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MB’의 멘토 김장환 목사

“이 대통령,‘노 전 대통령에게 최대한 예우 갖췄는데…’라며 아쉬워한다”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9-07-07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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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의 멘토 김장환 목사
    세 계침례교연맹(BWA) 총회장을 지낸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는 이명박 대통령과 아주 가깝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는 30년 가까이 인연을 맺고 있다. 이 대통령 주변에선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가실 때면 꼭 김 목사의 기도를 받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상득 의원을 포함한 대통령 가족들은 수시로 김 목사에게 전화해 기도를 부탁한다. 김 목사는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든다.

    김 목사는 역대 대통령과도 두루두루 친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했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보수적인 교단을 대표하는 인사로 각인돼 있지만 정권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친했다. 천주교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 목사와 여러 번 만나 친분을 쌓았다. 김 목사의 정·관·재계 인맥은 그야말로 끝을 헤아리기 어렵다.

    김 목사는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원래도 유명했지만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 최대 기독교 계파인 BWA 총회장을 지내면서 세계적인 종교인이 됐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2000년 쿠바에서 열린 BWA 총회장 취임식 때는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가장 의지하는 종교인’이라는 김장환 목사를 6월10일 만났다. 김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극동방송에서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김 목사를 만난 날은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6·10민주항쟁 22돌 행사가 예정된 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일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이미 전날부터 행사장인 서울시청 앞 광장을 주최 측과 시민들이 점거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김 목사는 “정치적인 얘기는 하지 말자”는 약속을 요구했다. 기자는 그러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얘기도 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나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는 김 목사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대통령이 화제가 됐고 정치적인 사건에 대한 김 목사의 견해와 그가 겪은 에피소드가 툭툭 튀어나왔다.



    ▼ 어렵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6월4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 만났습니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를 위해 이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캄보디아와 극동방송은 각별한 사이입니다. 우리 교회 집사님이 캄보디아에 공장을 세운 인연도 있고 (캄보디아는) 극동방송이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도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센 총리를 만나 기도를 드렸습니다. 오토바이, 소금, 라디오 등을 가지고 가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요.”

    ▼ 요즘 나라가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종교인으로서 어떻게 보시나요.

    “아침에 수원에서 올라오면서 뉴스를 들었어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야당에서 점거했다.’ ‘김정일 셋째아들이 후계자가 됐다.’ 뭐 이런 기사들이 나오더군요.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우리나라 민주화가 후퇴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다는 기사도 있었고요. 그런데 난 조금 생각이 달라요. 시국선언 하는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한번이라도 거론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도 한번쯤 문제제기를 해줬으면 좋겠고, 우리나라를 보세요. 작은 교회 하나만 세습이 돼도 모든 언론이 들고일어나서 비판을 하잖아요. 그런데 정권을 세습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별다른 말을 안 해요. 이거 정말 문제 아닌가요? 뉴스를 듣다가 채널을 돌려버렸어요.”

    ▼ 목사님은 친한 정치인, 기업인이 많죠?

    “내가 정치인들과 친해서 그런가 많은 종교인이 나에 대해 ‘정치목사다’ 그렇게 얘기합니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건 그 사람들이 나의 충심을 몰라서 하는 소립니다. 난 어릴 때부터 정치를 하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예수를 만나면서 방향을 틀었고 지금은 전도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지요. 내가 전도하는 원칙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을 전도하면 각료들 전도하기가 쉽습니다. 부모를 전도하면 자식들 전도하기가 쉬워요. 그래서 대통령들을 만나고 기업 대표들을 만나서 전도했습니다. 난 복음 전하는 걸로 내 인생을 마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나한테 공천 준다고 했어요. 정치할 생각 있었으면 벌써 했죠.”

