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호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가진 자가 안 내놓는 게 문제 재벌이 자세 바꾸면 노사문제 풀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09-05-08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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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 연세대 신학과, 순복음신학원 신학과 졸업 <br>●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석사),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대학원(석사), 미국 템플대 대학원(종교철학박사) 졸업 <br>● 1982년 목사 안수 <br>● 미국 워싱턴순복음제일교회,일본 순복음동경교회, 미국 LA순복음교회 목사 역임 ● 現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br>● 저서: ‘펜사콜라 기적의 현장 브라운스빌교회’

    일요일인 4월5일 오전 11시. 돔형의 오페라하우스를 닮은 여의도순복음교회 본당은 신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등록교인 78만명에 출석교인 30만명으로 단일교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이 교회의 예배 열기는 10여 년 전 내가 조용기 목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둘러봤을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열기의 발화점은 음악이다. 예배 시작 전 신도들은 단상에 선 남녀 혼성 성가대의 주도로 손뼉을 치거나 손을 흔들며 찬양에 몰입했다. 관현악단의 웅장하고도 섬세한 선율은 염탐꾼처럼 주변을 흘깃거리는 나의 강퍅한 마음을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관현악단과 대규모 성가대의 화력으로 예배 분위기를 돋우는 것은 오늘날 잘나가는 국내 대형교회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쇼펜하우어는 일찍이 “음악은 다른 모든 예술처럼 현상의 모사(模寫)가 아니라 의지 그 자체의 직접적인 모사”(‘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고 갈파한 바 있다. 기독교 역사라 할 만한 중세 유럽의 역사만 보더라도 종교와 음악의 관계는 불가분이다. 종교음악을 빼놓고는 음악의 발전사를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종교가 인간의 약점을 찌르고 감싸 안는 것이라면 그 수단으로 음악만큼 적절한 것도 없으리라.

    지난해 5월부터 조용기 목사 후임으로 이 거대한 ‘종교왕국’을 이끌어가는 이영훈(55) 목사의 설교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설교 도중 예배당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 TV에는 특정 용어를 설명하는 자막이 올라왔다. 한글은 물론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자막이 차례로 떴다.

    예배가 끝나고 2층에서 바깥으로 연결된 통로를 지나면서 알았는데, 좌석이 모자라 바닥에 돗자리 같은 걸 펴고 예배 본 사람들이 있었다. 낮 1시에 시작하는 4부 예배의 설교자는 조용기 원로목사. 아직 40분쯤 남았는데, 예배당으로 들어가려는 신도들의 줄이 밀려 있었다. 나는 이 괴이한 풍경에 고개를 흔들며 탈출하듯 밖으로 나왔다.



    벚꽃축제를 코앞에 둔 윤중로에는 인파가 넘쳤다. 회사로 가기 위해 택시를 집어탔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뉴스가 해일처럼 라디오를 덮치고 있었다. 택시기사가 “미사일이 아니고 로켓인데 뭐가 문제냐”며 내가 순복음교회에 머무는 동안 일어난 세계적 사건에 대해 열을 내며 얘기했는데, 내게는 딴 세상 얘기처럼 들렸다.

    “놓고 치는데도 잘 안 맞데요”

    이영훈 목사와의 인터뷰는 4월7일 오후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취임 후 첫 공식 인터뷰라고 했다. 집무실 중앙 벽면에는 조용기 원로목사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다. 조 목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터뷰하는 모양새가 됐다.

    ▼ 봄날이 화창한데 벚꽃 구경 좀 하셨습니까?

    “사람 구경하지요.(웃음) 제가 지난주에 미국에서 돌아왔어요. 이번 주가 고난주간이라 특별새벽기도회도 있고 해서 조금 바쁜데, 중요한 인터뷰이기 때문에….”

    ▼ 가까이 있으면 외려 안 보게 되지요?

    “그렇지요. (차로) 지나가면서 보는 정도죠. 제가 워싱턴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는데, 백악관 안에는 한 번도 안 들어가 봤어요. 매번 백악관 앞까지만 가고.(웃음)”

    ▼ 실은 엊그제 예배에 참석해 목사님 설교를 들어봤습니다. 모처럼 안 졸았습니다.(웃음) 이렇게 큰 교회의 담임목사시니 개인시간을 갖기 힘들 것 같은데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지 않을 것 같고요.

    “되도록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노력합니다. 너무 바쁘다 보면 가정에 소홀하기 쉬운데, 가정생활도 목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밖에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못 가져요. 모임도 다 교회일과 관련된 것들이지요.”

    취미활동을 묻자 이 목사는 “한국에 들어온 뒤 운동을 배워 월요일에 가끔 치고 있다”고 밝혔다. 내가 “작대기 휘두르는 거요?” 묻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나가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야구는 날아오는 공을 때리는데도 잘 맞는데, 이것은 놓고 치는데도 잘 안 맞더라고요. 공을 치는 것보다는 몇 시간 동안 잔디 위를 걷는다는 생각으로 가끔씩 가까운 목사님들과 교제를 합니다.”

