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여의도·난지·반포·뚝섬 4대 한강공원의 변신

CHAPTER _ 2 도시와 자연, 전통과 현대의 조화

  • 김지은 |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09-02-09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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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트가 늘어선 여의도 마리나, 공중에서 즐기는 뚝섬 야경을 상상해보세요”

    여의도·난지·반포·뚝섬 4대 한강공원의 변신

    여의도한강공원의 완공 후 전체 조감도.

    한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강공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가한 주말 오후, 밝은 햇살을 즐기는 시민들에게 공원의 의미는 곧 삶의 여유다. 서울 사람들이 한강을 만나는 ‘첫 번째 자리’인 셈이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그 첫 번째 자리는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채비에 분주한 여의도, 난지, 반포, 뚝섬의 4개 한강공원 공사 현장을 다녀왔다.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들의 한강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다. 일단 그 크기가 놀랍다는 것이다. 그들이 작은 샛강 정도려니 여겼던 한강의 규모는 세계 어느 대도시의 강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넓고 크다. 한강변에 처음 서본 이들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강인지 해협인지 헷갈려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름답기로 이름 높은 홍콩의 야경이 주룽(九龍) 반도와 홍콩섬 사이를 가로지르는 좁은 해협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이르는 것이고 보면,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바다 너머의 아름다운 불빛들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터. 관광자원으로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을 뿐 유람선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이나 멀리 고층빌딩 위에서 내려다본 대교의 풍경,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무심코 바라본 한강의 풍경은 세계인의 시선으로 보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훌륭하다.

    한강의 우수한 면면이 이제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을 한탄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정작 문제는 앞으로다. 한강을 누리려는 모든 이에게 좀 더 가까운 한강을 만들어내는 것, 더 많은 사람이 한강을 누리고 싶도록 한강을 바꾸어내는 것이 그 중심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강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강공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반갑다. 지금껏 보아온 시설을 보완하고 확충하는 수준의 정비사업이 아니라, 강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미래 가치에 자연과 생태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더욱 그렇다.

    한강의 센트럴파크, 여의도공원

    여의도는 대형 빌딩숲으로 이뤄진 계획도시다. 기존의 증권거래소와 즐비한 증권사 건물들과 함께 건립이 추진 중인 국제금융센터(SIFC) 등 초고층 복합개발 프로젝트가 구체화함에 따라 그 위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한강공원이 거주지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의 시민들을 고려해 개발되었지만, 여의도한강공원만큼은 직장인을 위한 휴식과 문화의 장이자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되고 있다.

    한강공원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기존의 공원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제방과 둔치부가 차단되어 있어 강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콘크리트 호안으로 이루어진 획일적인 수변공원의 경관은 다양한 종류의 공원 활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제한으로 작용해온 것이 그간의 현실이다. 본격적인 서해안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서울의 광역적인 항구 기능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미흡하다는 것도 누누이 지적됐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직장인의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여의도한강공원 특화사업의 목적입니다. 광역여객선착장과 마리나 시설 등으로 본격적인 수상교통시대를 열어감으로써 서울의 메카, 대한민국의 메카로 거듭난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그에 앞서 한강특화사업 전체의 목적이기도 한 자연성 회복과 생태 복원이라는 커다란 테마가 반영돼 있고요.”

    여의도·난지·반포·뚝섬 4대 한강공원의 변신

    여의도한강공원에 조성되는 요트 마리나 시설 조감도. 간선도로에서도 환상적인 레포츠 경관을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특화사업부에서 여의도공원을 담당하고 있는 전영주씨는 여의도공원의 사업추진 방향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 단순히 직장인의 휴식공간에 머물지 않고 향후 여의도가 국제금융업무지구로 지정될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특화된 공원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여의도 둔치를 찾는 이용객이 많지만 별다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거나 산책 혹은 자전거 타기가 전부임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프로젝트 설계를 마무리하고 12% 정도의 공사 진행률을 보이고 있는 여의도한강공원은 자연생태 복원을 위해 내년 10월까지 지금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질 예정이다. 우선 깎아지른 듯 내려앉은 제방부를 성토로 복원해 공원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홍수에도 안전한 구조로 만든다. 성토로 복원한 위쪽은 시민들의 산책로로 활용된다. 또 경사가 급한 콘크리트 호안을 모두 철거하고 수변식물과 자연석으로 대체해 시민들의 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경관도 개선한다. 비가 오면 흙이 유실되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식생블록을 사용함으로써 수변식물이 자라고 물고기들이 공생하는 살아 있는 공원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강가에 요트가 줄지어 서 있는 풍경도 조만간 만날 수 있다. 수상레포츠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조성되는 요트 마리나 시설은 간선도로에서도 보이므로 해외에서나 볼 수 있던 환상적인 레포츠 경관을 여의도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는 경우에도 시설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은 끊어진 상태인 여의도 샛강을 복원하고 샛강과 본류의 합류지점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여의도한강공원을 명실상부한 수상레포츠공원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 복원되는 샛강은 여의도한강공원과는 다른 새로운 생태공원으로 거듭난다.

