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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09년 2월호 별책부록 Brand New|Hangang

한강의 경관을 모든 시민에게

CHAPTER _ 4 도시구조 혁신과 새로운 스카이라인의 창조

  • 이인성 | 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교수 leeis@uos.ac.kr

한강의 경관을 모든 시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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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경관을 모든 시민에게

밤이면 아름다운 조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싱가포르의 수변공간. 오른편 강둑을 줄지어 불밝힌 곳은 낡은 창고건물을 수리해 조성한 수변 식당가 보트 키다.

다양한 활동이 다양한 공간을 만든다

한강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채 일부 재건축 사업이 시행되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 예로 최근에 완공된 잠실지구는 5층의 아파트가 30층 이상으로 재건축되었는데, 시각적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 타워형 아파트를 많이 짓고 통경축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5층의 벽이 30층 이상의 벽으로 대체되어 한강의 시각차단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다.

그러므로 단지 차원에서 한강의 경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문제는 보다 큰 지구 또는 도시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이미 연속적인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간선가로를 중심으로 시각회랑을 만드는 것이다. 일단 한강변의 개발단위를 대규모화하고, 주요 통경축 역할을 하는 간선가로 주변에 공원 등 오픈스페이스와 학교 등 저층 공공시설을 집중 배치하며, 그 주변의 건축물 높이를 제한함으로써 시각통로를 확보하는 방법이 실효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통경축은 그 위치와 폭에 따라 한강의 막힌 경관을 여는 통경축이 되기도 하고, 도시공간과 한강을 연결하는 주요 보행통로의 역할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의 광역 녹지축을 잇는 동시에 한강의 바람길을 연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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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가로를 중심으로 한 한강변 시각회랑의 확보 개념도.

한강 경관의 또 다른 문제는 단조롭고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단조로운 경관은 비단 건물 외관의 문제만이 아니다. 다채로운 경관은 문화, 상업, 업무 등 다양한 도시 활동이 그 장소에서 일어나야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한강 연접지역은 대부분이 사유지다. 한강변의 사유지는 배후 도시지역이 한강과 연결되는 것을 공간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것은 한강변 사유지의 대부분이 주거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주거지역의 대부분을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지이용이 주거지역 위주로 이뤄진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주거 단일 용도의 토지 이용으로 인해 다른 도시 활동과 기능이 한강변으로 들어오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 큰 문제다.

이러한 문제점은 아파트단지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단독주택 지역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상가가 들어서고 가로를 따라 다양한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아파트단지에는 단지내 상가 이외의 다른 기능은 원천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이다. 일단 단일 용도의 주거기능이 형성되면 용도의 변화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의 외관을 아무리 다양하게 설계하더라도 경관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드니 달링하버, 도쿄의 오다이바 등 외국 워터프런트의 다채로운 경관은 수변에 일어나는 활기찬 도시 활동이 드러난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토지 이용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한강을 서울의 진정한 워터프런트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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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늘어선 고층아파트들은 한강으로 향하는 바람길을 막아서 열섬현상을 심화시킨다.

한강의 경관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주거 용도 일색인 한강변의 토지 이용을 다양화해야 한다. 상업기능이나 업무기능 같은 중심기능을 한강변으로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문화와 공공기능을 한강변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한강을 문화와 생활의 중심축으로 만드는 일이 시작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부지는 강변의 대규모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에서 기부채납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강변 개발의 용도를 복합화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한다. 아파트단지로 강변을 막아버리는 개발은 이제 지양해야 하며, 주거지 개발에도 일반시민을 위한 문화기능과 편익기능을 반드시 포함해 복합용도로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강변에 문화 및 공공기능, 가능하다면 부분적으로 상업업무의 기능을 도입할 수 있다면 한강에서의 시민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시민들이 한강을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손쉽게 찾는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들 것이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한강을 진정한 도시 활동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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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도시공간을 연결하는 시각회랑, 보행통로, 녹지축 및 바람길의 조성.

한강의 경관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강변 건축물의 배치와 외관도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최근 서울시의 디자인 심의 강화로 건물의 외관 디자인은 많이 향상됐지만, 건물배치의 문제는 개선되고 있지 않다. 한강변의 건물배치와 관련된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강변에 바싹 붙어서 고층건물의 벽이 형성되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중·고층을 적절히 혼합하고 조화시킨 배치를 적용하고 특히 한강변에 배치되는 건물의 높이를 비교적 낮게 유지하면 해결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건물을 강변으로부터 뒤로 빼 배치해서 강변에 공공공간을 확보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개별 단지개발에 건물의 높이제한을 적용하면 결과적으로 한강변에는 거대한 아파트의 벽이 쳐질 수밖에 없다. 높이가 제한되면 도시계획에서 허용된 용적률을 찾기 위해 거의 모든 아파트 동을 최고 허용 높이까지 높여야 하고, 이로 인해 강변에 거의 같은 높이의 고층아파트가 획일적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강의 배후 조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연변지역에 대해서는 높이제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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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 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교수 leei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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