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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 ⑧

남성복식의 화룡점정, 액세서리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남성복식의 화룡점정, 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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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식의 화룡점정, 액세서리

벨트는 격식을 갖춘 슈트나 캐주얼에 다 어울리는 남성복의 필수 아이템이다.

물론 실용적인 스틸 밴드로 무장한 다양한 기능의 시계도 많고 요즘은 휴대전화가 시계 기능을 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대한 문자판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시계는 재킷을 비롯한 캐주얼에 적합하다. 휴대전화를 시계 대용으로 삼는 것은 휴대전화 마케팅 담당자의 훌륭한 아이디어로 칭찬은 받겠지만, 온전한 스타일을 생각하는 남자에게는 권할 만한 것이 못된다. 시계는 남자의 손목 위에 존재하는 것이니까. 정장을 입는 남성은 전자시계가 아니라 아날로그, 배터리를 사용하는 쿼츠(quartz)가 아니라 태엽으로 감는 오토매틱(automatic)을 고르도록 한다.

남자가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시계는 그런 부담 없이 남자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감식안을 시험하면서, 오브제에 대한 취향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 자동차가 ‘힘’과 ‘열정’을 상징한다면, 시계는 ‘지성’과 ‘예술적 안목’을 보여준다는 것이 남성들의 오랜 믿음이다. 여성시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보석이라면, 남성시계에서 중요한 것은 기계의 정교함이다. 이것은 슈트로 치면 소재에 해당할 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남성시계 소비자는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패션 브랜드보다 시계 하나만 만들어온 장인 브랜드를 선호한다. 시계는 보석이 아니라 남자가 바라보는 작은 우주 결정체이니까.

벨트 색, 구두 색과 일치해야

남성패션의 황금시대였던 1920년대 남자들은 슈트건 재킷이건 바지를 몸에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항상 서스펜더를 착용했다. 사실 그때는 정장을 착용할 경우 재킷 속에 조끼를 입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벨트는 허리를 쓸 데 없이 두둑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데 상의와 하의가 한 벌로 이루어진 싱글 슈트가 점차 일반화하면서, 즉 조끼가 사라지면서 서스펜더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미국에서 개발된 벨트가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사랑받는다. 서스펜더 대신에 벨트가 슈트와 함께 착용하는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지고, 스포츠웨어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캐주얼에도 어울릴 만한 다양한 벨트가 남성 복식의 필수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어떤 종류의 벨트건 그 외피는 결이 곱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정장용이고 어느 것이 캐주얼용인지를 구별하는 문제다.



슈트나 블레이저 차림에 어울리는 벨트와 청바지에 어울리는 벨트는 우선 버클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 정장용 벨트의 금속 버클은 가운데가 빈 직사각형이면서 벨트 고리가 있는 스타일로, 일반적으로 그 폭이 1.5인치(약 3.8cm) 정도이며, 금속은 골드나 실버 제품이 대표적이다. 벨트 뒷면에도 가죽이 사용되어야 하며, 버클을 다 채웠을 때 벨트 끄트머리가 바지의 첫 번째 벨트 고리에 끼워질 만큼의 길이면 문제가 없다. 색상은 벨트 색이 구두의 가죽 색과 일치해야 한다는 법칙을 따라 검정색이나 브라운 벨트를 구입하면 안전하다. 이에 반해 캐주얼용 벨트는 버클이 하나의 판 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정장용보다 벨트 폭이 넓고 과감한 컬러가 많다. 벨트 버클이 지나치게 크거나 번쩍거리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오직 복부에만 집중될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나치게 대중적인 벨트 대신 여전히 고풍스러운 서스펜더를 사용하는 남성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회는 다수와 소수의 즐거운 긴장관계를 통해 발전하는 법이니까.

가죽은 사람의 품위를 드러내는 가장 분명하고 구체적인 소재다. 그래서 남자의 구두와 벨트, 시계와 브리프케이스엔 가죽이 가장 중요한 오브제다. 요즘의 비즈니스용 가방은 모두 14세기에 돈이나 귀중품을 넣고 다니던 축 늘어진 손가방에서 유래했는데, 처음엔 ‘예산’을 뜻하는 ‘케이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여전히 서류를 담는 데 종이봉투를 애용하고, 휴대전화와 라이터, 수첩 등을 슈트 주머니에 차곡차곡 넣고 다니는 남성이 많지만, 소지품을 가방에 일목요연하게 보관하는 습관은 비단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닐 것이다. 현금과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명함이라는 사회적 신분증이 중요해진 현대에는 가방과 함께 지갑도 점점 그 무게를 더한다.

시대가 변했다지만 오늘날의 신사들도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돈을 넣거나 구기지 않아야 하므로, 절제되면서 품위 있는 지갑의 상태가 필수적이다. 지갑의 종류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다. 바지 뒷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정사각형과 상의 가슴 주머니에 넣는 직사각형이 있는데, 질 좋은 가죽 제품이라면 스타일의 선택은 굳이 유행을 따르기보다 각자의 행동 패턴을 참고하는 편이 낫다.

마지막으로, 겨울이면 긴요한 가죽 장갑에도 슬슬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그가 신사인지 아닌지는 그가 낀 장갑을 보면 알 수 있다고 19세기 영국의 에티켓 북은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난방시설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현대에는 보온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갑의 중요성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품위와 절제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하는 신사는 추운 겨울에 장갑을 낀다. 손이 따뜻해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차가운 손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하지 않기 위해 그렇다.

포켓스퀘어는 손수건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넥타이를 액세서리의 대표 품목으로 생각하면서 컬러풀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남성이 많다. 그러나 넥타이란 기본적으로 정장의 일부이며, 정장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수록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완하면서 그 존재감을 이어간다고 강조한 바 있다. 너무 화려하고 튀는 넥타이를 매면 넥타이만 극단적으로 강조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사람의 얼굴이 실종되므로 옷차림의 조화가 깨져버린다. 자신만의 개성이나 안목을 표현하기 위해 넥타이 대신 포켓스퀘어(Pocket Square)라고 하는 장식 수건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4세기 말 영국의 왕 리처드 2세가 소맷자락이나 바닥에 코를 푸는 것을 상스러운 행위라고 단언하면서, 행커치프라 하는 손수건이 신사다움과 높은 지위를 상징하게 됐다. 행커치프는 여러 경우를 대비해 항상 손닿는 곳에 있어야 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재채기가 나올 경우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행커치프를 사용해야 했으며, 탁자에 쏟은 샴페인을 손님의 무릎에 흘러내리기 전에 닦아내야 했다. 물론 진짜 코를 풀 때 쓰는 ‘손수건’은 덮개가 없는 바지 뒷주머니에, 보여주기 위한 ‘장식수건’은 재킷 가슴주머니에 꽂혀 있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두 가지는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쳐버린 일이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슈트나 재킷에는 가슴주머니가 있게 마련이다. 그 가슴주머니는 순전히 장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포켓스퀘어를 각자의 스타일로 꽂도록 정교하게 제작된 화룡점정(畵龍點睛)과도 같은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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