    그에 따르면 머리 올린 지 2년 됐는데, 아직 100타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한 ‘비기너(beginner)’다. 90타 중반이 목표이고 그 이상 잘 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수

    지난해 발간된 ‘여의도순복음교회 50년사’에 따르면 여의도순복음교회 등록교인은 76만5301명이다(2007년 기준). 1958년 서울 서대문구 대조동에서 5명의 신도로 출발한 순복음교회가 여의도에 자리 잡은 것은 1973년. 1985년 12월 신도 수 50만명을 넘어섰고, 1993년 2월 기네스북에 70만 신도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교회로 기록됐다.

    하지만 실제로 70만명을 넘어선 것은 1996년이다. 2003년 78만8000여 명으로까지 늘었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계속 감소해 2006년엔 75만명대로 떨어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본당 좌석 수는 1만2000개. 거기에 지하 부속성전, 교육관, 세계선교센터 등의 좌석 수가 1만개다. 다 들어차면 한 번에 2만2000명이 예배를 보는 셈이다. 7부 예배까지 있으니 일요일 하루 동안 최대 15만4000명이 예배에 참석한다고 볼 수 있다.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주일예배 평균 참석인원은 13만명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 본당에 오지 못하는 신도들이 23개의 지교회와 180개의 기도처에서 위성을 통해 똑같은 설교를 듣는다. 출석교인 수가 30만이라는 것은 이 인원을 다 합해서다. 어느 교회든 출석교인 수는 등록교인 수의 절반쯤 된다.

    그런데 실제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인원은 그보다 많다. 전국에서 600개의 교회가 위성예배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엔 다른 교단에 소속된 교회도 많다고 한다.

    내년 초 지교회들이 독립하면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수는 40만명 안팎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역자(목사·전도사)는 600여 명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전경.

    ▼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하십니까?

    “목사의 삶은 곧 설교의 삶이라 할 정도로 모든 생활의 초점이 설교에 맞춰져 있습니다. 주일 설교가 끝남과 동시에 다음 주일 설교를 구상합니다. 늦어도 수요일까지는 윤곽을 잡고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원고를 정리합니다. 거의 일주일 내내 설교 준비를 하는 셈이지요. 설교내용에 맞는 예화도 찾아야 하고 시사적 사건도 참고해야 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자주 갑니다. 기독교 서적뿐 아니라 신간서적과 시대 흐름을 알 수 있는 책들을 살펴봅니다. 성도들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변화를 일으키는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섭니다.”

    자신을 비우고 포기하는 게 열쇠

    ▼ 지난 주일 설교에서 마리아가 옥합을 깨트려 예수의 발에 비싼 향유를 쏟은 것을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깨트리고 내던지는 것으로 비유하셨는데, 단순한 듯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그게 가장 힘든 부분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정치·사회적 어려움도 다 각자의 자아나 아집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절대 양보하지 않는 습성이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지요. 종교적 갈등도 인간의 아집에서 빚어지는 거죠. 그런 것들을 우리가 깨트려야 한다는 거죠. 옥합을 깨트려야 향유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자신을 내려놓고 깨트리면, 아집을 포기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 그 점이 가장 힘드실 것 같아요.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지만, 지난 1년여 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보면 아집이 강한 것 같아요.”

    ▼ 이 대통령이 말이죠?

    “모두가.(웃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될 문제가 많거든요. 노사문제나 친이·친박 싸움이나. 그걸 기독교 신앙에서는 자신을 깨트려야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고요. 자신을 비우고 포기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마리아를 예수의 연인으로 보는 신학적 해석도 있던데요.

    “성경엔 마리아가 많아요.”

    ▼ 설교 때 언급하신 마리아 말입니다.

    “신앙 없는 사람들이 비약시켜 말하는 것입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얘기죠. 본질이 아닌 것에 매달리면 본질이 훼손돼요. 그냥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가는 게 좋아요.”

    일요일 예배 때 2층 한가운데에 앉았던 나는 TV 스크린을 통해 비친 그의 얼굴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인상이 비슷하고 화법과 말투도 흡사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그분이 달변 아니냐. 좋게 봐주신 것으로 알겠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내년 1월1일을 기점으로 23개 지교회 중 19개를 독립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교회는 여느 교회와 다르다. 재정과 인사·행정권이 본교회, 즉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귀속돼 있다.

    이 목사는 지교회 독립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한국 교회들이 개교회주의, 물량주의, 성장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우리는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조용기 목사님 뜻을 받들어 교회를 나누고 신도를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은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이에요. 몸집 불리기에만 힘을 써왔지 나누는 일은 없었거든요.”

    전 교인 인준투표로 담임목사 결정

    이 목사의 담임목사 취임은 순복음교회 역사뿐 아니라 한국 교회사(史)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교회 사상 처음으로 전 교인의 투표로 담임목사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당회에서 두 차례 투표로 결정한 후보에 대해 전 교인이 인준투표를 실시했다. 지교회 신도들은 위성을 통해 투표에 참여했다. 이 목사의 말이다.

    “대형 교회들이 (담임목사) 세습이니 뭐니 해서 공격을 받아왔는데, 우리가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봐요. 좋은 모델이 된 거죠. 물론 목사님의 자제분이 후임으로 임명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우리같이 큰 교회에서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었죠.”

    ▼ 순복음교회에 대해 한국교회 대형화의 상징으로 물량주의와 기복신앙의 대명사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는데요.

