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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태풍의 눈’ 농민공

최근 실직자만 2000만…체제불안 부르는‘실업 쓰나미’

  • 하종대│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중국 경제 ‘태풍의 눈’ 농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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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태풍의 눈’ 농민공

지난해 12월14일 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역 광장. 봇짐을 둘러멘 농민공들이 하염없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농민공의 실업은 각종 사회보장이 제공되는 도시민 실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도시민 같은 실업수당이 없다. 그동안 직장만 도시에 있지 집과 가족은 모두 농촌에 있었던 이들이 실업자가 되면 도시를 떠돌거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중국 대도시의 사회안전망은 어느 정도 갖춰진 편이다. 지난해 말 현재 도시의 양로보험 가입자는 2억137만명에 달한다. 의료보험 가입자는 이보다 많은 2억2311만명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전체 도시근로자 2억9350만명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또 도시에서는 수입이 적거나 없는 빈민들에게 생활보조금이 지급된다. 베이징의 경우 도시민에겐 매달 410위안(약 8만2000원)씩, 교외의 농민에게는 연간 2040위안씩 생활보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농촌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양로보험 가입자는 5171만명으로 전체 농촌 인구 7억2750만명(2007년 기준)의 7%에 불과하다. 의료보험 가입자 역시 3131만명으로 전체 농민의 4.3%뿐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연해지역의 기업이 가능한 한 농민공을 해고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실직해 귀향한 농민공에게는 각급 지방정부가 직업훈련도 제공한다. 각 지방정부는 앞으로 공공사업을 일으켜 실업 농민공을 최대한 흡수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과 기업연합회는 최근 각급 지방정부와 기업, 노조에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임금 체불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또 농기구 구매를 위한 보조금 확대 등 농민공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다시 얻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 당국은 농민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최대 사회불안 요인

요즘 중국 동부지역 대도시들은 실업 농민공들로 만원이다. 일자리를 소개하는 업소에는 젊은 농민공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춘제 때 고향에 내려갔던 농민공이 무작정 올라왔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에는 과거보다 더 많은 농민공이 몰리고 있다. 홍콩의 원후이(文匯)보는 최근 광둥성 취업서비스관리국 통계를 인용해 춘제 이후 보름 사이에 광둥성에만 970만명의 농민공이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26.8%인 260만명은 무작정 도시로 올라온 사람이다. 최근 들어 광둥성이 ‘실업자 공장’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의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광저우시가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광둥성 기업의 20%는 올해 상반기 감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올해 상반기엔 도시와 농촌 모두 실업 농민공으로 넘쳐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부터 증가세를 멈추고 감소하기 시작한 중국의 수출은 올해 1월 들어 무려 17.5% 줄었다. 이는 1998년 이래 최고치로, 전혀 예상치 못한 격감이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해고가 잇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처음 각 지방에 내려 보내는 ‘1호 문건’을 농민문제 해결로 삼았다. 1호 문건이 농업문제를 다룬 것은 올해가 여섯 번째다. 중국 정부는 특히 농민공 체불임금 해소에 주력하고 농민공의 집단행동이 폭행과 파괴, 약탈행위가 아니라면 되도록 경찰병력을 동원해 진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신 각급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대화를 통해 풀라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를 잃어 가뜩이나 심정이 안 좋은 농민공을 가능한 한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또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이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범죄에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월 1일 상하이에서는 실직한 농민공 4명이 짜고 납치극을 벌였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중국 신화(新華)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랴오왕(瞭望)’은 “올해 중국 사회가 대립과 충돌에 직면할 가능성이 한층 높다”며 “올해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통치능력을 시험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도 1월 19일 국무원 전체회의에서 “올해는 신세기 들어 경제발전에 있어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사회 안정을 위한 고용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특별 당부했다. 2009년 중국 정부의 최대 과제가 농민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느냐라는 점을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사회 불안은 곧바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올해의 최대 정치 화두가 농민공인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총체적 문제

농민공 문제는 단순히 실업이나 사회불안, 정치적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최대 역점 사업으로 삼고 있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중국 전체 경제의 회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 정부는 현재 세계적인 경제위기 영향을 최소화하고 올해 목표로 내세운 8% 성장을 반드시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이미 발표한 인프라 투자 계획만도 2010년까지 4조위안(약 800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자금을 철도와 도로, 공항, 항만 건설에 집중 투자해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궁극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확대시키겠다는 의도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적어도 40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그동안 수출 일변도로 경제성장을 해온 방식에서 탈피해 앞으로는 내수시장을 확대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농민들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최근엔 가전제품의 농촌 보급 촉진 정책까지 내놨다. 농촌 주민이 휴대전화와 컬러TV, 세탁기, 냉장고 등을 사면 구입금액의 13%는 정부가 대준다는 정책이다. 농민의 소비를 촉진해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나아가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농민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농민공의 임금 수입이 격감하면 농촌 소비가 늘어날 리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기본 전략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조만간 농민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3월 초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정협) 회의에서도 농민공 문제는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이자 자유와 민주를 부르짖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발생 20주년이다. 티베트에서는 달라이 라마가 인도에 망명해 망명정부를 세운 지 50년이 되는 해다. 중요한 정치적 의미와 함께 사회적 불안으로 작용할 사건이 많은 해인 셈이다. 세계 각국이 중국의 농민공 문제를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시원(陳錫文) 중국 공산당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판공실 주임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농민공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농민의 복리를 높일 뿐 아니라 농촌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전체 경제사회의 안정,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농민공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아 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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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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