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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논단

운하 건설은 ‘콜럼버스의 달걀’

“실물경제 붕괴 막으려면 SOC 사업 과감히 투자해야”

  • 주명건│세종연구원 원장 mgchoo@naver.com│

운하 건설은 ‘콜럼버스의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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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건설은 ‘콜럼버스의 달걀’

지난해 12월29일 4대강 정비사업의 첫 삽을 뜨는 착공식이 안동에서 열렸다.

대운하는 ‘콜럼버스의 달걀’

4대강 정비사업과 관련해서 현 정부는 대통령선거 때 운하 건설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다수 국민의 승인을 얻었다.

그러나 전임 정부는 선거 후에도 정권 이양시까지 모든 권력과 친여(親與) 언론을 총동원해 무리한 반대논리를 폈다. 그 후 야당이 돼서도 총선 때까지 계속 이를 공격했고, 현 정부는 정면 대응을 피했다. 이 때문에 국민에게는 야당의 주장이 옳은 것처럼 비쳤다. 운하 건설의 타당성에 대해선 선거기간 내내 한번도 공정하게 논의된 적이 없고, 무리한 반대논리만이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각인된 것이 사실이다.

운하 건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하천을 정비하되 쓸 수 없도록 하라는 모순된 주장이다. 한국의 지형과 역사적 상황을 생각해보면 운하 건설은 세계적 대공황을 극복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하늘이 내린 축복임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외국의 침입에 시달려온 조선왕조는 도로나 수로를 아예 개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인 국방전략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결과, 한반도의 하천들은 방치되었고 하상이 높아져 장마철마다 인명과 재산을 잃게 하는 재앙의 진원지가 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은 뒤늦게 운하를 건설하기 때문에 준설과정에서 채취한 하천골재의 판매로 매년 3조원의 재원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

한반도는 인구가 28배에 달하는 중국의 동쪽에 위치해 끊임없이 침략을 받았으나 워낙 수적으로 열세라서 중국과는 대결해볼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교통물류가 불편한 것을 천혜의 방어벽으로 여겨왔다. 그러므로 중국의 사신들이 왜 길이 좁고 불편하냐고 물으면 고작 국세가 비색해 그렇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이 생존의 지혜라고까지 생각했다.

삼국시대에도 한반도 전역에 왜구의 침입이 극심했다. 오죽했으면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문무왕이 유언으로 자신의 유골을 동해에 뿌리면 해룡으로 태어나서 왜구를 무찌르겠다고 했겠는가? 그래서 서울, 전주, 진주 등 유서 깊은 도시들은 모두 내륙에 위치했고 일반인은 하천을 이용하거나 바다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한 세기 전 한국을 공략해 부동항을 확보하려던 러시아가 광범위하고 치밀한 답사 결과 작성한 ‘대장성보고서’를 보면 반도국가임에도 한국인은 물을 무서워하고 이용할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거룻배조차 바닥이 얕아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전복되며, 선원들이 육지가 보이지 않는 바다를 항해할 줄도 모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천 준설을 맹목적으로 반대만 하기 전에 왜 우리가 그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 지정학적 원인을 연구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

‘아직 한강의 기적 아니다’

