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미실’의 작가 김별아.
2005년 소설 ‘미실’(문이당)로 미실을 널리 알린 김별아씨는 최근 ‘주간동아’(691호)와 한 인터뷰에서 “나(소설)의 미실과 드라마 속의 미실이 전혀 다르다”면서 “드라마에서는 미실의 캐릭터를 악녀처럼 다룬 것 같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해석한 미실은 고려의 불교, 조선의 유교가 확립되기 전 삼국통합 이데올로기를 가장 잘 구현한 정치적 인물이면서 사랑의 여인이다”라고 규정했다.
김씨는 또 ‘주간동아’ 694호에서 “미실은 본질적인 여성 그 자체로 성녀이면서 요부이고, 어머니이면서 정부(情婦)다. 그동안 문학에 등장했던 여성들은 성녀 아니면 창녀로 구분됐지만, 나는 모든 여성이 이 두 가지 측면을 다 갖고 있다고 본다. 모성에 대한 욕망도 있지만, 성적 매력에 대한 갈망도 있고, 사회적 성공을 꿈꾸면서도 한 남성에게 완벽한 사랑도 받고 싶어한다. 미실의 권력욕은 역시 단지 왕후가 되기 위해 발현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화랑 사다함과 첫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자신에게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은 후 미실은 ‘내 사랑을 지키기 위해’ 권력과 정치에 개입한다. 이런 모든 욕구에 충실한 여성을 그리고 싶었고, 그 여성이 바로 나의 미실”이라고 했다. ‘선덕여왕’ 드라마 작가가 귀 기울일 만한 내용이 아닐까.
‘선덕여왕’ 드라마의 진로
방짜(질 좋은 합금)가 퉁짜(질 나쁜 합금)가 되지 않기 위해서 구리와 주석의 합금 비율을 78대22로 유지해야 하듯이 ‘선덕여왕’ 같은 역사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효율적인 배합이 필요하다. 역사드라마는 역사가 던지는 메시지와 드라마가 주는 재미가 적절하게 혼합되었을 때 역사적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 역사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하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되는 것은 불가피하나 드라마를 핑계 삼아 역사적 사실을 지나치게 임의로 복원하여 호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역사드라마인 만큼 철저한 고증이 요구된다. 얼마 전에 종영된 ‘연개소문’ 드라마에서 수양제가 앉아 있는 황궁에 마오쩌둥의 낙관이 찍힌 병풍이 쳐져 있었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성공비결이 서태지만 잘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인 양현석과 이주노가 제 역할을 잘했기 때문이듯 ‘선덕여왕’ 드라마가 성공리에 피날레를 장식하려면 큰 뼈대를 이루는 주연급 못지않게 뼈대를 받쳐주는 조연급 배역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