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다
그는 2007년에는 ‘불법 쓰레기와의 전쟁’을 통해 주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남구에서는 주민들이 종량제봉투를 쓰지 않고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일이 큰 문제였다. 구청은 이를 알면서도 불법 쓰레기를 방치하면 민원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불법 쓰레기를 군소리 없이 치우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불법투기된 쓰레기는 치우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달간의 홍보기간을 거쳐 2007년 7월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주민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구청에서 불법투기된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으면서 난리가 났어요. 당시는 여름철이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악취와 함께 파리 모기가 극성을 부리자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집단민원이 발생했습니다. 일부 화가 난 주민은 구청 앞에 쓰레기를 투기하기도 했고, 출근길에 제 집 앞에 쓰레기를 던져놓기도 했습니다. 당시 워낙 민심이 좋지 않아‘주민폭동’까지 예상하는 언론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꿋꿋이 밀고 나갔다. 그는 나중에 주민들이 종량제봉투를 사서 자체적으로 분류해놓는다는 조건하에서만 청소차량을 보내 쌓인 쓰레기를 수거했다. ‘쓰레기와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부수는 CC(폐쇄회로)TV의 활용이었다. 그는 불법투기가 많은 지역에 CCTV를 설치해 불법투기한 사람을 촬영한 뒤 얼굴을 플래카드에 인쇄해 “양심을 찾습니다”는 문구와 함께 공개했다. 그러자 당사자들로부터 “플래카드를 철거하지 않으면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결국 2개월 만에 승리로 끝났다. 쓰레기종량제 봉투 판매액이 연간 8억원에서 1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성과로 같은 해 남구청은 전국 세외(稅外)수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인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도심 속 흉물을 생태공원으로
그의 뚝심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선암댐 수변생태공원’ 조성사업이다. 도심 속에 위치한 선암댐은 지난 40여 년간 공업용수 보호를 위해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됐던 곳이었다. 이 때문에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자연의 모습을 간직해왔지만, 보기에도 흉물스러웠고 인근 주민의 불만도 많았다. 남구청은 댐관리를 맡아오던 수자원공사를 설득해 우선 댐 주변의 철조망부터 걷어냈다. 이후 예산을 투입해 3.8㎞의 산책로와 야생화단지, 해바라기 등 꽃단지, 수생생태원 등을 설치해 44년 만에 이곳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줬다. 선암수변공원 조성을 계기로 수변공원~울산대공원~남산~태화강 십리대밭의 도시 녹지축을 연결하는 24㎞의 순환산책로인 ‘솔마루길’을 조성했다.
김두겸 구청장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9월에는 제45회 세계 양궁선수권대회가 ‘꿈을 향해 쏴라! 울산에서’라는 슬로건으로 열릴 예정이다. 전세계 80여 개국에서 1000여 명의 선수 및 임원이 참석하는 국제대회로 한국에선 24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어서 기대가 크다. 앞으로 동양 최대의 번지점프장과 레포츠시설, 국내 최고의 문화 체육 및 예술 복합공간을 조성해 새로운 명물을 탄생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남구 도심을 통과하는 여천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는 사업을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산업도시’이미지가 강한 울산. 김 구청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고래프로젝트 등의 사업들이 울산 남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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