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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OBS 사장 물러난 주철환

“행복한 사람은 일터가 놀이터예요 난 여기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어요”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OBS 사장 물러난 주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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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사장 물러난 주철환

사진 박해윤기자

제 아들이 서너 살쯤일 때로 기억됩니다. 아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방문했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문을 밀었는데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계속 밀었지만 힘만 들 뿐 문은 안 열렸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던 아들이 문 앞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더니 문을 자기 쪽으로 살며시 당겼습니다. 열리지 않던 문이 너무나 쉽게 열리는 걸 보고 저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밀지 말고 당겨라.” 살다 보면 밀어야 할 때도 더러 생깁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밀어낼 때가 아닙니다. 서로 당겨 안을 때입니다. (중략) 함께 지혜와 용기를 모읍시다. 12월의 험난한 파고를 잘 헤치면 안개와 풍랑에 가려 보이지 않던 우리의 희망봉도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 2008년 12월1일 메일 중에서

내가 보낸 사내 메일을 어떻게 봤어요? 아하, 그 사람하고 친구야? 나 그 사람 참 좋아해요. 희나리라서 더 좋아해. 희나리? 내가 직접 만든 건데 희망을 나누는 리더들이란 거예요. 우리 신입들인데 정말 그렇게 될 거예요, 정말. 걔들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요. 내가 학교 투어해서 직접 뽑은 애들이거든.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꼭 만나자고 했어요. 돈은 내가 대기로 했고. 그래야 부담 안 되니까(웃음). 걔네들하고 기브 앤 테이크(give&take)를 뭣하러 해요. 내가 돈이 있는데. 대신 걔들은 사랑을 주잖아요.

우린 많이 놀러 다녔어요. 팀별로 1박 2일 MT 많이 갔어. 가서는 물론 회사 현황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랬지만 대화 많이 했어요. 저 사람 참 마음에 든다, 그러면 친구가 되는 거고, 그게 그렇게 형 동생 사이가 되는 거잖아. 내가 떠난다고 섭섭해하는 직원이 많은데 그러지 말라고 그래요. 섭섭하다는 감정이 있다는 건 단순히 우리가 사장과 직원의 관계가 아니란 거 아냐. 그럼 언제든 만나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형제가 캐나다에 있고 북극에 있다고 해서 형제가 아니야? 요즘 그래서 난 이 말을 자주해. 브라보! 브라더!

온정은 사람을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내가 사랑해주니까 저런 사장을 기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솝우화에도 나오잖아. 북풍이 부니까 사람들이 움츠리지만 온풍이 부니까 사람들이 막 마음을 열잖아.



메일 쓰는 거 어렵지 않아요. 10분이면 돼. 이렇게 말하면 또 잘난 척 같은데 나한텐 축적된 감정의 호수가 있기 때문에 꺼내기만 하면 돼요(웃음). 이걸 가지고 내가 무슨 문학대회 나가는 것도 아니고, 진심을 담아 쓰면 된다고 봐. 글 쓰는 거 조금 타고나기도 했어요. 이미자 선생님이 노래를 배워서만 노래 잘하는 건 아니잖아. 우리 식구가 보는데 뭘 그렇게 쓰는 걸 부담스러워해요. 그럴 필요가 없잖아, 안 그래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움이 되는 만남을 거부하거나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대주주와도 마음을 열고 대화하겠습니다. 여러분과도 가식 없이 끝까지 대화하겠습니다. 메일로, 문자(010-3357-****)로 시간약속을 잡으십시오. 사장은 그런 일 하는 게 아니라고 조언하지 마십시오. 저는 제 목표와 스타일(C&C Creativity & Communication / H&H Harmony & Humanity)로 승부하겠습니다. (중략)

최근 한국을 찾은 배우 미아 패로는 평생을 소중하게 간직한 두 가지 R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Respect(존중)이고 다른 하나는 Responsibility(책임)입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자 합니다. 여러분을 존중하고 제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대기하고 있는 행복을 발견, 발굴, 발명하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 2008년 10월27일 메일 중에서

연락 왔느냐고? 아, 그럼, 물론이죠. 그런데 요 근래는 슬프다는 게 대부분이에요. 나 때문에 여기 왔는데 사장님 떠난다니까 마음이 울적하다는 내용이 많아요. ‘힘내세요, 사랑해요, 명랑했던 모습 되찾아주세요, 사장님이 슬프면 우리가 슬퍼요’ 뭐 그런 거. 그 전에는 개인적인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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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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