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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교수의 ‘재미학’ 강의 ‘마지막회’

행복하려면, 쉬는것과 노는것을 구별하라!

  • 김정운│명지대 교수·문화심리학 entebrust@naver.com

행복하려면, 쉬는것과 노는것을 구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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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미는?

내 존재는 내가 좋아하는 일, 재미있어 하는 일로 확인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 내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내 존재가 확인되지 않아 헤맬 일은 없다. 똥 오줌을 구별 못하는 황당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또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로 존재를 확인하면 사회적 지위는 저절로 오래간다. 순서를 바꾸라는 이야기다. 재미가 먼저다. 재미있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하게 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 어떤 일이든 상관없다. 새소리 듣는 일이든, 개미새끼 보는 일이든 상관없다. 나훈아의 노래가 되었든, 슈베르트의 가곡이 되었든 상관없다. 내가 헤맬 때, ‘나’와 ‘내가 아닌 것’이 구분되지 않아 헷갈릴 때, 내 면역시스템을 가동시켜 내 안의 항상성을 유지시킬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 되어도 상관없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바로 그 것이 내 존재를 확인하는 비결이다.

삶을 즐기는 것을 그리스어로 스콜레(scole)라고 한다. 이 스콜레라는 단어는 오늘날 상반되는 의미로 진화했다. 한편으로는 여가를 의미하는 ‘레저(leisure)’로,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school)’로 발전했다. 그러나 상반되는 이 두 단어가 그 본질에서는 동일하다는 이야기다. 학교나 여가나 그 어원은 삶을 즐기는 것을 뜻한다. 뒤집어 보면 삶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인간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공부하는 일이다.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왜곡된 공부만 했다. 그래서 공부가 재미없는 것이다.

학교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공부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학교다. 적어도 미국이나 유럽의 학교는 이런 교육학적 이념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는 ‘남의 돈 따먹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으로 전락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학교 들어가, 높은 연봉을 받는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는지에 관해서만 관심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녀도 평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아간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로 존재를 확인할 뿐,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특히 은퇴하고 나면 정말 어려워진다.



가장 훌륭한 노후대책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공부하는 일이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카메라를 공부하든, 뜨개질을 공부하든, 트럼펫을 연습하든 상관없다. 내가 지속적으로 내 재미를 키워나갈 수 있는 내 삶의 주제를 찾아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웬만하면 90세까지 살 수 있다. 직장에서의 은퇴는 오래 버텨야 65세다. 보통 50대 후반이면 은퇴한다. 그럼 나머지 30년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은퇴한 후의 인생도 내 인생이다. 내 전체 인생의 1/3이나 된다. 그저 죽기만 기다리기에는 너무 귀하고 아까운 시간이다. 이 실존의 문제를 아주 적나라하게 시로 표현한 글을 동아일보의 한 칼럼(2008년 8월14일)에서 읽은 적이 있다.

행복하려면, 쉬는것과 노는것을 구별하라!

가장 훌륭한 노후 대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다.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라는 시다.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3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지금 95번째 생일에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을 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세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쉬는 것’과 ‘노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유지해야 하는 적정 각성수준이 있다. 자신이 가장 상쾌하고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는 각성수준이다. 우리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일정한 각성수준을 유지하는 것처럼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는 일정한 심리적 각성수준이 있다. 이 각성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외부 자극과의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내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외부의 자극이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각성수준보다 높으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해진다. 이때는 쉬어야 한다. 만약 외부의 자극이 너무 낮으면 지루하거나 심심해진다. 이때는 놀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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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명지대 교수·문화심리학 entebru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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