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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코믹스를 아시나요?

아저씨가 봐도 재미있는 만화

  • 한창완│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및 문화예술콘텐츠대학원 교수

실버코믹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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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만화시장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내 만화전문 출판사들은 만화세대의 축소와 한계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실버코믹스의 가능성을 점칠 만한 흥미로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만화전문 출판사들이 발간 종수를 축소하고 전략 작품에 집중하는 등 부분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온라인 만화쇼핑몰과 온라인 서점에서 특정 만화의 주문이 폭주했다. 특기할 점은 만화를 구입하는 이들이 30대와 40대, 심지어 50대 이상이며 주로 10여 권이 넘는 시리즈 전권을 패키지로 주문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맛보며 경쟁하는 소믈리에 이야기 ‘신의 물방울’이 바로 그 작품이다.

국내 와인 붐과 와인바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와인에 대한 학습의욕이 관련 작품의 구매로 연결된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실존하는 와인의 유래와 생산 공정, 배경, 맛의 평가방식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야기 서술방식 또한 배틀 방식, 즉 끊임없는 경쟁과 도전을 통해 긴박감을 더한다. 와인 전문지식을 역동적인 배틀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진지함에 중장년층은 기존 소설과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발견했다.

“제일 먼저 아로마로서 엄습해오는 것은 카시스 등의 검은 과실의 폭발, 그리고 혀에 실었을 때 비강까지 뚫고 가는 몇 종류 허브의 상쾌한 뉘앙스, 이러한 맛과 향으로 볼 때 포도의 품종은 특상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한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죠. 카베르네의 블랜딩 비율이 높은 5대 샤토, 포이약 지구의 와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글라스에 따라지며 공기에 닿아 향이 더욱 짙게 감돈 뒤의 것을 한 입 머금고, 이 와인의 깊은 곳으로 한층 더 파고 들어가면, 그곳에는 희미한 육두구와 잘 익은 무화과, 후추 등의 숙성된 향이 감돌면서, 하늘의 은혜를 한껏 받은 대지의 강인함이 영원한 잠에서 눈을 뜹니다. 이 와인을 비유한다면 한 장의 명화, 마치 대지를 찬양하듯 땅을 경작하는 것과 같은 육중한 필치로 캔버스에 물감을 몇 겹에 겹쳐 그린 장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 ‘만종’입니다. 해질녘 하늘에 끝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서 신의 목소리를 느끼고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는 농부 부부를 그린 그림은 대지의 은혜, 즉 테루아루에 축복받은 한 폭의 명작과 겹쳐집니다. 그래요 이 와인을 머금고 눈을 감을 때 나는 마치 그 명화 앞에 멈춰 서는 것 같아요.”

‘신의 물방울’ 1권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경쟁상대인 와인평론가 토미네 잇세의 대사다. ‘1982년산 샤토 무통 로쉴드’ 한잔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서 이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한다. 독자는 실제로 이 와인을 찾게 되고, 실제로 그러한 맛을 지니고 있음에 놀라게 된다.



실버코믹스는 실제적인 이야기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만화이기 때문에 지니는 허구성과 등장인물의 과장 및 왜곡은 있다. 하지만 소재로 등장하는 다양한 상황과 설명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교재로 인정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읽고 기억할 만하다. ‘신의 물방울’을 수입해 판매한 출판사는 이 작품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일본 실버코믹스를 수입하고 있다.

실버코믹스의 주요 장르 : 아저씨가 봐야 재미있는 만화

실버코믹스의 장르는 무척 다양하다. 멜로물, 기업 비즈니스물, 드라마 에세이물, 전쟁 스펙터클물, 전문직업물, 역사추리물, 공상SF물 등이 있는데 이는 더욱 세분된 장르로 핵분열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들, 아저씨들이 지갑을 열 만한 가치가 있는 흥미롭고 독특한 실버코믹스를 소개한다.

실버코믹스를 아시나요?
· 멜로물

실버코믹스의 대표적인 장르는 역시 멜로물이다. 여기엔 성적 담론과 에로티시즘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적절하게 절제해 성인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히로카네 겐시의 ‘황혼유성군’. 국내에 수입돼 30여 권 이상 시리즈로 판매되고 있다. ‘황혼유성군’은 40대 이상 성인들의 일상을 세세하게 그리면서 로맨스를 입힌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순수하지 못한 속물근성에 공감하고, 실제로는 경험하기 힘든 불륜이나 로맨스그레이의 판타지, 세대를 극복한 사랑 등으로 대리만족하게 해준다. 시한부 인생으로 고통 받는 80대 할머니가 40대 노총각 의사를 사랑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20대 도서관 여성 사서가 70대 노교수의 지적 카리스마에 매혹된다. 자신을 현금인출기 정도로 여기는 무심한 아내와 딸을 둔 중년 남성은 회사 구내식당 아르바이트 여성을 통해 삶에 새로운 희망을 채우게 된다.

스토리는 권마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는데 우리 주위에 있음직한 사례가 실감나게 묘사돼 있어 마치 TV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과 같은 느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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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완│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및 문화예술콘텐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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