    ▼ 이 대통령을 위해서도 기도를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대통령이 잘돼야 나라가 잘됩니다. 성경에도 ‘권력 잡은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새벽마다 대통령, 큰 기업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 대통령께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MB’의 멘토 김장환 목사

    김장환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의지하는’ 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찬송가 2곡

    ▼ 6월4일 청와대에 갔을 때도 기도를 하셨나요?

    “대통령 가족을 위해 기도해드렸죠. 기도만 드린 게 아니고 찬송가도 불러드렸어요. 내가 ‘찬송가 불러도 되느냐’고 물으니 ‘그러시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혹시 이런 얘기도 종교 편향으로 보일까 걱정입니다. 하여튼 이 대통령이 평소에 좋아하시는 찬송가 두 곡을 부르고 왔습니다.”

    김 목사가 이날 불렀다는 찬송가 중 하나는 ‘주 안에 있는 나에게’(찬송가 455장)란 노래였다. 김 목사는 이 곡이 “이 대통령이 제일 좋아하시는 노래”라고 했다. 가사는 이렇다.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그 두려움이 변하여 내 기도 되었고 전날의 한숨 변하여 내 노래 되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내 주는 자비하셔서 늘 함께 계시고 내 궁핍함을 아시고 늘 채워주시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내 주와 맺은 언약은 영 불변하시니 그 나라 가기까지는 늘 보호하시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 또 어떤 기도를 했나요?

    “아세안 정상회담이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가정에도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기도했죠.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김윤옥 여사 남동생인 김재정씨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현재 의식이 없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인데 대통령 내외분 기분이 어떻겠어요. 그래서 그 분을 위해서도 기도해드렸어요. 오늘 오전 10시에도 서울대병원에 가서 그분을 위해 기도해드리기로 했습니다.”

    ▼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가요?

    “내가 듣기로는 그동안 강원도에 있었는데 갑자기 쓰러져서 헬기로 수송했다고 해요. 그런데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요즘 들어 조금씩 좋아진다고는 들었는데 이제는 하나님의 기적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그러대요.”

    ▼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이 대통령이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는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럼 한 기자는 충격 안 받았어요?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자살한 사건인데…. 생각해보면,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도 감옥생활을 2년이나 했습니다. 그래도 잘 버티셨어요.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이 대통령과 대화할 시간은 별로 없었어요. 아무래도 혼자 고민하는 자리다 보니 마음고생이 심하시죠. 그건 내가 느낄 수 있었죠. 이 대통령은 장가를 잘 간 사람입니다. 김윤옥 여사가 참 긍정적이고 믿음이 좋으신 분이에요. 희망과 소망을 주는 사람이죠. 이번 일을 겪으면서도 김 여사가 대통령을 참 많이 격려해줬어요. 그게 큰 힘이 되셨죠. 말도 대통령보다 더 잘하시고….”

    ▼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검찰도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일단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이래라 저래라 못한 건 사실입니다. 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임채진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잖아요.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끌고 온 것이고, 나는 개인적으로 임 전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면서 사표를 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과잉수사니 하는 얘기가 없었을 거예요.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사표를 냈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이 일일이 지시하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니까 (알아서 판단을 했어야죠.)”

    ▼ 노 전 대통령과도 잘 아는 사이셨죠?

    “작년에 내가 봉하마을에 가서 노 전 대통령을 전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검찰 조사받기 전에도 격려 편지를 보냈어요. 그런데 이렇게 가버리니 저로서도 충격이죠. 민족적인 불행이고 국가적인 불행입니다. 사실 계획적인 죽음인데 조금만 격려해줬으면 그렇게까지는 안 갔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커요.”

    ▼ 편지를 보내셨다고요?

    “네, 4월20일자로 보냈어요. 등기로 보냈습니다. 아마 보셨을 텐데 답장은 못 받았어요.”

    김 목사는 인터뷰 도중 본인이 보낸 편지를 보여줬다.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했다. 편지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1:10)

    노무현 대통령께

    하나님께서 주시는 참 평안이 대통령님 내외분께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통령님!