    “기복신앙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모든 사람에게 있는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표출되느냐죠. 샤머니즘처럼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나타나느냐, 아니면 사회로 환원되는 사회복지의 형태를 띠느냐. 국민의 청교도정신으로 부강해진 미국은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교대국이 됐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초기 교인들은 대체로 빈민층이었어요. 가난에서 벗어나 잘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이 교회에 와서 복을 받고 삶이 변화된 것입니다. 기복신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복을 받은 후 그것을 어떻게 사회로 환원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예수 믿고 복 받아 잘 살게 돼서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게 유럽이나 미국 기독교 정신의 근간입니다. 부를 추구하는 것 자체만 보기 때문에 왜곡된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성숙해가면서 탈피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한겨레신문 김선주 논설위원은 ‘순복음교회 따라잡기’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불광동 천변의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급성장한 순복음교회를 처음에는 이단시하던 우리나라 교회들은 너도나도 순복음교회 따라잡기에 나섰다. 신자를 모으면서 물질의 축복을 약속하고 교세를 확장해서 성전을 크게 지으면 그 큰 성전 속에 성령이 충만해진다는 환상을 교인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즉 교인들의 십일조로 물질의 축복을 충만하게 받은 교회들이 ‘이것 봐라, 너희들도 물질의 축복을 받을 것이다’라고 했기 때문이다.”(2008년 8월25일 한겨레신문)

    이 목사에게 이 글을 읽어주고 의견을 물어봤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우리가 세상에서 잘사는 목적이 뭔지,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으면 됩니다. 순복음교회에 대해 기복신앙과 물질 축복만 보고 비판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그 다음 단계를 봐야지요.”

    ▼ 교회를 통해 부를 사회로 되돌린다는 거죠?

    “그렇죠.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것, 섬기는 것, 환원하는 것 그런 일들을 우리가 활발하게 펼치고 있어요.”

    큰 교회의 순기능

    그는 “큰 교회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사람들이 자꾸 역기능만 얘기한다”며 언론에 대해서도 가볍게 불만을 나타냈다.

    “언론이 큰 교회의 순기능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공격만 하면 큰 교회는 피해의식을 갖게 됩니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치르게 되고. 교회가 부흥하고 커졌기 때문에 그런 엄청난 일들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순복음교회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엔 순복음교회를 두고 이단시비가 있었죠. 신유나 이적, 성령체험을 신앙의 본질인 양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점과 시한부종말론, 종교다원주의, 조상제사 허용 등이 대표적인 시빗거리였죠?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장로교 통합 교단 측에서 사이비 논의가 있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그때 지적됐죠. 1993년 사이비 논의가 해제됐는데, 당시 조사위원들이 1년간 연구해 내놓은 조사결과보고서에서 순복음교회가 속한 오순절 교단의 신학적 특수성이 인정됐습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고 상대 교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벌어진 논쟁이었지요. 요즘은 문제되는 게 없습니다.

    다만 조용기 목사님이 제사문제를 진보적으로 해석하신 건 사실입니다. 이미 가톨릭은 그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잖습니까. 다 수용하는 걸로. 조 목사님께서는 신주만 빼면 제사가 문제 될 게 없다고 보셨어요. 절하는 것을 조상에 대한 인사로 보신 거죠. 문제가 돼서 나중에 철회했습니다만, 사실 그것은 신학적 이슈라기보다는 민족의 관습이나 전통의 문제거든요. 한국 기독교가 아직 문을 닫고 있는 게 주초(酒草·술과 담배) 아닙니까. 그런데 유럽 교회에서는 그런 걸 문제 삼지 않아요. 프랑스 교회에서는 식사할 때 와인을 마십니다. 유럽의 문화죠. 한국은 초창기 선교사들이 청교도적인 신앙으로 주초를 금한 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이처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 조용기 목사님과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교회 홈페이지 담임목사 인사말을 보니, 조 목사님에 대해 ‘나의 영적인 아버지요 스승’이라고 표현하셨던데요. 조 목사님이 여전히 설교도 하시던데요.

    “원로목사로서 주일 낮에 한 번만 설교하십니다. 조 목사님이 뒤에서 저를 후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칭찬해주시는 덕분에 제가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46년 전부터 이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10세 때였죠. 제가 여기서 성장할 때 조 목사님이 영적인 아버지로서 저를 길러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요.”

    ▼ 다른 교회들 보면, 원로목사가 되면 뒤로 물러나지 않나요?

    “예.”

    ▼ 그런데 조 목사님의 경우 설교는 물론 대외적으로 대형 기도회를 주도하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시지 않습니까. 교인들이 혼란해하거나 불편해하지는 않나요?

    “아니요. 오히려 성도들이 하나로 결속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조 목사님은 교회의 행정권, 재정권, 인사권을 다 위임하셨어요. 대체로 은퇴한 목사님들이 손을 놓은 후 교회와의 관계에서 힘들어하곤 하는데, 조 목사님은 다른 권한은 다 내놓고 설교만 하니 편하신 것 같아요. 숨이 다하는 날까지 설교하는 것이 목사의 삶이니까. 미국에서는 목사의 정년이 없습니다. 종신제예요. 모든 교단이 그래요. 한국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70세로 정년이 정해져 있습니다만, 조 목사님이 계속 설교를 하시니 성도들이 좋아해요. 저도 목사님이 계속 설교하실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도와드리려 합니다.”

