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의 본분은 어디까지나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가끔 사회에 대해 발언할 수는 있지만, 사회에 너무 깊이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은 것은 아닌지 늘 걱정하며 살아왔다. 분수 넘게 사회 비평 성격의 글을 너무 많이 써낸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을 닫고 살기가 힘들다고 느꼈다. 내가 믿고 있는 학문적 진실과 어긋나는 주장들이 마치 진리인 양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너무나도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2,3년 동안 쓴 사회 비평 글이 꽤 많이 쌓였다. 그 글들을 한꺼번에 묶어 독자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바람이 생겼다.
‘쿠오바디스 한국경제’라는 책 제목에는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깊은 우려의 뜻이 담겨 있다. 잘 알다시피 “Quo Vadis?”는 “어디로 가느냐?”라는 뜻의 라틴어다. 한국경제가 도대체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려는 뜻에서 이 제목을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에 담긴 내 속뜻은 지금 한국경제 그리고 사회가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대운하사업, 주택시장, 종합부동산세, 교육문제 등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과제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합리적인 차원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일부 계층의 엉터리 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으며, 정책은 잘못된 방향으로 표류하고 있다.
나는 경제학자로서 이런 문제와 관련된 이론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경제이론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이 온갖 사이비 이론으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이런 사이비 이론을 그대로 보고만 있는 것은 학자로서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과제와 관련된 경제학적 진실을 밝히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정부는 검증되지 못한 설익은 아이디어로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1년여 동안의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오락가락 정책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데 있다. 여론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판이다. 이런 소통 부재상태가 국민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이 책에는 그 답답한 상황이 어떻게든 바뀌어야 한다는 내 간절한 바람이 실려 있다. 내 작은 목소리는 그들의 귀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스러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보자는 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
이준구│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평평한 세상에서의 경쟁 전략 _ 빅터 펑·윌리엄 펑·요람 제리 윈드 지음, 박광태 옮김
“치열한 세계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리앤펑그룹의 전략적인 변화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리앤펑의 특징은 단 하나의 공장도 소유하지 않은 채 “네트워크 편성자라는 새로운 역할로 평평한 세상에서 자신을 개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앤펑은 네트워크에서 200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간접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0.5% 미만의 종업원만이 리앤펑 월급을 받는 슬림화된 구조를 갖고 있다. 덕분에 종업원 개인은 100만달러 이상의 매출로 39% 이상의 자본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리앤펑은 홍콩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지난 14년간 연평균 23%의 성장을 이루며, ‘적절한 가격으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로 적절한 제품을 배달하는’ 세계 최고의 소비재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럭스미디어/ 296쪽/ 1만6000원
차이나프리카 _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지음, 파울로 우즈 사진, 이희정 옮김
“우리는 1년 넘게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 아프리카 15개국을 돌아다니며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취재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인을 보는 건 신기한 일이 아니다. 앙골라, 세네갈, 코트디부아르나 시에라리온에서도 중국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 중국은 마침내 아프리카의 운명을 손에 거머쥐게 되는 것일까.” 저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무한한 천연자원을 활용하며 윈윈 게임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삶을 조명했다. 아프리카 제2의 무역국인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20년 전에 비해 50배나 늘었다. 이 책은 프랑스 언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알베르 롱드르상을 수상한 세르주 미셸 기자와 15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관한 르포를 써온 미셸 뵈레 기자, 2004년 월드프레스 포토 어워드를 수상한 파울로 우즈 기자의 합동 취재기다. 에코리브로/ 317쪽/ 1만6000원
도요타 인재 경영 _ 제프리 라이커·데이비드 마이어 지음, 정준희 옮김
지난 30년간 도요타의 성공비결이 공개됐지만 어떤 기업도 도요타만큼 성공하진 못했다. ‘인재육성’이라는 하드웨어는 도입했지만 ‘기업문화’와 ‘인프라’ 같은 소프트웨어는 만들지 못해서다. 저자 말대로 “기업이 다른 것은 사람들의 지식과 능력 때문”이다. 도요타 최초의 마스터 트레이너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생산방식 개발과 인재 개발을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육생이 배우지 못했다면 그것은 트레이너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이란 도요타의 작업지도 방식도 마찬가지다. 저자 제프리 라이커는 미시간대학교의 산업공학부 교수로 도요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저자는 “지식을 습득하고 전달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비즈니스북스/ 479쪽/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