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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노무현 그 후

노무현 신드롬의 겉과 속

“여당은 바닥민심 존중하고, 야당은 감성정치 편승 말라”

  • 강원택│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kangwt@ssu.ac.kr│

노무현 신드롬의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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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신드롬의 겉과 속

올해 3월 국회 본회의장.

노무현 신드롬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하고 이를 당의 지지율 제고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장외집회나 이념적 투쟁보다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정말 아픈 곳’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이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전략이 오히려 적절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전과 비교할 때 정치적 자유가 침해받고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조짐이 나타난다는 주장에 적지 않은 국민이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정치적 반발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이 이명박 정부에 기대하는 부분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 배경에는 경제성장, 고용의 증대와 내수경기의 진작과 같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현상적으로 드러난 불만에 편승하려는 태도를 지양하고 민심 이반의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따져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효과적인 공세는 정치적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기보다는 민생과 관련된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게 보다 적절하다고 본다.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무현 신드롬의 겉과 속

6월10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한 광경.

‘노무현 이후’, 우려되는 이념 갈등 격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나타난 또 다른 문제점은 이념 갈등의 격화와 사회적 대립과 분열이다. 사실 이런 강경파들의 대립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서거 정국은 또 다른 이념적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정작 노 전 대통령은 떠나면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당부했지만, 남은 자들은 서로를 원망하고 비난하면서 갈등을 격화시켜가고 있다. 이는 보수, 진보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강경한 이념 노선을 취하면서 사회를 대립 국면으로 몰고 가는 보수나 진보 진영 시민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이념적 대결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는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 역시 소수의 강경한 목소리가 마치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듯이 보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수 강경파의 목소리가 마치 전체 정국을 이끌고 가는 듯이 보이고, 이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념적 갈등이나 분열이 더욱 격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에 혼쭐이 난 집권세력은 이번 추모 정국에서 표출된 민심을 좌파 진영의 선동에 의한 또 다른 반정부 시위로 바라보면서 강경일변도의 전략을 취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영결식이 소요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발언에서 보듯이 유사한 이념적 시각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은 문제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오히려 다수의 침묵하고 있는 중도적 시민을 소외시키면서 소수 강경 보수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하는 상황을 만들었을 뿐이다.

민주당 역시 다수의 중도 성향 시민의 마음을 읽지 못한 채 이념적으로 강한 편향성을 보이는 소수의 격앙된 감정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에 등원하기보다 장외 집회에 집중하는 태도가 바로 당내에서 강경파가 당 전략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여야 주요 정당 모두가 이념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소수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국회는 사회적으로 상이한 요구나 이해관계의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해내는 기구다. 그리고 정당은 이러한 갈등 해소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적 행위자다. 그러나 작금의 정국에선 주요 정당들이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려 애쓰기보다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 혼란스럽게 보이는 것은 바로 갈등을 중재하고 완화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비극적이고 슬픈 사건이다. 그러나 이후 일어난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현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순과 정치의 취약성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떠난 자가 살아남은 자들에게 남긴 무겁고 힘겨운 과제다.

신동아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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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kangwt@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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