    순복음재단의 재산권 분쟁

    현재 이영훈 목사는 2부 예배(오전 9시)와 3부 예배(오전 11시), 조 목사는 4부 예배(오후 1시) 설교를 맡고 있다.

    ▼ 3부 예배 때 2층까지 꽉 차던데, 조 목사님이 설교할 때는 사람이 더 많나요?

    “비슷비슷합니다.”

    ▼ 궁금하더라고요. 누구 설교 때 더 많이 모이는지.

    “다 많이 모입니다.(웃음)”

    최근 순복음교단은 조용기 원로목사의 성명서 파동을 겪었다. 조 목사는 지난해 12월29일 국민일보에 교단의 통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가 올 2월5일 이를 철회하는 성명을 실었다.

    과거 순복음교단은 기하성(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과 예하성(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으로 분열돼 있었다. 예하성을 이끌던 조용목 목사(경기도 안양 은혜와진리교회)는 조용기 목사의 동생이다. 두 교단이 기하성으로 통합된 후 이번엔 재단 재산권과 통합총회장 임기 문제 등을 놓고 내분이 생겼다. 그것이 바로 기하성 통합 측과 기하성 수호 측의 대립이다. 조 목사가 두 교단의 통합을 촉구하는 광고를 신문에 냈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빚은 것은 어느 한쪽을 편드는 내용이라는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교단의 대립은 정통성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 광경.

    ▼ 역사가 그리 길지도 않은 순복음교단에서 분열이 생긴 이유가 뭐죠?

    “사실 어느 교단에나 있는 문제예요. 재단 재산권 분쟁이지요. 대부분의 교회가 재단에 소속돼 있잖아요. 교단이 분열되다 보니 재단 재산 관리를 어느 쪽이 하느냐로 갈등을 빚고 있어요. 재단 총회에서 개별 교회의 목사를 바꾸는 권한을 갖거든요. 감리교는 더욱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그쪽은 교단 소속 모든 교회가 재단에 들어가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 순복음교단에는 재단에 안 들어간 교회도 꽤 있어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별도의 재단을 갖고 있고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 자리에 대한 욕심이나 권력욕은 종교 지도자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점입니다.”

    ▼ 싸움의 당사자들이 마리아처럼 옥합을 깨트리면 될 텐데요. 그걸 못하네요, 목사님들이.(웃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목사님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 교회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한국 교회가 세계 교계에 알려진 것은 두 가지 면에서입니다. 하나는 민중신학이에요. 1970년대 암울했던 시절 정부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는 거지요. 또 하나는 순복음 성령운동입니다. 민중신학이나 성령운동이나 핵심은 소외계층을 품는 것입니다. 그런데 순복음교회는 실제로 소외계층을 품으면서 급성장했고 민중신학은 민중을 위한 신학이면서도 엘리트 중심의 정치적 저항운동으로 끝났어요. 민중신학의 참뜻이 순복음교회의 성령운동을 통해 실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절대 긍정의 복음

    ▼ 순복음교회의 급속한 성장은 한국은 물론 세계 교계에서도 연구대상입니다. 성장의 비결을 꼽는다면요?

    “물론 신앙적으로는 하나님 주권의 역사지만, 순복음교회 특유의 희망의 신학, 절대긍정의 신학이 원동력이지요. 사람들이 안 된다, 어렵다, 힘들다고 부정적인 얘기를 할 때 우리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절대 긍정의 복음을 전파했습니다. 조용기 목사님의 메시지가 바로 절대 긍정입니다. 고난조차 축복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본 것이죠. 당장 파산했어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와서 설교를 듣고 있으면 속이 후련해지고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는 힘이 생겼거든요. 우리 교인들 중에 재벌이 되거나 크게 성공한 분들은 다 그렇게 실패를 거쳐 일어난 분들입니다.

    거기에 맞물린 것이 병 고치는 역사였습니다. 마음의 병, 육신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병 고침의 은혜를 체험했어요. 그동안 한국 교회에서는 그런 것들을 소홀히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이 순복음교회로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쏠림현상이 있었지요. 1907년의 평양 부흥운동이 순복음교회의 영성운동과 비슷합니다. 통성기도 하고 밖에 나가 열심히 복음 전하고.

    또 하나는 종말신학입니다. 곧 예수님이 다시 오시니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는 거죠. 종말신학의 긍정적인 면은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나무를 심겠다는 정신인데, 그것이 순복음교회에서 집대성됐어요. 장로교나 감리교가 덮어뒀던, 사람들 의식의 저변에 있는 그런 갈망을 순복음교회가 건드려 충족시켜준 겁니다. 물량주의나 기복주의가 아니라 한국 교회의 전통이라고 볼 수 있죠. 연세대 신과대학장을 지낸 민경배 교수가 ‘순복음교회에는 한국 교회의 모든 영성운동의 원형이 담겨 있다’고 말씀한 바 있어요.”

    ▼ 요즘도 병 고치는 교인이 많나요?

    “예. 병 고침은 하나님이 하시는 거예요.”

    ▼ 예전에 이단 의혹이 제기된 몇몇 목사를 보면 개인의 영적 능력으로 병을 고치는 것처럼 비쳤잖아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개인한테 초점을 맞추면 문제가 생깁니다. 신앙의 본질이 변질될 위험이 있죠.”

