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미 의회조사국의 ‘일본 핵 미래’ 보고서

“미국의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는 ‘일본 핵무장’ 고려해 수립해야”

  • 번역·이준규│메이지가쿠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원 minoritylee@hanmail.net│

미 의회조사국의 ‘일본 핵 미래’ 보고서

2/3
일본은 그간 사용 후 연료 재처리와 MOX(고속로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혼합산화물) 제조를 해외에 위탁해왔지만,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추가설비 건설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원료주식회사가 로카쇼무라에 추가 건설 중인 대규모 상업용 재처리시설이다. 이미 건설공정이 마무리된 이 시설은 2009년 8월 시험운용을 완료할 예정으로, 예상되는 핵연료 생산능력은 연간 800t에 달한다.

이와 함께 로카쇼무라에는 우라늄 농축을 위한 고성능 원심분리기 개발도 예정돼 있는 상태다. 관련 연구는 197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도카이무라의 재처리시설에서 진행돼왔다.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의 구성은 비핵무장 국가로서는 최초에 해당하는 진전된 형태다. 이 시설을 둘러싸고 국제사회 일각에서 핵 확산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일본은 원자력 에너지를 오직 평화적으로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대중과 국제사회에 거듭 확인했다. 핵 활동의 철저한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자로에서 나온 전력생산 총량은 물론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도 성실히 공개하고 있다. 이들 플루토늄의 활용 계획 역시 매년 결정되는 예산안에 따르도록 법적으로 규정돼 있다.

또한 일본의 모든 핵시설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포괄적 안전조치(safeguards)와 1999년 12월 발효한 ‘IAEA 안전조치에 관한 추가의정서’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이 의정서는 핵 활동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관리 당국이 검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이 가동되면 이는 IAEA 안전조치의 규제를 받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설이 된다. 일본은 로카쇼무라 시설에 걸맞은 IAEA 검증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설계단계에서부터 IAEA와 꾸준히 협력해왔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플루토늄 재고량을 포함해 일본의 핵 기술 발전 정도는 짧은 시간 내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통상의 견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1994년 하타 쓰토무 당시 총리가 기자들에게 “핵무기를 가질 능력은 있으나 만들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일본이 재정을 충분히 투여할 경우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충분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재정적, 인적 능력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핵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금속공학자와 화학자를 포함해 폭탄을 설계할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또한 신뢰할 만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려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운반수단이나 선제공격으로부터 핵무기 시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사실을 감출 수 있는 정보보안 체계가 필요하다.

1995년 방위청 보고서는 일본의 지리적 특성과 높은 인구밀집도 등으로 인해 핵무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일본이 높은 신뢰도와 정확도를 갖춘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에는, 특히 이에 관한 기술적 도움이 외부에서 제공되지 않는 한,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몇몇 분석가는 핵실험의 가능성이 제한돼 있음을 지적한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최소한의 핵폭발 실험이 필수적이지만, 섬나라인 일본이 이를 감행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핵물질과 시설들이 IAEA 안전조치 관리하에 놓여 있는 특성상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수행하기도 매우 어렵다. 일본이 핵 프로그램 구축, 특히 핵연료 공급 사이클을 완성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는 군사적 전용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일본 국내적 제약

안보문제에 대한 일본 국민여론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평화지향적 정서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군사력 제한에 대한 지지여론이 서서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핵 알레르기’는 여전하다. 원자탄 투하로 인한 폐허의 경험은 일본 사회에 핵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남겨두었다. 일본의 대중은 압도적으로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다. 아직도 생존해 있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폭자들이 당시 참상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반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점증하는 국수주의적 경향은 이를 변화시킬 잠재적 요소로 지적된다. 일본이 미국의 군사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자주적 군사역량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급격한 노령화로 인구학적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일본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국수주의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 일본 여론주도층 인사들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나 논문은 핵무기 개발에 대해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반대를 보여준다. 현실주의적 시각을 가진 안보 연구자들도 핵무기 개발이 중국을 위협해 불필요한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젊은 세대 가운데 민족주의 성향을 가진 엘리트 그룹은 잠재적으로 ‘미래의 옵션’을 지지할 수도 있다.

더욱이 현실적으로 일본에는 핵무기 개발을 제약하는 법적 요소가 존재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일본 헌법의 제9조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 점령기에 초안이 작성된 이 조항은 일본이 ‘주권적 권리’로서 전쟁을 포기하고 교전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에도 일본이 ‘자위’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선진화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같은 원리로, 원론적으로 볼 때 ‘방어를 위한 핵무기’의 개발은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가 정설로 자리 잡았다. 1957년 기시 노부스케 총리 시기부터 2006년 아베 신조 총리 시기에 이르기까지 일본 정부는 반복해서 “헌법 9조는 핵무기 개발을 제약하는 요소가 아니다”고 주장해왔다. 2002년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후쿠다 야스오 전 수상이 “헌법이 핵무기 개발을 금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국제정세에 따라서는 환경과 여론이 일본의 핵 보유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2/3
번역·이준규│메이지가쿠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원 minoritylee@hanmail.net│
목록 닫기

미 의회조사국의 ‘일본 핵 미래’ 보고서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