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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격정토로

“해군 3함대사 목포 이전과 작전사 부산 이전은 미친 짓”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격정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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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격정토로

부산기지는 바로 외해로 연결된다는 것이 장점이나 방어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오른쪽) 부산 장자산에 있는 오륙도 SK뷰 아파트 단지에서는 해군부산기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아래)

그리하여 부산 외항에 해당하는 신선대(神仙臺) 쪽과 목포·광양을 놓고 고민하다, 제일 먼저 광양을 포기했습니다. 광양은 해군기지가 없었던 곳이라 그곳에 3함대가 기지를 짓는다면 큰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목포와 부산을 놓고 고민하다, 목포는 앞에서 밝힌 것처럼 대양해군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부산 외항인 신선대에 3함대 사령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신선대 쪽, 정확히 말하면 ‘백운포’ 지역에 마침 해군 숙소와 부지가 있었습니다. 정부도 신선대에 컨테이너 부두를 만든다고 했으니 백운포 쪽은 3함대 기지를 만들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다만 파도가 높은 것이 문제였는데, 정부가 컨테이너 부두를 만들면서 그 앞에 방파제를 쌓기로 해 이 문제도 쉽게 풀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를 위협할 해상세력이 동해쪽에 몰려 있다는 것도 3함대 사령부를 부산에 두게 된 한 이유입니다. 북한 해군의 주력은 동해에 있습니다. 원산 부근의 퇴조항은 유명한 북한의 잠수함 기지입니다. 러시아의 태평양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도 동해 쪽에 있으니 우리는 동쪽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동해 시에 1함대를 두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니 부산에 남해를 관장하는 3함대사령부를 두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3함대사령부를 목포로 옮기면 동해 쪽에는 1함대만 남게 돼 동해 쪽 방어가 약해집니다. 반면 서해 쪽에는 평택의 2함대, 목포의 3함대, 그리고 해군이 전략적으로 키우는 제주기지의 기동함대가 몰려 있게 됩니다. 서해에 중국 해군이 있다고 치더라도, 해상 위협은 동해 쪽이 훨씬 큽니다. 앞으로는 제주기지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니 목포기지의 가치는 점점 떨어집니다.”

부산기지 넘어다보는 아파트



▼ 부산 3함대사령부가 있던 곳의 우측인 ‘이기대(二妓臺)’가 있는 장자산 자락에는 ‘오륙도 SK뷰’라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이 단지의 아파트 중 일부에서는 3함대사령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해군 기지가 있었던 백운포 뒤쪽의 신선대 자락에 극동정유 소유의 땅이 있었고 신선대 중턱에는 천주교 묘지가 있었습니다. 이기대 쪽에는 나환자촌이 있었고요. 처음 해군의 계획은 이 땅을 모두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입이 불가하면 수용이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설명 드리기 힘든 사정이 있어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이기대에 있던 나환자촌이 이전하자 그곳에 3함대사령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이것이 백운포에 새로 지은 부산기지의 약점입니다. 하지만 이 기지는 외해를 마주하고 있어 10만t이 넘는 미국 항공모함이 바로 부두에 접안할 수 있습니다. 방파제만 빠져나오면 수심이 깊은 외해이니 해군 함정은 유사시 바로 작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부산기지는 항구로서 아주 좋은 곳인데 이곳으로 작전사령부를 옮긴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요.

“좋은 지적입니다. 작전사령부는 옮기고 싶어서 옮긴 게 아닙니다. 3함대 사령부를 목포기지로 옮기는 바람에 부산기지를 비워두게 돼, 할 수 없이 작전사령부를 부산으로 옮겼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전략기지인 작전사령부는 아무 데나 둬서는 안 됩니다. 가장 안전한 곳에, 해군을 효율적으로 지휘통제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합니다. 부산기지와 진해기지를 놓고 봤을 때, 입지조건이 좋은 곳은 진해기지입니다. 그래서 3함대사령부를 목포로 옮긴 것보다, 작전사령부를 부산으로 옮긴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진해기지는 깊숙이 들어와 있는 진해만 안에 있기에 방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작전사령부는 전체적인 해군 작전계획을 짜는 곳입니다. 작전사령부가 어떤 작전을 기획할 때는 실제로 그 작전을 맡아서 해야 할 부대와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해야 하므로 예하부대 사람을 불러 회의를 합니다.

해군의 예하부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진해기지입니다. 그곳에는 기뢰전 부대, 구축함 부대, 호위함 부대, 잠수함 부대, 상륙함 부대, 특수전 부대가 있습니다. 작전을 하려면 보급과 정비가 중요한데 진해에는 군수사령부와 정비창이 있습니다. 훈련과 교육도 필요한데 그곳에는 훈련단도 있습니다. 진해만에는 천혜의 훈련구역도 있습니다.

부산기지는 이러한 부대가 모여 있지 않을뿐더러 바로 외해로 연결되기에 방어가 힘들고 보안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작전사령부는 안전한 진해기지에, 3함대사령부는 그보단 못하지만 대양해군이 머물수 있는 부산기지에 두는 것이 적합합니다.”

아파트에서 작전사 촬영한다면…

▼ 요즘 교통수단이 얼마나 발달했습니까. 헬기를 이용하면 예하부대 사람들도 금방 부산기지의 작전사령부로 날아와 회의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헬기를 타고 진해서 부산까지 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답니다. 헬기 운항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일기가 나쁘면 자동차로 와야 하는데 그때는 도로 사정에 따라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집니다. 왜 시간과 돈을 낭비합니까. 전시에는 공황 상태가 되므로, 헬기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작전사가 진해기지 안에 있다면 기지 안은 해군에 의해 통제되기에 안전하게 관계자들이 모여들 수 있습니다. 왜 그런 곳을 버리고 부산으로 옮깁니까.”

▼ 몇 년 전 진해 작전사령부에 가보니 한반도 수역에 떠 있는 배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KNTDS 전광판이 있더군요. 부산기지의 작전사령부도 이러한 C4I 체계로 전체 해군작전을 지휘할 수 없나요.

“작전사령부와 함대사령부는 격이 달라요. 작전사가 대학이라면 함대사는 고등학교입니다. 작전사가 깨지는 것과 함대사가 깨지는 것은 그 여파가 다릅니다. 함대사라면 부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가 가까이에 있어도 되지만, 작전사는 그런 곳에 두면 안 됩니다.

아무리 C4I 체계가 발전해도 구수(鳩首)회의와 작전회의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전사 회의를 위해 외부에서 오는 사람과 그들이 타고 온 차량과 헬기를 아파트에 숨어 있는 누군가가 전부 망원렌즈로 촬영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 해군의 작전 장교 전원에 관한 파일이 적의 수중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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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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