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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名수상소감

발랄한 위트부터 신랄한 정치적 발언까지 아카데미를 빛낸 말들

  • 김치완│미국=문화칼럼니스트 nambawan@gmail.com│

아카데미상 名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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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名수상소감

2월 22일 열린 제 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광경.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 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어린 시절 projects(미국의 빈민들을 위해 지어진 공단주택을 일컫는 말.‘public housing’이라고도 한다)에서 살던 저는 당신들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당신들이 제게 배우의 꿈을 키워줬습니다. 이 자리에 서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우리에게 ‘대부’ ‘스카페이스’ ‘칼리토’와 같은 영화들로 유명한 알 파치노. 그는 1972년 ‘대부’를 시작으로 ‘형사 써피코’ ‘개 같은 날의 오후’등의 작품으로 무려 일곱 번이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 후인 1992년에야 비로소 ‘여인의 향기’ 맹인 퇴역 장교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 감격적인 순간, 우피 골드버그처럼 뉴욕 브롱스 지역에서 어렵게 자랐던 알 파치노는 옛날의 자신처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I had this thought and if I ever got up here I would say it. I‘ve been very lucky, and I‘ve been lucky. I found this desire for what I do early in my life and I‘m lucky because I had people who encouraged that desire from Lee Strasberg to my great friend and mentor Charlie Laughton to the great writers and film makers that I‘ve been fortunate enough to work with.

Now, recently, a young girl came up to me. I was at a function for the South Bronx which is where I‘m from, and she said that I had encouraged her. And that‘s not necessarily by my work but just by the fact that we came from the same place. And I just can‘t forget that girl and I can‘t forget the kids out there who may be thinking tonight that if he can do it, I can do it. So this is really a proud and hopeful moment for me because I want to thank the Academy for giving us a gift of encouragement and this a gift, a great gift to me. Thank you all, really. Thank you.”

이 자리에 서게 되면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난 참 운이 좋았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어요. 일찍이 내가 하는 일에서 꿈을 찾았으며, 저를 독려해줬던 리 스트라스버그(더스틴 호프만, 제임스 딘, 폴 뉴먼 등을 가르친 전설적인 연기 선생)부터 훌륭한 친구이자 스승인 찰리 라우튼(앨프리드 히치콕, 장 르누아르 등과 작업한 유명한 배우 겸 감독), 그리고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훌륭한 작가와 감독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척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 소녀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자란 남부 브롱크스에서 열린 한 행사였는데, 제게 ‘당신 때문에 용기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꼭 내 연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 소녀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 소녀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밤 이 시상식을 보며 ‘저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잊지 못할 겁니다. 따라서 이 순간은 제게 매우 영광스럽고도 희망적인 순간입니다. 아카데미가 우리에게 격려의 선물을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게 정말 엄청난 선물입니다.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45초는 너무 짧아”

앞서 밝혔듯 알 파치노는 여덟 번의 도전 끝에 상을 받았다. 알 파치노 외에도 상복(賞福)이 없는 배우 및 감독은 많다. 심지어 ‘사이코’ ‘새’ ‘이창’ 등을 연출한 앨프리드 히치콕 같은 명감독도 말년에 받은 공로상 외에는 아카데미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얼마 전 고인이 된 폴 뉴먼 역시 1958년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시작으로 여섯 번이나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끝에 1986년 ‘컬러 오브 머니’로 상을 받았다. 이 영화를 감독한 마틴 스콜세지 역시 아카데미와 거리가 멀기로 유명했다. 그는 수차례의 도전 끝에 2007년에야 홍콩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 ‘디파티드’로 최우수작품상 및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받은 케이트 윈슬릿 또한 상복이 없던 여배우다. 우리에게 ‘타이타닉’으로 유명한 그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이전에 무려 다섯 번이나 최우수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여섯 번째 도전에서 상을 거머쥔다. 그리고 이 감격의 순간에 그 역시 어린 시절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I‘d be lying if I hadn‘t made a version of this speech before, I think I was probably eight years old and staring into the bathroom mirror. And this (holding up her Oscar) would‘ve been a shampoo bottle... well, it‘s not a shampoo bottle now!”

제가 이 수상 소감 발표를 전에 (연습)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아마 여덟 살 때였을 거예요. 당시 저는 화장실 거울을 쳐다보고 있었고 오스카 대신 샴푸병을 들고 있었죠.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샴푸병이 아닙니다. (1994년 ‘브로드웨이를 쏴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다이앤 위스트 역시 비슷한 발언을 했다. “Gee, this isn‘t like I imagined it would be in the bathtub(욕조에서 상상했던 것이랑은 사뭇 다르네요).”)

이번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 중에는 ‘다우트’에 출연한 메릴 스트립도 있었다. 메릴 스트립은 올해 아카데미를 포함해 열다섯 번(여우주연상 후보 12회, 여우조연상 후보 3회) 후보로 올랐고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와 ‘소피의 선택’으로 두 번이나 수상했다. 이 때문인지 이를 두고 시상식에서 케이트 윈슬릿이 한 발언이 재밌다.

“I want to acknowledge my fellow nominees, these goddesses. I think we all can‘t believe we‘re in a category with Meryl Streep at all. I‘m sorry, Meryl, but you have to just suck that up! ”

저와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동료 배우들, 이 여신들을 지목하고 싶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 메릴 스트립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거예요. 미안해요, 메릴. 하지만 당신은 이 사실을 그냥 받아들여야(just suck that up-suck it up은 ‘불평 불만하지 말고 견뎌라’라는 뜻의 구어체적 표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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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미국=문화칼럼니스트 namba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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