    여의도한강공원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다양한 테마의 이벤트 광장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윤중로 높이의 전시로는 기본적으로 산책로 구실을 하지만, 이에 더해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겸하게 된다. 강물 바로 옆에 총 1360m 길이로 만들어질 예정인 테라스는 한강물이 불면 잠기고 줄어들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이른바 ‘친수형(親水型)’ 구조로 시민이 물 가까이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다.

    물 가까이에 조성되는 수변 스탠드와 휴게 조망공간 등은 물빛광장과 연결되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의도한강공원에 들어설 예정인 물빛광장에는 작은 폭포를 비롯한 다양한 물놀이 시설과 휴식공간이 설치될 예정. 특히 계단식으로 조성되는 물빛광장 캐스케이드는 시민들이 물을 가로질러 갈 수 있는 통로가 조성되는 등 청계천처럼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한강공원 분수가 강물을 사용하지만 물빛광장에 사용되는 물은 아이들의 피부에 닿을 것을 고려해 정화 처리된 물을 사용한다는 게 여의도공원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금호건설 김갑영 소장의 말이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안전입니다. 안전관리자들뿐 아니라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자체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 전담반을 구성했습니다. 안전 관련 지시사항을 세 차례 어겼을 경우 퇴출시키는 ‘3진아웃제’를 시행해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안전관리 사례를 공유하는 교육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사현장의 안전은 현장인력뿐 아니라 한강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민감한 부분이다. 안전을 지향하는 현장 방침 때문에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적잖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지금도 충분히 잘 이용하고 있는 시설에 왜 손을 대어 불편하게 하느냐’는 항의도 수시로 접수되곤 한다고. 그러나 김 소장은 달라진 한강의 모습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의도·난지·반포·뚝섬 4대 한강공원의 변신

    난지한강공원의 완공 후 전체 조감도.

    수상레저·생태체험의 메카, 난지공원

    ‘난초와 지초(芝草)의 섬’이라는 이름을 가진 난지도. 한때 꽃섬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정경을 자랑했지만 1970년대에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서면서 그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전락했던 이 공간이 최근 수년 사이 도심 속의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이곳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현재의 난지한강공원은 다른 공원에 비해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강변 위로 월드컵경기장과 하늘공원, 평화의공원, 대형 할인마트 등이 즐비하지만 정작 강을 가까이에 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실제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지역 명소에서 한강공원으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죠. 시민들은 한강공원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난지공원 담당 석승우씨의 지적이다. 특히 난지공원의 경우 인근에 주거공간이나 사무공간이 많지 않아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찾기 쉽지 않았다는 것. 서울 도심에서는 흔치 않게 습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있지만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여의도·난지·반포·뚝섬 4대 한강공원의 변신

    기존의 월드컵공원과 난지한강공원을 연결하는 중앙연결브리지 조감도.

    2008년 9월 착공해 진행률 20%를 넘긴 난지한강공원 특화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자연생태 환경을 적극적으로 보전하고 활용함으로써 난지공원만의 특징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총 64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난지공원에는 인라인스케이트 파크와 캠핑장, 물의광장, 요트마리나 등 가족 방문객과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레저문화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우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상암DMC단지나 월드컵공원 등에서 한강변 난지공원으로 바로 연결되는 중앙연결브리지와 평화의공원 연결브리지 등 여러 개의 접근로를 설치한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 이용객들이 난지공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폭 10.4m, 길이 57m의 지하복합연결통로도 마련한다. 눈여겨볼 것은 이 지하연결통로가 차만 오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까지 모두 이동이 가능하도록 세 개의 공간으로 분리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도로 때문에 막혀 있던 동물들의 이동통로를 확보해 공원 일대 자연생태계 보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난지한강공원의 자연성 회복 프로젝트는 자연 상태를 최대한 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기존의 콘크리트 옹벽 호안을 제거하고 이미 자연스럽게 이뤄져 있는 현재의 습지를 정비해 한강물을 끌어들임으로써 좀 더 넓은 생태습지를 개발하자는 것이 그중 한 가지 사례다. 여기에 외국에서 들어온 유해식물을 제거하고 습지식물과 자생화 등을 심어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마련된 자연습지는 기존 자연학습장과는 달리 전문적인 자연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해 캠핑장과 연계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난지캠핑장을 한강공원 쪽으로 이전해 야영을 즐기며 습지를 탐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난지공원 특화사업의 일환이다. 생태공원의 특징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 모든 구조물에 원목을 사용하는 것도 특이할 만하다.