    ▼ 제 주변에 통일교를 수십년 동안 믿었다가 순복음교회에 다니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 얘기가 교인들에게 신처럼 떠받들어진다는 점에서는 문선명 총재나 조용기 목사나 차이가 없는데, 한 사람은 스스로 신이라고 주장하고―예수보다 위라고 주장하니까요―한 사람은 목자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갈라진다고 분석하더군요.

    “열심히 하다 보면 존경을 받게 되지요. 이단이 생기는 이유는 창시자 본인이 하나님의 위치에 올라서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용기 목사님은 폐병을 고치고 목사가 된 이래 초지일관 하나님의 역사를 강조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기 때문에 그런 문제로 오해받을 일이 전혀 없었어요. 굉장히 소탈하고 정 많고 좋은 분입니다.”

    신앙의 힘으로 북한 옷 벗겨야

    ▼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뭐라고 보십니까?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신적인 지주로서 모든 사람의 마음에 평안을 주고 하나로 묶는 거죠. 장로교가 국교인 스코틀랜드는 모든 국민이 장로교 신학으로 뭉쳐 있어요. 독일은 루터신학으로 하나가 돼 있고. 또 하나는 사회의 아픔을 끌어안고 치료하는 기능입니다. 한국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올 때 교회는 교육시설과 의료시설을 설립했습니다. 서구문명이 도입되던 개화기에 한국의 교육환경과 의료환경의 변화를 기독교 선교사들이 주도한 거죠. 앞으로도 한국 교회는 치료하는 교회, 섬기는 교회로서 사회적 고통을 해소하는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더 멀리 내다보고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게 북한문제입니다. 북한문제는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동서독의 교회가 모여 기도하고 교류함으로써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듯이 종교의 힘으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옷을 벗기는 게 햇볕정책인데, 그것은 물질이 아니라 사랑으로 가능합니다. 신앙의 힘으로 벗길 수 있거든요. 순복음교회가 지금 평양 중심부에 심장병원을 세우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돼 모든 게 철수되고 휴전선 통로가 닫혀도 병원 건축에 필요한 자재들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인력과 모래를 댑니다. 제가 평양에 두 번 갔다왔는데, 평양 시민들이 그 병원을 남한의 교회에서 짓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회복지사업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조용기 목사 목회 50주년을 맞아 ‘사랑과행복나눔’이라는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출연금은 500억원. 저소득층, 빈민층 구제가 주요 사업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 개·보수와 의료비를 지원하고 65세 이상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장애인에게 후원금을 지급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무료 법률지원을 한다.

    사회복지활동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심장병 무료시술 지원이다. 1984년 시작됐는데 2007년 시술환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섰다. 최근엔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도 무료시술 지원을 받기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2007년 순복음교회는 평양에서 조용기심장전문병원 착공식을 가졌다. 지하 1층, 지상 7층의 이 병원은 2010년 완공될 예정인데, 남측 의료진 60여 명이 상주하고 병원 내에 원목 사무실과 예배실이 들어서게 된다.

    1988년 준공한 엘림복지타운은 미취업 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업전문학교를 운영하고 무의탁 노인을 돌보는 노인전문요양원을 갖추고 있다. 두 시설 모두 전액 무료다.

    그밖에 NGO ‘Good People’에서 출발한 순복음 호스피스가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복지사업국 산하기구로서 초교파적으로 말기암이나 말기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1999년 창립예배를 본 이래 매년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정규교육을 실시해왔고, 지난해 제9기 수료생을 배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2008년 11월27일 재단법인 ‘사랑과행복나눔’은 어려운 이웃에게 월동용품을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조용기 원로목사 부부와 함께 김장을 담그고 있는 이영훈 목사.

    ▼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습니다. 많은 국민의 애도와 추모로 장례가 국민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분이 그토록 존경받은 것은 종교지도자로서 불의한 정치권력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줬기 때문이지요. 천주교에 비해 개신교는 개인의 구원문제에 치중하고 사회문제는 외면했던 것 아니냐, 그래서 국가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습니다.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의 차이인데,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 개인 구원이 선행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성숙하면 당연히 사회 구원을 지향해야죠. 교황을 정점으로 한 단일체제인 가톨릭은 결집된 힘을 발휘합니다. 이에 비해 개신교는 다양한 교파가 있고 각 교파의 특성 탓에 결집력이 약한 게 사실이죠. 가톨릭의 특징은 획일성이고 개신교는 다양성입니다. 그런데 개신교도 교회 규모가 커지고 힘을 얻으면서 그동안 소홀히 다뤘던 사회 부조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저는 한국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2007년 나는 서울 강북에서 가장 큰 교회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김 목사는 교회 1년 재정에 대해 묻자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이영훈 목사는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1800억원”이라고 말했다. 전체 예산의 20%를 사회구제사업에 쓴다고 한다.

