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 리포트

펀드산업 대해부

‘고수익률’집착은 지는 게임, 비용 낮은 펀드 선택하라

  • 윤영호│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펀드산업 대해부

3/10
“은행 배지 떼고 퇴근한다”

자산운용업계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변호사가 투자자들의 분노와 허탈감을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것.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변호사 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소송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은행·증권회사 등 펀드 판매사는 투자자의 이런 움직임에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지점장은 “퇴근할 땐 은행 배지를 떼고 나간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도 불똥이 자기들에게 튀지나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저 시장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은행·증권회사 관계자들이라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신한은행의 한 부지점장은 “1999년 대우채 사태 당시 개별적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보상해준 은행 직원이 있었다”면서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은행 직원들로서는 불완전 판매를 항상 조심한다”고 말했다.

일부 펀드 투자자가 억지를 부리는 것도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투자는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났을 때도 자신이 감수해야 한다. 이익이 났을 땐 자기가 챙기고 손실이 나면 판매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



한국증권연구원 김재칠 연구위원은 “투자자가 펀드의 위험을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최근 펀드산업이 압축성장하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이런 결과는 판매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채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펀드 투자자도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가 자신의 위험 성향이나 재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위험자산인 주식형 펀드에 성급하게 뛰어든 잘못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7년 말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가 나왔을 때 너도나도 가입한 것을 ‘묻지마 투자’의 전형으로 꼽았다.

뒤늦게 부산 떠는 감독 당국

‘펀드 소송 대란’ 움직임이 일자 감독 당국은 뒤늦게 펀드 불완전 판매 예방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부산을 떨었다. 금융감독원은 2008년 11월25일 펀드 판매 절차 마련, 판매 인력 전문성 제고, 광고 규제 개선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완전 판매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격히 제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미스터리 쇼핑’ 제도다. 외부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펀드 판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2009년 2월부터 실시한다. 미스터리 쇼핑이란 조사원이 고객 신분으로 상담 내용을 녹취하는 것을 말한다. 감독 당국은 이를 제도 및 관행 개선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에도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판매 직원의 펀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항상 받기 때문이다. 기자도 이를 경험했다. 기자는 2006년 6월 한 은행 지점을 통해 펀드에 가입했다. 2008년 10월 이 지점에 들어가 해당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담당 직원은 처음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담당 직원은 투자설명서를 요구한 고객은 그 지점에서 기자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나마도 그 자리에서 받지 못하고 다음날 겨우 전달받았다. 컴퓨터에 오류가 생겨 투자설명서를 출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설명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다.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반드시 이 투자설명서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기자 역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셈이다. 물론 처음 가입시 투자설명서를 요구하지 않은 기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당시 담당 직원은 투자설명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은행이 판매하는 펀드 종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국민은행은 현재 40개 자산운용사가 만든 펀드 약 200종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판매하는 펀드는 140종 정도. 은행의 펀드 판매 직원이 이렇게 많은 종류의 펀드를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은행에서는 “펀드 리포트도 자주 내려보내고 판매 직원들을 교육하는 데다 한 직원이 판매하는 펀드 종류는 한정돼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야말로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펀드를 판매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개인 투자자는 펀드 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셈이다. 물론 법이 허용한 투자자문 회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은 주로 기관 투자가나 거액을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10
윤영호│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목록 닫기

펀드산업 대해부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