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중에서 촬영한 욕지도 참다랑어.
“1992년까지요. 딱 10년 했네요.”
▼ 한번 출어하면 집엔 얼마 만에 돌아오나요?
“2년요. 괌 기지에는 6개월에 한 번씩 들어갑니다. 한번 나가면 6개월 동안 배에 있는 거죠. 집에는 2년에 1번씩 들어가고요.”
얼굴살이 횟감으로 최고
▼ 빵점 남편이네요.
“아내는 부산사범대를 나와 교사로 일했는데 바다생활이 어떤 건지 잘 모르고 저랑 결혼했죠. 결혼 두 달 만에 배를 타고 떠났는데…. 황당했을 겁니다. 선장 일을 그만둔 것도…. 가족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도 바다가 그리워요. 몇 년 전만 해도 꿈속에서 고기를 잡았어요. 어획량은 선장의 역량에 좌우됩니다. 선망은 사냥하듯 물고기를 잡아요. 찰나에 승부가 갈립니다. 한 마리 잡으면 다 잡는 거고, 아니면 다 빠지기 때문에 조업할 때는 정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요. 그래야 이깁니다. 익사이팅하게 젊은 시절을 보냈으니 때로는 적적하죠.”
웨이트리스가 참다랑어회를 서비스로 내왔다. 백세주 1잔을 들이켠 뒤 회를 삼키는 표정이 꼭 어린아이 같다.
“한 점 들어봐요. 혼마구로(참다랑어) 뱃살이에요.”
▼ 양식인가요, 자연산인가요?
“지중해산 양식 참다랑어죠. 지중해산은 양식이나 자연산이나 가격이 별 차이가 없어요. 지중해의 참치 양식은 성격이 조금 달라요. 100~200kg 나가는 녀석들이 산란하려고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몰려듭니다. 폭이 좁은 지브롤터 해협이 참다랑어를 잡는 포인트예요. 산란기 때는 개체가 크고, 기름져서 맛이 좋습니다. 지중해에서 산란한 뒤 대서양으로 돌아가는 녀석들은 기름기가 없습니다. 살이 쪽 빠지고요. 그래서 맛이 없습니다. 이 녀석들을 잡아서 살을 찌우는 게 지중해식입니다. 참다랑어는 눈 옆에 붙은 살이 가장 맛있어요. 서울에선 뱃살을 최고로 치던데 바다에선 얼굴살이 최고예요. 머리에 붙은 살은 녹으면서 선도가 떨어지죠. 그래서 뭍에선 얼굴살이 뱃살보다 맛이 떨어집니다. 참다랑어 활어 못 먹어봤죠? 참다랑어보다 회가 맛난 생선은 없습니다.”
그가 “참말로 달다” “살살 녹는다”면서 웃었다. 욕지도에서 만난 홍승표(41) 씨도 똑같이 말했다.
“2007년 10월 양식에 나선 뒤로는 참치 맛을 한 번도 못 봤심더. 값나가는 보물이다 보니 올라오는 대로 가두리로 몰어넣지예. 참치 활어 맛요? 회는 활어가 최곤기라. 맛 좋지예. 참말로 답니더. 살살 녹지예. 고구마, 감귤이 욕지도 특기인데, 앞으론 참치도 특기가 될 깁니더. 올 겨울만 넘기면 성공 아잉교. 잘 키워야지예. 겨울철 수온이 9℃까지 내려갔을 때는 참말로 아찔했지예. 바닷물이 차가우면 참치가 콱 죽어뿌지 않습니꺼. 멋도 모르고 쪽지(뜰채)로 참치를 떴다가 13마리 가운데 2마리가 죽었어예. 참치는 성깔이 더럽다 안 했능교.”
참다랑어는 농어목 고등엇과의 물고기다. “성격이 급하고, 품성이 까다롭다”고 어부들은 말한다. 뜰채에 몸이 닿거나 배로 옮기면 미친놈처럼 날뛰다 피를 토하고 곧바로 죽는다.
다랑어에 바친 청춘
욕지도의 참다랑어 가두리는 지름 20m, 깊이 12m로 섬에선 가깝지만 뭍에서 보면 망망대해에 떠 있다. 외해(外海)양식을 시도한 건 한국에서 인성수산이 처음이라고 한다.
“1998~99년엔 말레이시아 암차그룹에서 수산컨설턴트로 일했어요. 돌아와서 참돔 외해양식을 욕지도에서 시작했습니다. 외해양식은 국내에서 처음이었죠. 그런데 2001년 욕지도에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눈다랑어가 올라왔다고 그러더군요. 다랑어라는 소리를 들으니 설레더군요. 그런데 눈다랑어는 우리 바다에는 안 올라오거든요. 그래서 부리나케 통영으로 달려갔죠. 그런데 눈다랑어가 아니라 참다랑어였어요. 얼마나 반갑던지…. 청춘을 참다랑어에 바쳤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을 우리 바다에서 만난 겁니다. 가두리에 넣어서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이 곧바로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는 일본, 호주를 수차례 오가면서 참다랑어 양식 기술을 배웠다. 참다랑어 양식은 1974년 일본이 처음으로 시도했다. 일본은 인공부화로 치어를 만들어 키우는 기술을 갖고 있다. 바다에서 잡은 참다랑어를 가두리에서 키우는 기술을 확보한 나라도 일본을 포함해 호주 스페인 포르투갈 등 10여 개국에 그친다.
“일본에 가와구치 노인이라고 참다랑어 양식 전문가가 있습니다. 가와구치어장에 갔더니 9년을 기른 참다랑어가 있었습니다. 덩치가 200㎏에 달했어요. 1992년 제주도 연안에서 잡은 참다랑어 40마리가 자란 거라고 그러더군요. 우리 어장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도 ‘된다’ 싶었죠. 그런데 양식을 곧바로 시작하지는 못했어요. 2002년, 2003년 루사, 매미가 온 바다를 휩쓸버린 거 알지요? 좌절도 그런 좌절이 없었어요. 어장이 쑥대밭이 됐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2007년부터 양식을 시작할 수 있었죠.”
2007년 10월 욕지도어장에서 잡힐 때 두 살배기로 몸무게가 5㎏에 그치던 참다랑어 11마리는 두 번의 겨울을 넘기면서 35㎏까지 자랐다. 지난해 7월 잡은 3.5㎏짜리 참다랑어 280여 마리도 겨울 추위를 극복하고 8~10㎏까지 몸을 불렸다. 양식 참다랑어는 일본에서 ㎏당 5만원 안팎에 거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