게다가 한국은 한강 어귀가 DMZ로 막혀 있고, 서해조수 간만 차가 8.2m가 되며 산악국가인데다가 연간 강우량의 70%가 석 달 동안 집중돼 하상계수(강 한 지점의 최대수량과 최저수량의 비율)가 높기 때문에 운하를 건설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1985년 충주댐이 완성됨에 따라 소백산맥을 21km 정도 굴착하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1988년 일본 쓰가루해협에 54km의 세이칸터널이 TBM공법으로 완성됨으로써 비로소 경부운하의 건설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경부운하의 개념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것이다. 사고방식만 바꾸면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콜럼버스가 생존했던 당시 스페인 귀족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콜럼버스를 질투했다. 경부운하 반대론자들 가운데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너무 당연하고 쉬운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 야속할 수 있다. 크게 본다면 경부운하는 후대인에게는 광활하고도 새로운 기회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독일을 가보면 엄밀한 의미로 한국에는 ‘한강의 기적’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바지선이 바쁘게 오가는 라인강을 보면 왜 독일의 발전을 ‘라인 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텅 비어 있는 한강을 놓고 한국의 경제 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다. 따라서 진정한 ‘한강의 기적’은 경부운하의 건설과 더불어 이제부터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경부운하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부분이고 그 위치와 방법에 따라 경부운하의 효율성과 타당성에 큰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요약하면 터널을 충주댐의 상류에 건설하느냐 또는 하류에 건설하느냐에 따라 투자효과와 비용규모 및 환경의 훼손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세종연구원의 검토 결과 댐 상류에 건설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비용도 대폭 절감하고 경부운하의 건설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비싸고 불필요한 선박 인양기(Ship Lift)나 환경을 훼손하는 인공수로의 건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인운하의 건설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잠실수중보 상류지역을 준설해 갑문 없이 팔당댐까지 갈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하남시와 구리시 및 남양주시를 비롯한 동부수도권을 중국과 일본시장과 직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륙수운의 가장 큰 이점은 모든 운하연변을 항구화 시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잠실수중보는 고도차이가 3.8m에 불과하므로 이를 없애면 일산에서 하남시와 남양주시까지 55㎞를 ‘고속 훼미리선’으로 40분에 주파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강은 새로운 고속도로가 되어 동맥경화증에 걸린 수도권의 교통망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 도시경쟁력을 높여 줄 것이다.

상수원 이전도 시급

일부 학자들은 운하 건설이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하나 환경보존을 가장 중시하는 유럽연합(EU)이 화학제품, 석유 등 위험물질의 80%를 바지선으로 운송하며 운하망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그것은 수로를 준설하고 바지선을 운행하는 것이 하천을 방치하는 것보다도 수질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상수원을 상류의 1급수 수원지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운하 건설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도 이를 먼저 시행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상수원의 관리현황을 보자. 그동안 수질개선 명분으로 8조4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으며 경기도 총면적의 21%(6.9억평, 22억8000㎡)나 상수원 보호 명목으로 개발을 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질은 2급수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총발생부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축산폐수를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질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운하 건설에 따른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면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빈은 원래 다뉴브강에서 취수했지만 1873년에 120km의 도수로를 건설하여 상수원을 알프스의 샘물로 바꾸었다. 뉴욕시도 초기에는 허드슨 강에서 취수했지만 지금은 200km 떨어진 올버니 부근 캐츠킬 산맥의 19개 저수지로 상수원을 옮겼다.

우리도 수도권 상수원을 상류로 옮기면 수질을 1급수로 올리고 정수 처리비용을 연간 약 6000억원 절약할 수 있다. 생수시장이 2008년 4500억원 규모로 급증한 것은 시민들의 좋은 물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를 입증한다.

부산지역도 상수원을 남강댐으로 이전해 수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재원도 골재 채취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또한 운하 갑문의 운용과정에서 연간 6억~11억t의 용수를 지형상 만성적 갈수지역인 낙동강 유역으로 공급한다면 한반도의 총체적 용수 운용 효율이 높아질 것이다.(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과 낙동강의 수질악화 문제가 발생했으나 어느 환경보호론자도 그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낙동강의 준설정비는 담수량을 8.5억t 이상 증대시킨다. 용수공급과 홍수방지를 위해 만일 모든 하천의 골재부존량 전부를 준설한다면 70억t의 담수능력이 증대하므로 연간 3355억원의 용수 수입을 증대시키고 수조원에 달하는 홍수 피해를 근절할 수 있다.

아울러 전국에 방치돼 있는 1만8000여 개의 저수지 기능을 개선해 담수량을 늘리고 수질을 개선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저수지의 관리와 수력발전댐 및 다목적댐들을 4대강 중심으로 유역별로 통폐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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