    “큰 교회라서 재정이 불투명하지 않나 의심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매달 재직회에서 재정과 인사 관련 사항을 당회에 보고하면 당회에서 심의한 후 예산안과 결산안을 통과시킵니다. 산하 각 위원회는 예산 규모 안에서 사업을 집행하지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지도자 세워달라”

    ▼ 정치권력에 대한 종교의 견제와 종교의 정치참여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일부 저명한 기독교 목사들이 노골적으로 장로 후보를 지지하는 언행을 보여 물의를 빚었습니다. 공개석상에서 당선을 비는 기도를 하고 예배시간에도 그랬죠. 이런 일을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흔합니다. 목사들이 노골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원하죠. 교회 본연의 임무는 아니지만, 나라 정치가 잘되도록 기도하고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도록 후원하고 협력하는 것은 수위가 문제지 그 자체로는 크게 나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바른 지도자, 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교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것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되죠.”

    ▼ 선거에 개입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얘기 같은데요.

    “그것은 수위를 조절해야 합니다. 교회의 본질이 그런 것은 아니니까 지나치게 깊이 관여하는 건 지양해야죠.”

    ▼ 기독교 장로라는 이유로 지지하고 예배시간에 많은 신도 앞에서 지지를 천명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요?

    “사람들의 선호도지요.”

    ▼ 목사의 뜻은 교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나요?

    “아니, 요즘 다들 지혜로워서…(웃음) 우리 교회에서도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당 표가 골고루 나왔으니까. 우리는 그렇게 노골적으로 앞장서지도 않았지만요. 기도하는 정도였지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지도자를 세워달라고 하는 정도.”

    ▼ 하나님은 아무래도 장로 후보를 기뻐하시겠지요.

    “뭐 하기 나름이지요. 이왕이면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이 됐으니 정말 모든 백성이 원하는 정치를 하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지요.”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기독교 편향이라는 논란이 일었는데요.

    “그간 불교 편향이 심해 조금 궤도수정을 하려니 그쪽에서 반발한 거죠. 문화관광부의 문화재기금만 해도 70~80%가 불교재단에 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기독교인 대통령이 취임사 할 때 ‘하나님의 은혜가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바란다’거나 ‘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보는데 불교계를 배려해 안 한 것 같거든요. 저는 거꾸로 (정권이) 불교를 지나치게 배려하고 있다고 봐요. 지난번에 (대통령께서) 법회에 참석하시는 걸 보고 이건 종교편향이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가 역차별받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웃음)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 불교계에서 들으면 화내겠는데요.(웃음)

    “사실이 그렇지요. 객관적으로 보자는 거예요.”

    영혼의 갈증인가. 감기 끝물 탓이겠지만 나는 자꾸 목이 말랐다. 배석한 김규원 홍보실장에게 물을 더 부탁하자 이 목사가 자신의 물잔을 내밀었다. 마시지 않은 거라면서. 그의 잔은 충만했고 나의 잔은 빈약했다.

    산골에 버림받은 아이들

    ▼ 종교다원주의와 관련해 가톨릭은 일찍이 방향을 정리했죠. 다른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개신교는 안 그렇지요? 예수를 믿지 않고서는 구원받을 수 없다는 거죠?

    “그렇죠. 구원의 본질은 바뀔 수 없죠. 다만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은 필요합니다. 인류평화와 사회복지를 위해서. 그런데 한국사회에는 양극화가 심해요. 동 아니면 서, 좌 아니면 우. 서로 융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각 종교의 지도자가 모여 공동목표를 놓고 대화하고 협력하지 상대를 개종시키려 하지 않아요. 신앙과 교리의 문제로 자꾸 부딪치면 정작 중요한 일과 선한 일을 못하게 됩니다. 사람이 아파 죽어가는데 교리를 따지면 뭐합니까. 우선 사람을 고치고 봐야죠. 사회 부조리도 그렇고 남북통일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산참사도, 노사문제도 그렇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종교 지도자들이 입을 다물면서 교리 문제로 충돌해서야 사회가 발전하겠습니까. 미국은 기독교 국가지만 종교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할 때는 이슬람교나 불교나 힌두교나 예외가 아닙니다. 모든 종교가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활동합니다. 한국의 종교들도 사회적 이슈에 대해 종교 간 대화를 통해 공동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어떻게 보듬을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풀지….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바른생활’교과서처럼 살아온 이영훈 목사는 “세상 재미가 어떤 건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저는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교회가 농어촌 교회를 지원하기 때문에 자주 전국을 돌게 되는데 깜짝 놀란 게 두메산골이나 농촌에 부모 없는 아이가 많은 겁니다. 사연을 알아보니 이래요. 요즘 부부가 이혼하면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는데, 고아원이 만원이라 다 못 들어간대요. 그래서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아이를 맡겨놓고는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버림받은 애들이 전국 두메산골에 흩어져 있어요. 폭탄을 안고 자라나는 이런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어요. 이처럼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종교가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길거리나 전철 안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들, 올바르게 믿는 겁니까?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믿는 거죠. 어디나 극보수가 있고 열성분자가 있듯이.”

    ▼ 원래 가톨릭이 보수적인데, 구원문제에 관한 한 개신교가 훨씬 더 보수적이고 독선적이라는 비판이 있지요. 저는 몇 년 전 어느 유명한 교회에 갔다가 설교 잘하기로 소문 난 그 교회의 젊은 담임목사가 가톨릭을 다원주의를 인정한다는 이유로 사탄으로 규정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구원에 관한 한 종교마다 나름의 기준이 있지요. 예수를 믿어야만 구원받는다는 전제는 가톨릭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봐요. 다만 가톨릭은 불교 속에서도 예수라는 구원의 개념이 있다고 보는 거죠. 어느 종교나 구원의 진리는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데 기독교(개신교)는 기독교 신앙의 전통을 지키는 거죠. 이런 것은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이죠.”

