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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경제학 외

  • 담당·이혜민 기자

프로메테우스 경제학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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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경제학 외
▼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제국 이후의 동아시아 _ 최원식 지음, 창비, 299쪽, 1만6000원

내가 처음 동아시아론을 초(草)한 게 1993년 ‘탈냉전시대와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창작과비평’ 봄호)인데, 그 시절에는 ‘동’자만 봐도 대뜸 ‘대동아공영권’의 재판(再版)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아시아인의 아시아’를 내걸고 아태지역을 거대한 전장으로 만듦으로써 주변 나라들에 치명적 고통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도 끔찍하게 자멸한 그 전쟁의 이데올로기가 ‘대동아’였으니 한편 이해할 만한 구석도 없지 않지만 내용을 잘 살피지도 않은 채 새로운 사유의 모험에 비관용적인 지식사회의 습벽이 안타깝기도 했다.

동아시아론은 아시아에서 구미(歐美)를 모두 추방하는 편협한 ‘대동아’와는 인연이 없다. 동아시아에서 구미는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냉정히 헤아리면서 근대 이후 동아시아를 제어해온 구미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추구하자는 게 핵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한국사회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인 구미 자본주의 모델을 다시 보려는 동아시아론이 동구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생각한 것은 물론 아니다. 알다시피 동아시아론은 1989년 베를린장벽의 붕괴에서 시작되어 마침내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1992년에 이르는 동구혁명에 직접적으로 촉발되어 제출된 것이다. 동구든 구미든 이제 서도(西道)가 황혼에 들었다는 예감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이것이 화두였다.



한국은 이제 약소국이 아니다. 아시아의 네 용과 함께 주변부에서 탈출한 뒤 한국의 민주주의도 성큼 전진했다. 이런 조건들에 비춰 그 사이 한국사회 추동력의 핵인 민족주의를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강대국의 침략적 민족주의는 나쁘고 약소국의 저항적 민족주의는 좋다는 이분법은 한국이 중진국으로 상승하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동아시아라는 중간 장(場)에서 서구주의와 민족주의를 동시에 넘어서는 한국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하자는 것인데,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국에 상륙한 즈음, 나는 우리 안의 대국주의를 반성하는 ‘세계체제의 바깥은 없다’(1998)를 기초했다. 경제 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토끼를 잡은 뒤 마치 선진국인 양 들뜬 분위기로 흥청대다가 맞이한 충격 속에서 통일을 앞두고 대국주의로 질주하려는 충동을 일단 제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 뒤 그 씨앗은 대국도 아니고 소국도 아닌 ‘중형(中型) 국가’가 우리가 택할 최선의 길이 아닐까 하는 데로 진화했다. 주변 4강을 달래는 한편 북을 포용하며 통일의 최종형태로서 남북국가연합을 적극적으로 사유함으로써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에 한발 다가서고자 하는 매듭이 중형국가론이다.

1993년 이후 2008년에 이르기까지 느릿느릿 사유하면서 거둔 총 14편의 원고를 3부로 나누어 정리한 이 책이 21세기 한국의 선택을 토의하는 데 혹 작은 언덕이라도 된다면 무상의 영광이다. 강호제현의 아낌없는 질정을 바란다.

최원식│인하대 인문학부 교수│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 _ 이덕일 지음

언제부터 여성이 섬세한 존재로 규정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성리학의 본류가 예학으로 흐르면서 남성, 장손 중심의 종법이 확고해짐에 따라 현재의 여성상이 형성된 것”이라 지적한다. “출가외인과 여필종부가 바람직한 여성상의 전형으로 떠받들어진 것은 300여 년 남짓한 기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성성이라는 이미지가 국한된 탓에 역사 속에서 ‘축소 해석’된 여성들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고구려 제국 재건이란 태조의 유훈을 실천한 천추태후, 나라를 두 개나 개창한 소서노, 세계제국 원나라 황후로 군림한 기 황후, 조선시대 천주교를 받아들인 강완숙, 천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 정난정…. 필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았던 우리 역사의 모든 여성의 삶에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옥당/ 528쪽/ 1만8900원

황종희 평전 _ 쉬딩바오 지음, 양휘웅 옮김

원자바오 총리가 존경한다는 황종희에 관한 평전이 나왔다. 저자는 “17세기 중국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인 황종희에 대해 쓰느라, 장장 3년에 걸친 집필 기간 연구 서적을 되짚느라 조금도 나태해질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황종희는 17세기 중국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민주계몽주의자로 무엇보다 사람을 근본으로 생각하는 민주사상가였다. 그랬기 때문에 ‘군주권에 대해 구속력을 갖춘 중국식 민주주의 틀’을 주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자바오가 주목한 황종희 사상의 핵심도 바로 이 ‘민주군객론’이다. 번역자 양휘웅은 “황종희의 대표작인 ‘명이대방록’뿐 아니라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담긴 그의 시와 문장, 인물평이 담긴 묘지명과 행장(行狀) 등을 통해 사상을 살폈다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돌베개/ 656쪽/ 3만3000원

야나기 가네코, 조선을 노래하다 _ 다고 기치로 지음, 박현석 옮김

한 무리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일본인이란 무리도 마찬가지다. 조선인 말살 정책을 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야나기 가네코처럼 조선 문화 부흥을 위해 애쓴 이도 있다. 가네코는 남편 야나기 무네요시와 함께 조선민족미술관 설립을 추진하고 광화문 철거를 반대했다. 일본의 유명 성악가인 그녀는 3·1 운동의 실패로 침체돼 있던 조선에 힘을 주고자 남궁벽 등 ‘폐허’ 동인들과 함께 조선 곳곳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팩션인 이 책에는 “예술로 모두 하나가 되고, 노래가 희망을 전할 수 있음을 온몸으로 깨달은 가네코의 삶”이 담겨 있다. NHK 프로듀서 출신으로 현재는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KBS와 NHK가 공동으로 기획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일본 통치하의 청춘과 죽음’을 제작했다. 21세기북스/ 325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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