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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친환경 기업을 가다

일본 리코

효율성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 행복한 기업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일본 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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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코

일본 최대의 환경박람회 ‘에코프러덕트 엑스포 2008’이 열린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

특히 복사기나 프린터에서 토너는 열 기술에 의해 정보가 정확하게 종이에 입력된다. 대개 150도 안팎의 온도에서 이것이 가능하다. 전원을 켰을 때 얼마나 빨리 기계가 이 온도로 올라가서 복사나 프린트 기능을 수행하느냐가 과제다. 이 기술은 간단해 보이지만 고난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전원을 켠 뒤 10초 만에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리코 기술진은 ‘스탠바이 모드’에서 실제 복사할 때까지의 전력 사용량도 95%나 줄였다. 또 실제 복사와 프린트할 때의 전력 사용량도 4분의 1로 줄였다. 그 결과 고객의 전기요금 절감뿐 아니라 지구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리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은 아마도 종이가 없는 ‘페이퍼리스’ 사무실이 아닐까. 복사기 프린터 등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사무기기 제조업체인데 정작 본사의 판매부서나 대리점에 가면 책상 위에 종이 한 장 없고 컴퓨터와 전화기만 놓여 있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사카이 전무의 말이다.

“리코는 종이나 복사기 프린터만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피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판매하는 회사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효율이 좋지 않은 것을 팔면서 리코가 돈을 버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래서 종이 낭비 없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사무실 개념을 도입했지요. 물론 처음엔 ‘페이퍼리스’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종이 사용량이 잘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종이 낭비가 없어지고,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는 것을 사원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중요한 정보 보관소 역할을 했던 종이 파일은 모두 전자 데이터로 보관 중입니다. 이런 형태의 사무실에는 보안도 잘 지켜집니다. 사실 직원들이 적응만 된다면 거의 모든 업무영역에서 가능한 형태입니다. 그럼에도 회의할 때나 긴급하게 종이 사용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어서 완전한 형태의 ‘페이퍼리스’ 사무실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일본 리코

리코의 환경추진 담당 사카이 전무와 사회환경본부 다니 본부장(오른쪽).

경영진의 결단

리코는 해마다 환경회계 결과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외부에 알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4월1부터 2008년 3월31일까지의 회계연도에서 리코는 179억엔의 환경비용을 들였고, 395억1000만엔의 환경효과를 거뒀다. 환경회계란 비즈니스 부문 비용, 제품 리사이클링 비용, 행정 비용, 연구개발 비용, 사회활동 비용, 환경회복 비용 등의 부문으로 나눠 비용을 따지고, 에너지 절감, 부가가치 생산 기여, 사회의 폐기물 비용 저감, 환경교육 효과 등을 따져서 환경효과를 계산한다.



리코의 환경 경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기술개발이다. 당장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이어도 몇 년 뒤를 내다보고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박람회에 선보인 ‘레코뷰’ 프린터도 그런 기술이 될 것이다. 다쓰오 다니 사회환경본부 본부장이 중심이 된 환경기술팀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 등을 검토해가며 경영적 측면에서 신기술의 도입 여부를 저울질한다.

또한 경영진의 용기 있는 결단도 중요했다. 단기적으로는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남보다 더 빨리 시작해서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었을까. 다니 본부장의 말이다.

“당시 사장이던 사쿠라이 회장님이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사고방식이 개방적이고,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1997년 친환경 투자가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시뮬레이션을 전사적 차원에서 실시했는데, 몇 년 걸리지 않아 플러스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리사이클 사업의 경우 2003년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로는 2년 더 걸려서 2005년에야 플러스가 됐지만, 그때의 그런 결단 덕분에 지금 그 결실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의 대표가 의지를 갖고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카이 본부장도 리코의 친환경 경영의 성공 비결을 리더십에 뒀다. 리더의 지휘 아래 그룹 전체가 유기적으로 잘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쿠라이 사장 취임 이전에는 ‘친환경’이라는 개념이 직원들 마음에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환경 경영에 대한 의견이 충분히 개진되지 못했고, 구성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지요.”

리코가 수십년간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그런 노력에 결정적 힘을 실은 건 경영진의 환경경영선언이 있었던 1997년이었다. 이후 전 직원은 친환경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에너지 절감, 비생산 부문에서의 친환경 실천에 돌입할 수 있었다.

“리코는 제품 메이커이지만 부품 생산, 마케팅, 고객사용과 유지관리, 리사이클 사업에서까지 환경부하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고객들의 행동까지 포함한 친환경 활동을 기업 본사가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곳은 리코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일본 등 선진국은 2050년까지 환경부하 양을 2000년 수준의 8분의 1로 줄여야 한다. 리코는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객들에게는 제품을 잘 사용해달라고 당부하고, 부품업체에는 환경부하가 작은 원료를 사용해서 자원 사용량도 줄여달라고 요구한다. 공장의 사용 에너지도 줄여나가고 있다. 또 환경부하를 줄이는 데 사용하는 컴퓨터소프트웨어‘리코 레토’를 각 공장과 부품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점검할 수 있다.

환경 액션 플랜 착수

리코의 2008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는 2050년을 바라보는 리코의 친환경경영 원칙이 이렇게 묘사돼 있다.

일본 리코

리코는 친환경적인 식물성 토너를 개발했다.

‘2050년에 지구 인구는 90억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광물 자원은 바닥나고, 토지 이용에도 여러 규제가 작용할 것이다. 반면 에너지 자원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석유에서 대안 에너지들로 바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사회와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사용해왔던 화석연료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리코 그룹은 자원을 덜 사용하는 환경기술과, 석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제품 원료들을 개발하고 있다. 미래의 사회변화와 그런 변화가 우리 비즈니스에 끼칠 영향을 예상하면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며 오늘 취해야 할 조치들을 담고 있는 환경 액션 플랜에 착수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바뀌는 사회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리코 그룹은 2007 회계연도에 7.3% 성장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기업활동으로 인한 환경부하는 이전 회계연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비즈니스 활동으로 인한 환경부하는 오히려 크게 줄어 전년도의 92.45%에 머물렀다. 규모가 큰 환경부하는 주로 원료와 부품 조달과 같은 비즈니스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전 회계연도에 비해 장비분야처럼 좋은 결과를 보인 비즈니스 부문에서 발생한 환경부하는 원료와 부품 구입량이 많아지면서 증가했다. 그러나 가스나 물 계량기 등 측정기기에 사용되는 원료가 줄어 원료와 부품 조달로 인해 초래된 전체 환경부하의 삭감에 기여했다.

리코는 환경회계를 작성할 때 고객들이 리코 제품으로 전력과 종이를 소비하면서 발생시킨 환경부하도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이전 회계연도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 말은 결국 제품 자체의 수익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절약 기술을 도입해 줄인 전력소비 총량도 제품 판매 증가로 인해 초래된 에너지 소비 총량을 상쇄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 추세대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해간다면 리코는 조만간 이 수치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동아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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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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