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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 정리·유은혜 | goltong93@freechal.com

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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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한강 개발의 목표는 도시 문화수준의 업그레이드여야

손세관 |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1960년대 한강에서는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 고기를 잡아 올리던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시민들은 한강에서 빨래를 하고 물고기를 잡고 또 강물을 끌어다 공업용수로 사용했다. 그만큼 한강은 삶의 중심이자 ‘서울성(性)’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진행된 무절제한 개발로 인해 무미건조한 아파트 건물이 강변을 포장해버리면서 한강은 그때의 활기를 잃어버렸고, 그저 바라만 보는 강이 된 지 오래다. 그러니 이제라도 한강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한강 중심의 도시 개편이 주변 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만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부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한강 개발의 주요 목표는 한 도시의 문화수준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도시가 지닌 보이지 않는 문화적 가치와 질 높은 공공공간 창출에 역점을 두자는 것이다.

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이런 맥락에서 랜드마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진정한 랜드마크는 높이가 아니라 강과 그 주변의 여러 건축적 특징이 어우러진 전체적인 경관에 의해 만들어진다. 고층 아파트나 특별한 건물 하나로는 도시가 업그레이드되지 않는다. 파리만 해도 특별한 건물 하나보다 강변을 따라 자리 잡은 역사적인 박물관과 다리, 낮지만 잘 관리된 아파트가 어우러진 풍경이 랜드마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한강 주변은 기존 건축물의 퀄리티가 취약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강 주변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신구 건물의 높이와 디자인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섬세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변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는 극히 일부만 고층으로 짓고 대부분은 중저층으로 제한한다거나, 주거 지역과 다른 기능의 공간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이 전체 경관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을 갖고 강력하게 주도해야 가능한 일이다. 강 주변에 문화지역에 버금갈 정도로 수준 높은 주거지역을 형성한 영국의 도크랜드나 주거와 상업 및 문화시설을 통합하고 요트와 크루즈선을 개발해 국제적인 명소로 떠오른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강의 물길을 도시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민할 부분이다. 물을 도시 안쪽으로 끌어들이면 주거는 물론 상업 문화 레저 등의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 닫혀 있던 강을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국과 같은 수상교통 기능 도입이 보다 현실화할 수 있다. 현재 한강 수상택시의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도 결국은 접근성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작은 물길을 내륙으로 돌리면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도 마곡, 용산, 여의도 등 워터프런트 개발 계획이 있지만 물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에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몇 번 한강 개발이 시행됐지만 치수(治水)와 교통망 확충에 역점을 두었을 뿐 한강을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의미가 크고, 또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이 작업이 단순한 조경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더 큰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20년짜리 단기 계획과 더불어 50년, 100년짜리 장기 계획도 필요하다.

어쩌면 진정으로 한강을 회복하는 길은 이러한 밑그림을 만들어 후세에 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50년 후엔 한강 주변이 어떻게 바뀌고 그로 인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프로젝트의 종착점에 대해서 더욱 구체적으로 공유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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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캔버스 삼아 펼쳐지는영상쇼

이상봉 | 패션디자이너

가끔 산책이나 운동을 하기 위해 한강에 나가 보면 수영장,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 이런저런 시설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괜찮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이나 인상적인 건축물은 없는 것 같다. 한강 하면 몇 개의 다리 이름만 떠오를 뿐, 이거다 싶은 상징적인 공간이나 건축물은 떠오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에 비해 유럽의 도시를 관통하는 강들은 한강보다 규모는 작지만 강을 둘러싼 건축물과 조명으로 인해 낮은 낮대로, 또 밤은 밤대로 매력적인 강변 풍경을 자랑한다. 파리만 해도 오르세미술관과 루브르박물관이 있고, 바다를 끼고 있는 홍콩과 시드니에도 컨벤션센터와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물과 건축이 빚어낸 풍경이 그 도시의 상징이 된 대표적인 곳들이다.

반면 우리의 한강은 어떤가.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혹시 바다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면서도 아쉽게도 그에 걸맞은 풍경은 부족하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한강은 아직 스케치와 채색이 끝나지 않은 커다란 캔버스인 셈이고 여백이 많기에 수준 높은 작품으로 완성할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그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구상하고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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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한강에는 서울의 자연과 건축물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눈으로만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공연시설과 컨벤션센터, 공공도서관처럼 시민 누구나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축물이면 더 좋겠다. 한강에 예술의전당 같은 대규모 문화공간이나 국제적인 전시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가 있다면 서울 시민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한결 친숙하게 한강을 찾고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멋진 건축과 한강이라는 자연이 빚어내는 풍경, 그리고 시민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라면 서울의 랜드마크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런 한강에서라면 패션쇼를 열어도 좋겠다. 물 위에 특수한 구조물을 설치해도 좋고 한강 다리를 무대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기존의 쇼 무대와 달리 넓은 스케일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물 위의 패션쇼는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멋과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강물을 스크린 삼아 화려한 영상쇼를 기획하는 것은 어떨까. 한강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불꽃놀이가 서울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면 강변 영상쇼는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에 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어둠이 내린 강물 위에 영상을 투사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이런 이벤트는 색다른 한강 축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강 프로젝트는 소중하게 간직해두었던 옷을 리폼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이에 변화를 주거나 단추 하나 액세서리 하나만 바꿔도 스타일이 살아나는 게 리폼한 옷의 매력인 것처럼, 시대의 정신과 풍경을 간직하면서도 남다른 가치를 불어넣은 한강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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