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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에 걸린 대양해군 건설

한국은 ‘해군 삼국지’에서 촉한(蜀漢)이 될 것인가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암초에 걸린 대양해군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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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이지스함 개발

이지스 구축함 추가 확보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한때 해군이 생각했던 기동함대는 3개 전단 규모였다. 각각의 기동전단은 독도급 대형 상륙함 1척에 이지스 구축함 2척, 그리고 일반 구축함(문무대왕급) 3~5척으로 구성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산 사정 때문에 해군은 기동함대를 2개 기동전단으로 줄인 듯하다. 그러나 각각의 전단에는 이지스 구축함을 2척 배치하고자 한다.

현재 해군은 ‘율곡 이이함’으로 명명한 2번 이지스함을 진수해 무기를 싣고 있고, 3번 이지스함은 건조 중이므로 1척만 더 건조하면 이 목표를 채울 수 있다. 3·4번 이지스함에는 SM-3를 탑재해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4번 이지스함 이후 한국 해군이 검토할 것은 ‘미니 이지스함’의 도입이다. 미니 이지스함의 모델은 스페인과 노르웨이 해군이 2척과 3척 보유한 이지스 호위함이다.

이 이지스 호위함은 KD-Ⅱ 구축함과 비슷한 4500t 규모로 이지스 구축함보다는 약간 성능이 떨어지는 이지스 체계를 탑재한다. 한국 해군은 미니 이지스함을 짝수로 ○척 확보해야 하는데 이 미니 이지스함은 장차 수명이 다해 퇴역하는 문무대왕급을 잇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한국 해군은 짝수인 ○척의 이지스 호위함과 4척이 되는 이지스 구축함 그리고 2척의 독도함급을 둘로 나눠, 두 개의 기동전단을 구성한다.

이러한 기동전단 구성과 맞물리는 것이 해군용 순항 미사일의 개발이다. 현재 한국은 ‘현무-3’로 불리는 한국형 순항(크루즈)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함정에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은 미국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에 탑재하는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토마호크의 사거리는 500km 이상이니 해군용 현무-3도 그 정도 사거리 확보를 목표로 한다.



해군용 현무-3는 이지스 구축함과 미니 이지스함 그리고 문무대왕급 구축함에 탑재된다. 사거리가 500km 넘는 해군용 현무-3를 탑재한 함정이 동·서해에 배치되는 것은, 북한 전역을 사정거리 안에 넣었다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차기 이지스 구축함과 미니 이지스함 건조가 국방개혁 2020의 수정에 따라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염려의 눈으로 볼 대목이 KSS -3 또는 장보고-3로 불린 차기 잠수함 사업의 순연이다. 장보고-3는 해군용 현무-3를 탑재하기에 미 해군의 LA급 핵추진 잠수함처럼 대지(對地) 공격을 할 수 있다. AIP라는 특수 장비를 갖고 있어 일반 잠수함보다 훨씬 오래 잠항한다. 크기는 3000t급으로 한국이 독자 설계하는 최초의 국산 잠수함이다.

그러나 장보고-3 사업은 수정된 국방개혁 2020에 의해 2020년 이후로 순연됐다. 이렇게 되면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전력은 18척이 돼 해군이 원하는 전력인 25척 내외와 큰 차이가 난다. 잠수함 전력 역시 상륙함, 이지스함과 더불어 당분간 절름발이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형 토마호크 탑재

한반도를 지키는 해역함대의 전력 증강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 해군은 FFX로 불리는 2500t급 차기 호위함 설계를 완료했다. 차기 호위함은 광개토대왕급으로 불리는 KD-Ⅰ급 구축함(3000t급)보다는 작지만 해군용 현무-3를 탑재하기에 화력은 훨씬 강하다. 24척이 건조돼 1·2·3함대의 핵심전력이 될 차기 호위함은 2011년 1번함을 진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국방개혁 2020이 수정됨으로써 그 시기가 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완성한 국방개혁 2020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621조3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600조원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함으로써 국방부는 599조3000억원으로 줄어든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로 인해 육해공군의 전력증강 사업이 찌그러드는 파행이 연출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육군은 전력증강보다는 병력 감소 축소를 택했다는 점이다.

국방개혁 2020 원안에 따르면 육군은 수방사와 특전사 항작사, 유도탄사라고 하는 특수목적 작전부대와 4개 지역군단과 2개 기동군단으로 축소하기로 했는데, 수정안은 수방사를 군단으로 바꿔 특수목적 작전부대를 하나 줄이는 대신 지역군단을 5개로 늘렸다. 수방사보다는 군단이 훨씬 큰 부대이므로, 육군의 병력 감축은 원안보다 줄어든다. 2020 원안은 육군 병력을 38만8000명으로 줄이기로 했으나 수정안은 1만7000여 명이 많은 40만5000명으로 가기로 했다.

2군을 2작사로 이미 개편한 육군은 1군과 3군을 통합해 지작사를 만들기로 했으므로 육군의 대장 보직이 하나 줄어들었다. 그리고 작전통제권 이양에 따라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연합사 부사령관 직위가 사라져, 육군 대장 보직이 또 하나 사라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방부는 합참에 대장을 보임하는 1차장과 대장 또는 중장을 보임하는 2차장을 두려고 한다. 합참 1차장은 항상 육군 대장을 보임하게 함으로써 사라진 육군 대장 보직을 하나 마련하는 것이다.

국방개혁 2020 원안은 대당 가격이 40억원 하는 K1-A1 전차보다 두 배 정도 비쌀 것으로 보이는 K-2 흑표 전차를 600여 대 확보한다고 했으나 이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국방부는 수정안을 만들며 300여 대로 줄였으나 여기에 ‘1차’라는 단서를 붙여놓았다. 이는 1차로 300여 대를 도입하고 이어 2차나 3차로 나머지 300여 대를 도입한다는 뜻이다. 국방부는 2301대로 돼 있는 육군의 전체 전차 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으니 흑표 전차의 도입량은 600여 대가 될 수밖에 없다.

국방개혁 2020 원안대로 가야

육군 사업은 이러한 형태로나마 살아남은 것이 있으나 해·공군 사업은 순연시키는 식으로 수정한 것이 국방개혁 2020 수정안이다. 그러나 미래전은 지상전력이 아닌 해·공군 전력으로 결판난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큰 위기에 대처하는 데 육군보다는 해·공군 전력을 동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줄어든 예산 때문에 해군은 ‘대양화’를 연기하고 있다.

4월23일 중국 해군이 벌인 국제 관함식은 지난해 한국 해군이 한 국제 관함식을 참조한 것이다. 한국 해군은 중국 해군에 한 수 가르쳐줄 정도로 성장했다. 20년의 노력 끝에 주목받는 해군으로 떠올라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여온 한국 해군이 국방개혁 2020 수정안의 등장으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한국 해군은 영원히 촉한 (蜀漢)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 해군호를 순항시킬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신동아 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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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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