    예수 몰라도 구원 가능

    ▼ 신학계 일부에서는 예수가 말한 하늘나라나 하나님의 나라가 초현실주의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 땅에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구현된 상태라고 해석하지요. 천국이라는 공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가르침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왔다는 것, 오고 있다는 것, 앞으로 올 것 이 세 가지가 다 포함돼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곧 하나님의 통치를 뜻합니다. 하나님의 통치는 공의와 사랑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사랑과 공의가 이 땅에서 구현돼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고 장차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로 나아간다는 데는 이의가 없습니다.”

    ▼ 하늘나라는 장소 개념으로 별개로 있는 것이고요?

    “그렇죠. 천국은 따로 존재하는 거죠. 그중 아주 작은 부분이 우리 심령 속에서 이뤄지는 거죠.”

    ▼ 예수의 죄 사함으로 인간에게 구원의 길이 열렸다는 게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죠. 이와 관련해 흔히 제기되는 질문이, 예수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나 예수를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 지금도 예수를 알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구원을 받을 수 없느냐는 거죠?

    “성경 로마서 2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양심을 주셔서 올바른 양심으로 산 사람들은 예수를 몰라도 구원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지금 외딴 섬에서 문명을 접촉하지 못해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도 죄 없는 삶을 살면 양심의 심판에 따라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 그것을 유추 해석하면, 다른 종교를 믿더라도 올바른 양심으로 살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건 조금 어려운 얘긴데요.(웃음)”

    우리는 함께 웃었다.

    ▼ 물질문명은 계속 발전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삶은 점점 더 각박해집니다. 자살자가 넘쳐나고 기아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전쟁이나 테러, 자연재해의 위협이 갈수록 커져 인류의 미래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 시대에 예수의 복음이 갖는 의미는 뭔가요?

    “저는 늘 이렇게 설교합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예수님에게 있다고. 그리스도의 삶이 인간의 모든 고난을 경험한 것이었기에 기독교 신앙으로 그러한 정신적 고통과 절망을 극복해야 한다고. 그런 점에서 신앙의 위대성이 있다고 봅니다. 죽음조차 뛰어넘는 신앙의 힘이 기독교 2000년 역사를 이끌고 온 거죠.”

    이 목사는 “세상의 종말이 올 때까지 악이 점점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독교에서 종말은 예수의 재림을 뜻한다. 과거 순복음교회는 인류역사를 6000년으로 잡고 2000년대에 인류종말이 온다는 이른바 세대주의 종말론을 표방했다.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시한부종말론도 세대주의 종말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목사는 “시한부종말론과는 차이가 있다”고 구분했다.

    “한국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올 무렵 선교사들이 다 세대주의 종말론을 폈어요. 창세기의 하루를 1000년으로 계산해 인류역사가 7000년의 주기를 갖는다는 거죠. 성경적으로는 지금의 인류가 나타난 게 6000년 전이라고 봅니다. 구약 4000년, 신약 2000년 해서 6000년째 인류의 종말이 오고 이어 천년왕국이 열린다는 겁니다.”

    ▼ 그래서 2000년을 종말시점으로 본 거죠?

    “꼭 2000년이라기보다는 그런 구도에서 보면 2000년 정도가 하나의 기준이 된다는 거죠. 어떤 신부님은 그걸 재미있게 표현하던데, 종말시점을 계산할 때 예수님의 생애 30년을 빼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2030년이라는 겁니다.(웃음) 그런데 그렇게 때를 정하는 것은 성경을 잘못 해석하는 겁니다. 성경에 보면 그 때와 시는 누구도 모르고 징조를 보고 안다고 돼 있어요. 마태복음에 천국의 복음이 세상 끝까지 전파된 후에 끝이 온다고 했기에 저희는 그때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거죠.”

    ▼ 조용기 목사님은 예전에 종말이 곧 닥칠 것으로 설교하지 않았습니까?

    “종말이 임박했다고 설교하신 건 맞습니다. 임박한 종말론의 장점은 주님 오실 날이 멀지 않기 때문에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게 된다는 거죠. 종말시점을 정한 게 아니라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씀입니다.”

    ▼ 종말론의 부정적 면이 더 크지 않나요? 예전에 다미선교회의 휴거 소동도 있었습니다만, 세상의 끝이 오니 모든 재산을 갖다 바치라는 얘기가 나오고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하늘로 올라갈 준비만 한다는 거죠.

    “그게 시한부종말론과 임박한 종말론의 차이점입니다. 시한부종말론은 날짜를 못박는 거예요. 1992년 10월28일 밤 12시로 못박았잖아요. 데살로니가후서에 보면 바울같이 신령한 분도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예수님이 오신다고 믿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그게 바로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인 것 같아요. 늘 깨어 있는 것이 종말론의 초점이지요.”

