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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⑬

미국 대표 보수논객 앤 코울터

‘현실 속이는 판타지’ 좌시 않는 미모의 저격수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미국 대표 보수논객 앤 코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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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표 보수논객 앤 코울터

진보 좌파를 반역자 집단이라고 몰아붙인 책.

두 책이 잇따라 성공하자 그녀는 바로 2003년 아예 진보 좌파를 ‘(나라 팔아먹는) 반역자 집단’이라고 몰아붙인 ‘반역(Treason)’이란 제목의 섬뜩한(?) 책을 낸다. “안으로부터든 밖으로부터든 미국이 공격을 받을 때 진보주의자들은 적들의 편에 선다. … 봉쇄를 해제하고, 무역제재를 풀어주고, 군대를 철수하고, 적들과 타협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며, 누군가가 미국을 해치려는 증거가 나와도 ‘증거가 없다’며 완강히 부인한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에서 무려 13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다.

앤 코울터는 이듬해 ‘진보파에게 어떻게 말할까(How to Talk to a Liberal)’라는 평론집을 낸 데 이어 2006년에 진보파의 반(反)종교적 성향을 비난한 ‘무신(Godless)’을 펴냄으로써 미국 보수논객의 스타로 자리매김한다.

눈치 안 보고 직격탄

미국 보수층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좌파 진보주의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 때문이다. 속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선뜻 말하지 못하는 그들의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것이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그녀의 어록이 있을 정도다. 특히 9·11테러 후 이슬람을 향한 어록이 유명하다.

“9·11테러가 난 직후 아랍 사람들이 좋아하며 거리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뉴스에 나오자 ‘저 나라들에 쳐들어가서 지도자들을 죽이고 사람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켜야 한다’고 했고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계획에 할리우드 배우들이 반전 데모를 하자 ‘우리는 석유가 필요해서 이라크를 침공한다. 그래야 너희들이 자가용 비행기와 리무진을 타고 다닐 게 아니냐’고 쏘아붙였다.”(이상돈 ‘세계의 트렌드를 읽는 100권의 책’)



이뿐만 아니라 “무슬림이 다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테러리스트들은 다 무슬림 아닌가?” “시카고가 테러 공격을 받았으면 뉴욕 사람들은 ‘그것 참 안됐네. 이제 캘빈 클라인 패션쇼 보러 가자’고 했을 것이다” 같은 말들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조차 그녀의 독설을 피해갈 순 없다. 9·11테러로 남편을 잃은 미국 여성 4명이 국가 보상금이 적다고 항의하자 “9·11테러가 자기들에게만 일어난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고, 이 여성들이 텔레비전과 신문에 자주 소개되자 “(그녀들이) 남편의 죽음을 즐기는 것 같다”고도 했다.

“코울터는 너무 잔인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당장 방송 출연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더 센 말로 응수한 ‘독한’ 그녀다. 이렇다 보니 미국 진보주의자들에게 앤 코울터는 ‘공공의 적’ 1호다. 오죽했으면 할리우드 스타 숀 펜이 화가 날 때면 코울터를 본뜬 모형 인형에 분풀이를 한다고까지 했을까. 숀 펜은 자신의 아버지이자 영화감독인 레오 펜이 코울터가 쓴 ‘반역’의 좌파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며 그녀에 대한 증오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숀 펜은 잡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녀(인형)를 범했다. 몇 군데 담뱃불로 지진 자국이 있다”고 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좌파는 불평쟁이”

앤 코울터는 보수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참전용사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다닌 후 FBI수사관과 변호사를 지냈다고 한다. 앤 코울터 자신도 개신교회에 다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녀는 코넬대를 다니면서 대학을 지배하는 위선적인 진보 성향에 진절머리를 내고 보수적 신념을 굳혔다고 한다. 대학에서 ‘코넬 리뷰’라는 보수 성향의 학내 간행물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미시간대 로스쿨에 다닐 때는 보수 법률가들의 모임인 ‘연방주의자협회’ 미시간지부를 창설하는 데 관여하기도 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정치란 지저분한 스포츠’라고 단언한다. 본래부터 정치가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정치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따로 있으니 다름 아닌 좌파를 표방하는 진보주의자들이라는 것이다. 소련이라는 ‘외부의 적(敵)’이 사라지자 타도 대상을 내부로 돌리며 진실과 사실을 왜곡하고 대중을 선동한다고 비난한다.

그녀는 좌파가 기본적으로 ‘불평쟁이’라고 꼬집는다.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안보에 대한 그들의 불평은 ‘참아낼 수 없는 지경’이라고 표현한다. “좌파들이 전쟁에 기여한 바는 주로 ‘불평하는 것’이다. 그들은 테러 용의자들을 감금한 것에 대해 불평하고 우리가 전쟁에 질 것이라고 한탄하며 테러분자들에 대한 군사재판에 대해서도 비난한다. 부시 행정부가 탄저병균 살포 사건을 즉시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또 수용소 안에 구금된 테러리스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고 불만이다. 전쟁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고 불평이고 존 워커(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생포된 미국인 탈레반 전사)에 대한 재판에 대해서도 불만이다.”(‘중상모략’ 17쪽)

좌파들의 성향을 ‘불평’이라고 지적한 대목에 눈길이 간다. 이념적으로 좌우를 가르는 기준이 많지만, 필자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내 탓으로 생각해서 문제의 진단과 해결책을 ‘나로부터’ 찾는 것을 우파적 성향이라고 본다. 반대로 ‘남 탓’으로 생각해서 사회나 집단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좌파적 성향이라고 본다. 문제 원인을 바깥에서 찾으면 당연히 불평불만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것은 심리적으로 ‘증오’나 ‘분노’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증오는 서로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부식시킨다는 점에서 건강하지 못하다.

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는 “우리가 흔히 ‘사회구조’라고 하는 것은 아예 현실에 없는 추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앤 코울터가 미국 좌파들을 향해 현실 속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회라는 추상에 문제를 우겨넣고 증오심을 부추겨 사태를 왜곡한다고 하는 지적은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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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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