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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남북관계 秘事

뿔난 北, ‘서울 길들이기’…南,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이명박 정부 남북관계 秘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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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남북관계 秘事

6월3일 ‘개성공단납치억류국민석방운동시민연대’ 회원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성공단 근로자 Y씨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길들이기 vs 길들이기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의 틀을 바로세우고자 했다. 대화 우선 정책으로 북한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정책 결정자들도 통일·외교·안보정책 기조를 전임 정부의 잘못을 극복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ABR(Anything but Roh·모든 것을 노무현 정부와 반대로)이란 말이 관가에서 회자된 까닭이다. 이명박 정부는 6·15, 10·4 공동선언보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방점을 찍었다. 또 10·4 공동선언을 재검토해 ‘우선 할 것’ ‘나중에 할 것’ ‘못할 것’으로 구분해 접근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직접 6·15, 10·4 공동선언 대신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강조하는 언급을 하자 ‘물 불 안 가리고’ 공세에 나섰다.

서울의 빗나간 예측

북한은 6·15, 10·4 공동선언을 ‘장군님의 업적’이라고 여긴다. 북한 주민들은 공장, 농촌에서 단위별로 이뤄지는 생활총화(주민을 우민화하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때 ‘장군님이 이룬 성과’를 학습한다. 10·4 공동선언과 관련한 생활총화는 2007년 12월 이뤄졌다고 한다.

북한은 통일전선부 정비가 마무리된 3월말부터 남북 접촉면에서 긴장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선 국면에선 입을 다물었던 ‘노동신문’은 이 대통령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임금인상 요구→태업→파업→남측기업 철수→통행금지→폐쇄로 이뤄진 ‘개성공단 폐쇄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비핵·개방3000 구상에 관여했으며 지금은 국책 연구기관의 장(長)으로 일하는 한 인사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북한과 갈등을 빚더라도 ‘주는 자’로서 갑(甲)의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지원을 받는 북한은 을(乙)이다. 북한이 ‘서울 길들이기’에 나서면 우리도 ‘평양 길들이기’로 대응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 남북관계가 정상화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뜻도 그렇다. 갑을이 뒤바뀐 남북관계를 정상화한 뒤 대북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면 안 된다. 지금은 남북 간 ‘숨 고르기’ 국면으로 보면 된다. 북한의 태도가 바뀔 것이다. 쌀과 비료가 절박한 만큼 북한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길들이기 vs 길들이기 국면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11일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의 시민단체가 날려 보낸 삐라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 관계자는 “결국은 무산됐지만 지난해 12월~올해 1월 남북 간 움직임이 물길을 되돌릴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베이징도 좋고 평양도 무방하다면서 이 대통령과 가까우면서 이 대통령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30일 청와대, 국정원 인사들이 비공개 모임을 가졌는데, 이 모임에선 한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남북경협사업을 정리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1월 중순 관련 내용을 북한에 전달했으며, 북한도 이 사업과 관련해 내각에 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1월17일부터 3월28일까지 베이징에 체류했다. 1월 임명된 정문헌 통일비서관도 남북을 오가는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다.

“때깔이 달라진다”

평양은 더 이상 개성공단은 필요 없다는 투로 서울을 압박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돈은 월 400만달러에 조금 못 미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이 신의주특구와 관련해 북한에 차관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조총련 고위 인사를 포함해 여러 경로로 크로스 체크한 정보에 따르면 중국이 동북3성과 북한지역에 투자하기로 한 자금이 한국 돈으로 200조원에 달한다. 200억달러가 아니라 200조원이다. 엄청난 돈이다. 물론 북한에 들어갈 자금은 장기간에 걸친 것이다”라고 전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때깔’이 달라진다고 한다. 한 회사는 사원증을 발급한 지 1년 만에 여직원의 사진을 전부 새로 찍어야 했다. 얼굴이 못 알아볼 만큼 예뻐졌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게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복지혜택이라고 한다.

북한 당국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 여성들의 행복을 빼앗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인간미가 결핍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계약→실행→이익분배의 경제행위를 닮았다. 길들이기 vs 길들이기 국면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인천항엔 인도적 지원단체가 북한에 지원하려고 준비한 모내기용 비닐이 쌓여있다. 정부가 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A씨는 “모내기용 비닐도 못 보내게 막는 건 난센스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여성들은 올겨울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을까? Y씨는 서울의 가을하늘을 볼 수 있을까? 10년 넘게 현장에서 북한을 들여다본 A씨는 “남북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아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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