    세상을 살다보면 기쁨과 슬픔, 어려움을 당하기 마련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때에 우리를 더욱 사랑하시고 친히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모든 것들을 맡기시고 더욱 지혜를 구하며 기도하신다면 모든 일이 다 잘될 것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우리를 택하시고 붙들고 계신 하나님의 섭리를 믿습니다.

    그 하나님의 사랑이 대통령님 내외분께 넘치시기를 계속해서 기도드리겠습니다. 일이 잘 처리되기를 바랍니다.

    더욱 강건하십시오.

    2009년 4월 20일(월)

    극동방송 김장환 드림

    ‘MB’의 멘토 김장환 목사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기 열흘 전인 4월20일, 김 목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격려편지를 보냈다.

    ▼ 노 전 대통령과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이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뒤 돌아가는 길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습니다. 이 때 대통령께서 저에게 연락을 하셔서 ‘릭 워런 목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내가 자리를 만들었지요. 당시 주미대사, 외무장관 등이 같이 있었어요. 식사를 하면서 릭 워런 목사가 노 전 대통령을 위해 두 번이나 기도했습니다. 참 소중한 추억입니다.”

    릭 워런 목사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저서 ‘목적이 이끄는 삶’은 2000만부 이상 팔리며 기독교계의 혁명을 이끌어가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현재 미국 새들백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 7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 어쨌든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해 이 대통령이 큰 짐을 지게 됐습니다.

    “10년간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았다가 이번에 정권이 바뀌었어요. 취임 직후부터 촛불시위다 뭐다 해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는데 이런 일까지 생긴 겁니다. 이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면 대접받고 인기가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이렇게 공격을 받아요. 본인 입장에서도 좀 억울하고 답답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지난번 노 전 대통령 장례식 때 500만명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같은 식으로 보면 4200만명은 참석을 안 한 겁니다. 사람들이 왜 그런 걸 모르는지 답답합니다.”

    ▼ 하지만 많은 국민은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족장으로 끝날 장례식을 이 대통령이 국민장으로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장례식에 나갔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만큼 예의를 갖췄습니다. 난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할 때도 노 전 대통령의 자동차까지 직접 가서 문 열어드리고 그랬잖아요. 어떤 보수단체는 이번 장례식을 국민장으로 승격시켜줬다고 이 대통령을 비판할 정도입니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분도 그런 점이 아쉽다고 하더라고….‘저는 전직 대통령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해드렸습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신이나 가

    ▼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장의위원이셨죠?

    “난 몰랐어요. 내가 장의위원인 걸 신문 보고 알았습니다. 조용기 목사도 몰랐다고 하더라고. 그거 보고 나서 내가 조용기 목사더러 ‘어쨌든 장의위원이 됐는데 조문을 가야 되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조 목사가 ‘당신이나 가’ 그러더라고. 대통령 화환을 갖다 버리고 총리의 조문을 막고 하는 것 보고는 조문 가야겠다는 생각을 접었습니다.”

    사실 기자가 김 목사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는 따로 있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취재하던 중 한 종교인으로부터 “선거기간에 김 목사가 경주에 왔었다”는 얘기를 들은 게 이유가 됐다. 김 목사는 당시 후보였던 이순자 경주대 총장(김일윤 전 의원 부인)과 황수관 박사를 만났다고 했다.

    ▼ 4월 선거 때 경주엔 왜 가셨어요?