    4대째 기독교 집안

    인터뷰의 종착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그의 삶의 궤적과 신앙적 여정을 살펴보는 일이 남았다. 그의 온화한 표정은 변함이 없다. 아무리 퍼내도 비워지지 않는, 늘 충만한 샘물과 같은 청량한 기운이 느껴진다. 좋은 향기를 내는 사람이 그리운 시절이다.

    이 목사는 지독한 모태신앙인이다. 4대째 기독교 집안이다. 증조부는 평양에 처음 들어온 선교사의 전도로 크리스천이 됐다. 평양 서문밖교회 장로이던 할아버지는 1948년 8자녀를 데리고 38선을 넘었다.

    나는 그의 집안 소개를 들으며 기절할 뻔했다. 목사가 자그마치 몇 명인지. 장로로 평생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섬긴 부친은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먼저 외가 쪽. 외조부, 외삼촌, 외사촌이 목사다. 고모부와 고모부의 아들도 목사다. 작은 아버지도 목사인데, 그 사위들까지 목사다. 그의 동생도 목사다. 현재 케냐에 선교사로 파견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사돈의 팔촌까지 예수 믿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토록 철저한 기독교 환경에서 자란 그가 순복음교회를 찾은 것은 열살 때인 1964년. 신앙의 전환점이었다. 그때 조용기 목사는 총각이었는데, 이듬해 결혼을 했다.

    “제가 순복음교회에서 받은 충격은 엄청났어요. 당시만 해도 그처럼 뜨겁게 통성기도하고 박수 치고 북 치는 교회가 없었거든요. 내가 이상한 데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당황했는데, 2년 후 성령체험을 하고 나서는 뜨거운 복음이 신앙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말씀 교육을 통해 성도를 훈련시키는 장로교의 전통과 성령운동을 하는 순복음교회의 체험적인 신앙이 잘 어우러져 매우 유익했어요.”

    그는 학교도 기독교 계통만 다녔다. 대광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연세대 신학과에 들어갔다. 유신치하이던 1970년대 중반이었다. 대학생 시절 그는 에큐메니칼 운동(Ecumenical movement·교회 일치 운동)에 관심을 갖는가 하면 철거민촌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철거민 집단촌에서 ‘같은 서울 아래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젊은 양반이 세상구경도 못하고”

    그가 걸어온 길은 완전히 ‘바른생활’ 교과서다. 신앙에 회의가 들거나 잘못된 길로 빠진 적은 없을까. 그의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어머니께서 워낙 기도를 세게 해 곁눈질할 틈이 없었어요. 제 주변에 술·담배를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중학생 때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담배 피우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였는데 가정에 문제가 생기니 담배를 피우더라고요. 하여간 교회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옆을 구경할 기회가 없었어요.”

    내가 재미없어 한다는 걸 눈치 챘는지, 그가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며 덧붙였다.

    “미국에서 목회할 때의 일입니다. 할머니 권사님이 제 손을 꼭 붙잡고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이고, 젊은 양반이 세상구경도 못하고…. (웃음) 세상 재미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목사로서 예수님을 잘 섬기는 것보다 더한 기쁨이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는 체험적 신앙을 강조했다. 아무리 성경 지식이 많아도 성령을 체험하지 못하면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 고 김수환 추기경도 성령 체험을 못했다고 고백하신 걸로 아는데요.

    “그 체험이 없으면 자신을 붙잡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어요.”

    ▼ 교회 용어로, 한 번도 시험 든 적이 없습니까. 뭐 여자 문제라든가….(웃음)

    “시험 든다기보다도….(웃음)”

    ▼ 웃을 얘기가 아닌 게, 실제로 많은 목사가 여자문제를 일으키고 있잖아요?

    “그렇죠.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을 지켜야죠. 그러니 곁눈질 말아야지. 뭐가 있나 하고 넘겨봤다가는 문제가 복잡해질 것 같아요.(웃음)”

    ▼ 다른 인생을 꿈꾼 적은 없습니까?

    “아버님이 사업을 하셨어요. 사춘기 시절 아버지처럼 사업을 해서 돈 많이 벌어 멋있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 적은 있어요. 소외계층을 위해서 말이죠.”

    이 얘기를 하면서 그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서울 상도동에 살 때였다. 집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산과 언덕에 토굴을 파고 살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밤마다 몰래 토굴 앞에 쌀자루를 갖다 두곤 했다. 누가 한 일인지 뒤늦게 알게 된 토굴인들은 쌀이 떨어지면 아예 쌀자루를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 할아버지는 거절하지 않고 자루를 채워줬다.

    “기독교인은 절대 혼자 잘 먹고 잘살려 하면 안 됩니다. 교회도 구제하는 일을 게을리 하면 안 돼요. 우리나라는 가진 사람이 내놓지 않는 게 큰 문제예요. 내놓을 줄 알아야 진짜 재벌인데 우리나라 재벌은 움켜쥐고만 있어요. 노사문제만 하더라도 먼저 재벌의 마음자세가 바뀌면 풀릴 수 있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순복음교회는 지금 가난한 사람들의 이웃이라고 단언하실 수 있나요?

    “그렇죠. 영원히 가난한 자의 이웃인 교회로 존재할 겁니다. 순복음의 정체성이 바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두 시간이 지났다. 집무실 문밖까지 배웅한 이 목사가 천진스럽게 웃으며 농을 건넸다.

    “조용기 목사님과 사이좋다는 걸 꼭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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