    환경친화적 소재와 디자인으로 꾸며진 놀이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풍력발전 풍차와 저울그네, 기차놀이대, 통나무집, 회전놀이판 등을 조성 중인 환경놀이터는 바람과 물, 운동에너지를 놀이시설 콘셉트로 형상화한 환경과학 놀이터다. 인라인스케이트 파크는 규모 면에서도 국내 최대지만 지형을 이용한 다양한 시설물을 설치해 인라인스케이트나 보드, 바이크 모터크로스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해 자전거 공원을 개설해 뱃놀이대와 자전거보관대, 산악자전거 코스, 통나무벤치로 구성된 테마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난지공원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물의광장은 개울연못과 바닥분수, 직경 60m의 대규모 음악프로그램 분수대 등이 설치되어 시민의 놀이공간과 휴식공간이 될 것이다. 특히 옛날 한강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된 물놀이장은 전체 난지공원 공사가 끝나기 전인 2009년 여름에 먼저 개장할 예정이다. 분수대의 경우 여름에는 말 그대로 분수대로 활용되지만 겨울에는 얼음판을 조성해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점차 수요가 확대될 요트 이용 인구를 감안해 마리나 시설도 확충해 수상스포츠를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조석휘 난지공원 특화사업 감리단장은 “전체적으로 시민들에게 칭찬받는 작품을 만들고픈 욕심이 크다”고 말한다. 난지공원은 지형이 낮은데다 한강 하류의 특성상 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 강물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만큼 배수시설의 확충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난지공원의 경우 이 배수구조물 하나하나까지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장마 등으로 인해 시설물이 잠길 때도 전망대와 각종 데크가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잔디를 최대한 활용하고, 도로 역시 투수성이 좋은 소재를 활용한다.

    여의도·난지·반포·뚝섬 4대 한강공원의 변신

    반포한강공원 동쪽의 물방울놀이터. 어린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고무칩 소재로 만들어진다.

    다른 한강공원 공사현장과 마찬가지로 난지공원 역시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 직원들 사이에 마찰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완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라는 것이 조 단장의 설명이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차도를 대체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로 활용하고, 수상면허시험장과 수상스키장, 선착장 등 수상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는 보행로를 마련하는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 경쟁력의 완성, 반포공원

    자전거를 타고 한강 남쪽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이들이 만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잠수교다. 이어지던 자전거길이 반포대교를 만나 흡사 입체고가도로 같은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바뀌는 것. 잠수교를 달리는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희생’됐던 자전거길의 모양새는 반포한강공원의 등장과 함께 완전히 바뀐다. 오히려 차량이 보행자와 자전거에게 도로를 양보하는 셈이 된다.

    ‘강남과 강북의 교류와 화합’은 반포한강공원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테마다. 이 공원의 가장 큰 차별점은 공원이 반포대교와 그대로 연결되는 구조로 완성된다는 점이다. 반포대교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낙하분수만을 기획했던 당초 계획이 변경되어 그 아래 잠수교에 시민 통행로를 확보함으로써 도보와 자전거 이용이 모두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말 그대로 ‘사람 중심의 개발’을 통해 새로운 구조의 시민편의시설을 확충한다는 배려가 담겨 있다.

    여의도·난지·반포·뚝섬 4대 한강공원의 변신

    공사가 80% 이상 진행된 반포한강공원의 전경.

