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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 ⑥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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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지 | 슈트처럼 엄격하지 않다고 해서, 재킷에 아무 바지나 입어도 되는 건 아니다. 재킷과 바지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 착용자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스포츠코트 즉, 재킷의 색상은 바지와 같지 않고, 옅거나 진해야 한다. 같은 색으로 입으면 슈트에 가까운 느낌으로 변질된다. 패턴이 있는 바지와 재킷을 같이 입을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서커스 단원처럼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체크나 화려한 패턴의 재킷을 입는다면 바지는 단순한 것을 선택해 중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클래식 캐주얼의 핵심 품목인 네이비블루 블레이저에는 화이트나 그레이 색상의 플란넬 바지가 제격이다. 재킷과 바지가 상호 보완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재킷과 바지를 조합할 때 소재와 색상을 한 번 더 고려해야 한다. 울이나 리넨 소재의 재킷이라면 그보다 얇은 울 소재 바지가 잘 어울린다. 재킷이 두꺼운 트위드라면 역시 두툼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바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취향에 따라 면바지나 블루진을 매치하는 것도 멋진 캐주얼 룩을 연출하는 방법이다. 요컨대 재킷과 바지는 밸런스를 이루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캐주얼로 입는 바지라도 바지 길이가 너무 길면 구두 근처에 지저분한 주름을 남기면서 다리도 짧아 보인다. 구두를 살짝 덮을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다. 커프스 혹은 턴업(Turn-up)이라고 하는 바지의 단 처리는 슈트나 재킷의 차림새를 좀 더 드레시하게 하는 장점이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너무 두터운 소재가 아니라면 바지 끝을 턴업 하는 것이 어느 정도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효과 때문에 바지의 모양새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구두 | 이 세상에 남자 구두는 두 가지다. 끈이 있는 구두와 끈이 없는 구두. 전자를 옥스퍼드(oxford)라고 하고 후자를 슬립온(slip-on)이라고 부른다. 옥스퍼드는 발목 아래쯤에 낮게 커트된, 끈 구멍이 세 개 이상 있는 끈 달린 모든 구두의 총칭이다. 반면 슬립온은 끈이 없고 구두의 앞쪽 등가죽이 짧다. 옥스퍼드는 슈트나 재킷에 모두 잘 어울리고, 슬립온은 오직 재킷에만 신는다. 그러므로 캐주얼 복장을 선호한다고 해도 옥스퍼드는 여전히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아이템이며, 이를 충분히 갖춘 후에 테슬 로퍼, 페니 로퍼, 모카신 등 다양한 슬립온으로 재킷을 마무리하면 된다. 복장에 따라 옥스퍼드나 슬립온을 구별해 신을 때도 항상 클래식한 스타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패션 아이템이 그러하듯 클래식 스타일은 유행에 민감한 제품들보다 더 다양하게 활용할수 있고, 실수할 염려도 없으며, 대부분의 장소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보석이 고전적이고 고급스러우며 우아한 스타일일수록 모든 장소에 잘 어울리듯이 말이다.

재킷에 잘 어울리는 구두를 고르는 데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재킷보다 어두운 색상의 구두를 신는다. 너무 옅은 색의 구두나 양말은 타인의 시선을 발쪽으로 유인해 키가 작아 보이게 할 수 있다. 둘째, 재킷과 조화를 이루는 컬러를 고른다. 짙은 네이비 상의에는 와인색 구두가 좋고, 그레이 색상의 재킷에는 다크 브라운이 잘 어울린다. 브라운 계통의 구두는 블랙을 제외한 어떤 종류의 슈트나 재킷과도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색상이다. 블랙이 구두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온 우리나라에서 브라운 컬러는 낯설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는 블랙에 가까운 진한 초콜릿 컬러의 구두를 신으면 된다. 너무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브라운 계통으로 바꿔나가기에 좋다. 셋째, 의상의 화려함을 감안해야 한다. 모카신이나 로퍼는 캐주얼 의상에 잘 어울린다. 또한 의상의 실루엣과도 균형을 잘 맞추는 구두여야 한다. 헐렁한 의상에 코믹하고도 작은 슬립온을 신는다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심플한 디자인, 유행 초월하는 실루엣

여성의 옷은 타인보다 자신의 기분과 취향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이와 달리 남자의 모든 옷은 역사적으로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를테면 정장은, 어떤 상대와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적절하게 이해할 수가 없다. 지극히 공식적인 복장이므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합의된 원칙들을 되도록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재킷으로 대표되는 캐주얼을 입을 때도 역시 타인의 시선을 우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를 배려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편안하고 즐거워지는 옷차림, 이것이 캐주얼의 본질이며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진 신사의 문화다.

사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어지럽고 기묘한 스타일의 재킷과 셔츠에 파묻힌 나머지, 정말로 우수한 품질의 클래식 캐주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캐주얼의 세계에는 어느 정도의 자유와 파격이 허용되지만, 질 좋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캐주얼웨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잘 소화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비록 캐주얼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옷, 그래서 착용자의 자신감을 높여주는 옷의 조건은 심플한 디자인에 뛰어난 옷감의 질과 착용감, 유행을 초월하는 실루엣이어야 한다. 브랜드 로고는 중요하지 않다. 극도로 세련된 캐주얼이라면 아주 늙어서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일 것이다. 결국 캐주얼이건 규칙이 많은 클래식 슈트건 본질은 같다. 패션 감각을 키울수록 더욱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으며, 제대로 고른 옷은 유행에 상관없이 오래 입는다는 것이다.

신동아 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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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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