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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30년 동안 뭐 했니?” 교과서의 굴욕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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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과학교과서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온 ‘차세대 과학교과서’.

한국 출판시장이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해온 것에 비춰보면 교과서만큼은 ‘외로운 섬’처럼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이렇다 보니 교과서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때가 많다. 중·고교생들의 경우 과목마다 참고서와 문제집을 별도로 사고 있다. 교과서만 봐서는 학습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시험준비를 위해 별도의 참고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뜬구름 잡는 내용 많은 교과서

중학교 3학년인 김혜정양은 “교과서를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자주 나와 똑같은 부분을 몇 번 읽어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김양은 “얼마 전 교과서에서 프랑스혁명 부분을 읽었는데 이해가 잘 안 돼 결국 쉽게 쓴 세계사 책을 읽어보고 나서 이해했다. 도덕교과서도 어떤 단원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말이 너무 많아서 그냥 통째로 외운다”고 말했다.

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국내에서 발행된 초중고 교과서.

교육현장의 ‘교과서 불신현상’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많은 고교생에게 교과서는 그저 ‘참고도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위기의식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창양 KAIST 교수는 “현재 교육정책의 포커스는 대학입학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교육을 어떻게 줄일지에 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초·중·고교 교과서 콘텐츠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교육정책 인센티브가 교과서에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행동주의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만들기 때문에 답을 주지 않고, ‘왜(why)’를 그리게 하는 반면 우리 교과서는 주입식 서술식 교육이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지만 ‘입시’라는 부담 때문에 모두가 창의력과 잠재력 향상을 중시하는 교육을 거북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교과서를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언어세상의 이현아 기획팀장은 “미국 교과서는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한다”며 “초등학교 1학년 책만 봐도 ‘너라면 어떻게 이 장면을 묘사하겠나?’‘네 방식대로 결말을 써봐라’라고 지도한다. 반면 한국 교과서는 일방적인 내용을 마구 던져준 뒤 정답을 찾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중학교 3학년 자녀가 있는데, 가끔 한국 교과서를 보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책 내용이 흥미를 자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책과의 소통이 없어 아이가 교과서를 잘 안 본다. 반면 미국 교과서들은 얄밉도록 잘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교과서는 최고급 사진작가의 사진을 쓰고, 필요하면 출판사가 직접 촬영하기도 한다. 한국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교과서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 교과서 경쟁력의 비결은 뭘까. 우선 미국 교과서는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는 대개 한 권에 50달러 안팎이다. 다른 과목에 비해 사진과 그래픽이 많은 과학교과서는 90달러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처럼 교과서를 개발하면 제값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제작할 때부터 충분한 투자를 한다.

미국에서 교과서 개발에 걸리는 기간은 빨라야 2,3년이다. 교과서 한 권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6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며, 1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도 수두룩하다. 이처럼 비용과 시간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교과서 시장은 맥그로힐, 하코트, 피어슨, 스캇포스만, 스콜라스틱 같은 대형 출판사들이 이끌고 있다. 워낙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여서 작은 업체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미국 교과서는 고가이기 때문에 대여제를 채택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년이 끝나면 교과서를 반납해 교과서를 여러 차례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과서는 세 종류로 나뉜다. 정부가 교과서 발행 전부를 관장하는 국정교과서와 정부가 정한 일정 기준에 맞춰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를 개발한 뒤 검정심사를 통과해 적합성을 인정받는 검정교과서, 그리고 국·검정 교과서가 없는 과목이거나 보충이 필요한 경우 시·도 교육청 인정도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사용할 수 있는 인정교과서다. 초등학교 교과서 대부분은 국정교과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국어 도덕 역사 과목은 국정교과서이며, 나머지가 검정교과서다. 현재 국정교과서는 종류수 기준으로 전체 교과서의 56%를 차지하는데 정부는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검정교과서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판형, 색깔, 분량까지 통제

검정교과서의 경우 과목마다 다양한 출판사에서 낸 교과서들이 존재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하나같이 비슷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한국 교과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교과서 발행체제, 판매방식, 가격선정 구조에서는 좋은 교과서가 나오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한 출판사 관계자의 말이다.

“보통 검정교과서 한 권을 개발하려면 많게는 2억원이 들어간다. 이렇게 투자한 뒤 검정에서 떨어지면 그 돈을 모두 날린다. 출판사로선 검정 통과가 지상과제다. 검정교과서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한 교육과정의 큰 틀 안에 맞춰야 한다. 판형, 색깔, 책 내용까지 구체적인 검정기준이 있기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그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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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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