    이미 공사의 80%를 진행, 진척률이 가장 빠른 반포한강공원은 낙하분수의 조성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예정이다. 반포대교의 낙하분수는 총 길이 1140m에 380개의 분수가 일제히 뿜어져 나오면서 색색의 조명 연출로 장관을 이룬다. 그 아래 잠수교는 차량통행에 이용되던 차선 중 두 개를 인도와 자전거도로로 변경해, 강남과 강북을 걸어서 오갈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하고 있다. 낙하분수의 물은 한강물을 그대로 활용하며 2009년 4월30일 정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반포공원은 반포대교를 중심으로 양쪽이 정대칭 구조를 이룬다. 반포대교 남단의 달빛광장 한가운데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검은색 원형 조형물이 들어서고, 초승달을 의미하는 아이보리색 조형물들이 그 주위를 감싼다. 이들 조형물은 물보다 비중이 무거운 특수 목재를 사용해 침수돼도 뒤틀리거나 변형되지 않는다. 달빛광장을 중심으로 양쪽 강변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피크닉장으로 활용될 이 잔디밭은 한강변과 바로 맞닿아 있는 야외무대로 이어진다. 반포대교 동쪽과 서쪽에 하나씩 설치되는 야외무대는 1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반포공원이 휴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시민의 장으로 거듭나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공원의 동쪽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물방울놀이터가 조성된다. 아이들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해 고무칩 소재로 만들어지는 놀이터는 그 아래에 위치한 생태학습원, 생태관찰데크와 함께 가족 단위 시민들에게 유용한 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생태관찰데크는 기존의 억새 밭을 훼손하지 않은 채 사이에 목재로 길을 만들어 산책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당초에는 억새 지역을 없애고 새로운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형성된 공간을 없애는 것은 이번 사업의 기조인 생태 복원과 보전의 의미를 크게 거스르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의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없애고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한편 다양한 식물 성장 환경을 조성해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반포공원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남영건설 이윤수 소장의 말이다. 그는 반포공원이 이번 특화사업을 통해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는 친환경 공원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강남과 강북이 만나는 새로운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 자신했다.

    여의도·난지·반포·뚝섬 4대 한강공원의 변신

    뚝섬한강공원에 조성되는 수변무대·음악분수 조감도.

    한강의 ‘유원지’ 뚝섬공원

    지금까지 살펴본 여의도, 난지, 반포공원이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지 못했던 공원인 것과 달리, 뚝섬한강공원은 기존의 유원지 시설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무조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개선해 활용도 높은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뚝섬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역사적 맥락도 담긴다. 뚝섬이라는 이름은 ‘뚝기’, 즉 ‘임금의 출정을 상징하는 깃발’을 내거는 장소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시설물 가운데 상당수를 그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가며 디자인한 것이다.

    2009년 10월 완공될 예정인 뚝섬공원 역시 공사 진행률 20%를 넘겼다. 다른 어느 공원보다 이용객이 많은 편이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사로 인한 이용제한 장소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2008년 7월 말 폐장한 수영장의 경우 딱 1년이 되는 올 7월 말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용객이 많아 콩나물시루 같던 수영장이 다양한 시설을 확충한 야외수영장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특히 물이 고여 있지 않고 순환하는 유수(流水) 풀은 한강공원 수영장 중 유일한 것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입니다.”

    뚝섬공원 특화사업의 감리를 맡고 있는 한국종합기술 임종혁 단장은 이전에는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이용되던 수영장을 겨울에는 눈썰매장이나 스케이트장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점을 감안해 어린이 풀과 유아 풀을 분리하여 활용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수영장 개방 전인 3월에 수영장 옆에 조성 중인 나눔의 장터를 미리 개방해 이용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뚝섬공원은 테마에 따라 키즈 파크와 수변 광장, 스포츠 파크 등으로 나뉘어 조성된다. 청담대교와 인접한 공원인지라 지금도 그 경관이 충분히 아름답지만, 수변무대와 음악분수 등의 시설이 확충되고 나면 남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정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외 공연과 영화 상영 같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수변무대는 한강의 조망성을 고려해 강물 쪽으로 완만하게 경사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음악에 따라 다양한 쇼를 연출하게 될 음악 분수는 한강의 생동감을 형상화하는 환상적인 야경을 만들어줄 듯하다.

    “수변무대와 음악분수는 모두 세계에서 둘째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영장 바닥의 세라스톤 포장을 비롯해 곳곳의 디자인에 대해 이화여대 색채디자인연구소 등 디자인 전문가들과 환경색채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섬세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력을 기울인 만큼 규모, 디자인, 친환경 요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시민공원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뚝섬공원 특화사업의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금호건설 최광희 소장은 뚝섬공원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시설물로 청담대교 하부에 설치되는 원형 갤러리 데크를 꼽았다. 친수형 호안으로 조성한 한강 둔치 위 교각을 강 정경을 조망할 수 있는 데크로 활용하는 것이다. 교각 위의 통유리 데크는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하철 7호선 뚝섬역과 연결해 설계됐다. 데크는 한강을 내려다보는 카페테리아가 조성되어 휴식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기존의 주차장 위치와 자전거도로를 조정해 강물 바로 옆에서 산책과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공원이 전체적으로 강 쪽으로 한발 다가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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