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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요금체계 개편 논란의 진실

“전기값 싸서 좋다고? 결국은 서민 세금으로 재벌 지원하는 꼴”

  • 윤영호│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yyoungho@donga.com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전력요금체계 개편 논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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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를 전기로 바꾸어 각 산업체에 전달하는 동안 48%의 손실이 발생한다. 중유의 경우 58.2%에 달한다. 반면 산업체에서 석유를 직접 사용할 경우 손실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 세금으로 보전해가며 틀어막은 전기요금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산업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는 이렇게 해서 생긴 국가 전체 손실액이 9000억원이 넘는다고 추산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전기값이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업체들은 제철과 반도체, 석유화학 등으로 그 업종이 한정돼 있다. 이들 업체의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개 1% 미만.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경우 산업용 전기료가 10% 가까이 인상된다고 해도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0.1% 내외에 불과하다는 게 한전 측 추산이다.

“보다 탄력적인 방파제”

현재의 전력요금 체계가 가진 장점으로 흔히 내놓는 또 한 가지 근거는 급변하는 국제에너지시장의 가격변화에서 우리 기업들을 보호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기값이 낮은데다 유가 변동 등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을 유지하기 때문에 고유가 파동에서도 국내 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역할이야말로 공공부문이 맡아야 할 몫이라는 견해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한국의 산업구조가 국제시장의 흐름과 유리되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부터 화석연료 고갈 같은 전반적인 추세가 피부에 와 닿지 않으므로 생산방식을 전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재편하는 작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에너지 다소비형 1·2차 산업의 비중을 줄이고 3차 지식서비스산업의 비중을 늘리는 구조 재편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이러한 구조가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현재와 같이 전기공급자에게 막대한 적자와 부채가 누적될 경우 한전의 파산 등으로 아예 현재의 전기공급체계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 까닭이다. 윤원철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쉽게 말해 연료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는 완전히 딱딱한 방파제다. 당장은 매우 편리하다. 그러나 이렇게 엄청나게 거센 파도가 몰려오거나 충격이 쌓이면 언젠가 한순간에 붕괴할 수도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을 고스란히 전기료에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일정부분은 연동하는 탄력적인 구조로 가야 방파제도 존재할 수 있다. 세계시장의 흐름에 완전히 내맡기는 것과 완전히 분리되는 방안 사이의 적절한 중간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장기적으로 전력가격을 시장조절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 역시 당장은 현실적인 타협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론이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과 산업용 전력가격의 인상. 한전 역시 ‘현실적인 목표’로 인식하고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연료비 연동제의 경우 국내의 다른 에너지 가격은 국제시장 가격의 변동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스나 난방의 경우 IMF 위기를 전후해 모두 이 같은 연동제를 택했지만, 전기만 이러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어 에너지 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 에너지 수요가 전기로 쏠리는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전기요금체계도 이러한 연동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개발연구원이 수행한 관련 연구는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의 두 항목을 더해 전기료를 산출하는 현재의 방식을, 기본요금+전력량요금+연료비조정요금의 세 항목으로 나누어 산출하는 것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다. 연료비가 5% 이상 오르거나 내릴 경우 이를 반영해 요금을 부과하자는 것. 물론 이 경우도 변화하는 연료비 항목은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산업용 전기료의 인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현재의 체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용 전기가격만을 인상하는 것이 가장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상황이 열악한 중소제조업체의 경쟁력 약화 같은 부작용도 피하기 어렵다. 대신 한전 측이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방안은, 현재는 가격 차이가 심한 일반용과 교육용, 산업용 전기를 통합하고 대신 전압별로 요금을 부과하자는 것. 이렇게 되면 일반용 전기를 사용하는 서비스산업과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제조업 간의 차별도 없앨 수 있고, 소규모로 전력을 사용하는 중소제조업체의 부담 증가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그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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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지난 수년간 계속되어온 문제제기에 정부 역시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해 고유가 파동을 거치면서 전기료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더욱 굳어진 상황.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등 정책결정자들도 여러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부분적으로나마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4월 관련 전문연구기관은 이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를 진행한 바 있다. 에너지 소비구조의 현실과 그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전력요금 개편방안을 담은 보고였다. 이 자리에서 정부 고위관계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강행하기란 간단치 않다는 이야기다.

지경부가 최근 심야전력 요금을 우선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이러한 고민의 산물로 해석된다. 판매단가가 45.69원에 불과해 원가의 6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공급되는 심야전력은 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인상해도 당장 ‘눈에 보이는 악영향’이 적은 편이다. 5월11일 김영학 지경부 제2차관은 “상반기 중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전이 요구하는 7.5% 인상도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낮은 전력 가격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심야전력용 난방장치 등을 설치한 일반 소비자의 반발이 없을 수 없고, 한전이 요구하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의 경우 물가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견해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일반 소비자가 당장 피부로 느끼게 될 가정용 전력요금의 경우에는 아예 인상 가능성 자체를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유가 때문에, 올해는 환율 때문에 한전의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걸 왜 모르겠나. 그러나 당장 환율이 떨어지고 있고 유가가 어떻게 될지도 지켜봐야 할 텐데, 한번 올려놓으면 내리기 힘든 전기료에 손을 대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가정용 전기료는‘위에서’ 결심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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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yyoungho@donga.com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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