    “내가 김일윤 전 의원과는 아주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 집 딸 주례도 내가 섰어요. 오랫동안 전도를 한 집안이죠. 부인인 이순자씨를 만난 것도 전도를 위해서입니다. 황수관 박사는 서울에서 만났어요. 그 사람은 나에게 안수기도를 받고 유명인이 된 사람입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해서 서울에서 출마했을 때도 나는 황 박사에게 ‘출마하지 마라’ 그랬어요. 이번엔 만났더니 ‘무소속으로 나간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말렸어요. ‘나가봐야 진다. 나가지 마라’ 그랬죠. 그 사람은 저를 무척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을 도와라. 그 사람이 너에게 빚을 지게 해라’ 그렇게 얘기해줬습니다. 누굴 돕든지 도와라, 그런 얘기였죠. 그렇게 말했더니 황 박사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안수기도를 받은 뒤 출마 포기를 결심했습니다. 그 사람이 장로예요. 사실 목사가 장로를 상대로 안수기도를 해준다는 건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가장 어려울 때 하는 거죠. 제가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 이상득 의원과도 친분이 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제도 전화로 기도해줬죠. 내가 볼 때 그 사람은 불쌍한 사람입니다. 일종의 화살받이죠. 6선 의원인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없었으면 대통령에게 가는 그 많은 화살을 누가 받았겠어요. 대통령에게 바로 날아갑니다. 그런 점에서 그분은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이 포항에서 6번 출마했는데 그때마다 제가 직접 포항에 내려가서 기도해줬습니다.”

    ▼ 이 대통령도 외국에 가실 때면 꼭 목사님의 기도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고 기회가 닿으면 그렇다는 겁니다. 시간이 안 되면 전화로라도 기도를 받고 가시죠. 난 전화로도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작년에 이 대통령께서 미국에 가서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날 때는 ‘기도문을 하나 써달라’고 하셔서 하나 써드렸죠. 나중에 들어보니 캠프 데이비드에서 두 분이 기도할 때 내가 써준 기도문을 읽었다고 하더라고.”

    ▼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도 만나셨다면서요.

    “서 대표가 집사예요. 하루는 사모님이 전화를 하셔서 ‘남편이 좀 이상하다. 목사님이 기도를 좀 해주시면 좋겠다’ 그래요. 그래서 감옥으로 찾아갔죠. 그랬더니 서 대표가 ‘장로 대통령이 집사인 나를 구속시켰다. 나 이제 예수 안 믿는다’며 소리를 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러지 마라. 기도해라’고 조언했습니다. 친박연대할 때도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더라니까.”

    힐러리 클린턴과 동문 메달

    김 목사는 인터뷰 도중 이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거나, 대화 수준이 좀 깊어진다 싶으면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느닷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얘기한다든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요즘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고생한다든지, 지난주에도 전 전 대통령과 골프를 쳤다든지 하는 얘기를 들려줬다. 대화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김 목사는 마음고생이 심한 이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얘기가 오가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고 하고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이 대통령과 김 목사는 ‘서로가 서로를 어려워하고 또 의지하는 사이’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 대한 얘기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과 미국의 관계, 북미-남북관계에 대해 그의 생각, 이 대통령의 생각을 묻자 나온 얘기였다.

    ▼ 남북관계가 악화돼 이 대통령이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잘될 겁니다.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이 친한파예요. 지난번 한국에 와서 이화여대를 방문했을 때도 너무나 좋아하더라고. 아시아 4개국을 방문하는 동안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하더군요. 2005년인가, 클린턴이 캘리포니아에 왔을 때 내가 기도를 해준 일이 있어요. 원래 그 사람이 침례교 신자였거든. 그런 인연도 있고 해서 한국 방문기간 내내 내가 동행했는데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이것저것 도움도 많이 줬어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서 ‘이화여대에서 힐러리에게 명예박사학위 하나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도 했고 이화여대 총장도 좋다고 해서 준비를 다 했지. 그런데 아쉽게도 성사가 안 됐어요. 왜 그런가 보니까, 미국 공무원은 공식일정 중에 그런 식으로 학위를 받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다행히 힐러리가 졸업한 웨슬리 대학이 이화여대와 자매결연 대학인 거야. 그래서 총장, 장관하고 상의해서 동문 메달을 하나 준 거예요. 그때 힐러리 남동생도 한국에 왔거든요. 두 사람이 한국을 떠날 때까지 같이 있으면서 기도해줬습니다. 한미관계는 잘될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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