 자신의 위세가 되는 측근들이 정작 본인보다 더 자가발전에 적극적인 경우는 부지기수다. 가망이 없다고 확인되는 순간 주변에서 사람들은 떠나고 정보는 끊긴다. 연초로 예정된 개각까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알 만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하마평 기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권력의 생리이고 정보의 생리인 것을.

“진짜 싸움은 ‘큰판’에서 벌어진다”

개각이나 인사를 두고 최근 나오는 기사에는 묘한 특징이 있다. 특정 그룹에 대한 중용 가능성을 점치는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친박 진영 의원들을 과감히 입각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탕평론’과, 총선이나 6월 청와대 비서진 개편 때 대통령 곁을 떠난 측근들이 돌아와야 한다는 ‘책임 국정론’이 대표적이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논전이야말로 진짜 큰판의 자가발전이다. 여기서 어느 쪽이 논리적 우위를 점하고 대통령의 결심을 얻느냐에 따라 개각의 폭과 면면은 완전히 달라진다. 개인이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는 다음 문제다. 우선 자신이 속한 그룹이 낙점을 받아야 자기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단체전’인 셈이다. 물론 그 동안에도 자기 이름이 나오도록 애는 쓰겠지만, 일단은 그건 마이너다.”
최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이 친박 의원들과 회동을 가졌다거나 정무수석실이 대통령에게 “일부 장관은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추천받자”고 보고했다는 기사가 정치면을 장식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움츠리고 있던 대통령 측근들이나 1기 청와대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를 재개하며 ‘몸을 푸는’ 것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청와대나 여권 핵심 안에서도 같은 싸움이 벌어진다. 보고서와 보고서, 의견과 의견이 맞부딪치는 ‘진검승부’다. 여기서 한쪽이 잠깐이라도 밀리면 기정사실화 단계로 넘어간다. 언론을 통해 ‘대통령, 탕평론 받아들일 듯’ 등의 기사가 나오도록 흘리는 식이다. 최근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인사의 말이다.
“그렇게 안팎에서의 작업으로 방향이 잡힌 것처럼 굳어지면 ‘어어’ 하는 사이에 판이 끝나고 만다. 밀렸다고 생각하는 쪽이 세게 치고 나오면 ‘제대로 한판 붙는’ 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최근의 기사들은 그 전초전에 가깝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정권의 핵심이나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생각이나 이해가 엇갈리는 연합체 성격이 강하다. 한때 같은 캠프에서 일한 이들끼리 네거티브를 뿌리는 것은 더 이상 이야깃거리도 아니다. 인사를 두고 갖가지 견제와 소문이 난무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느 정부에서나 이런 일들은 벌어져왔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는 사실이다.


신동아 200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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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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