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로마신화로 화제가 넘어갔다.
▼ 엊그제 ‘파리스의 심판’을 얘기하셨는데, 권력을 뜻하는 헤라와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 미를 상징하는 아프로디테 중 어느 인물에 동질감을 가지세요?
“저는 아테나가 좋아요.”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누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지 가려달라는 세 여신의 요청을 받고 아프로디테를 지목한다. 아프로디테는 답례로 파리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와의 사랑을 선물한다. 헬레네는 파리스를 따라 몰래 스파르타를 떠나 트로이로 가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에 격분한 스파르타는 그리스와 연합해 트로이를 정벌하러 나섰고 10년 전쟁 끝에 트로이는 망한다.
“파리스는 세 여신의 부탁을 받고 우쭐했을 거예요. 자신한테 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에. 그런데 사실은 파리스가 결정권을 갖게 된 것은 그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제우스신이 여신들의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떠넘긴 거죠. ‘파리스의 심판’이 주는 교훈은, 자신의 권력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인 양 휘두르다가는 큰 화를 입게 된다는 거예요.”
조 의원이 ‘파리스의 심판’과 더불어 그리스로마신화에서 교훈으로 삼는 것은 ‘카산드라의 예언’이다. 태양의 신 아폴론은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에게 빠져 그녀에게 예언의 능력을 준다. 하지만 카산드라가 자신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자 설득력을 빼앗아버렸다. 그래서 카산드라가 아무리 맞는 예언을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리스군이 쳐들어오니 대비해야 한다고 해도, 트로이 목마가 속임수라고 해도 누구도 믿지 않았다. 조 의원은 “‘카산드라의 예언’은 설득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바른말을 하는 것보다 그 말을 듣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고 했다.
▼ 카산드라가 파리스의 누나 아닌가요?
“그런가요? 신화는 잘 기억이 안 나서.”
▼ 트로이전쟁 얘기는 소상하게 기억하시던데요.
“트로이가 신화에서 역사로 연결되는 변곡점이거든요. 트로이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카르타고와 아프리카 부근을 전전하다가 이탈리아 반도에 정착해 세운 나라가 로마니까.”
조 기자는 수첩에 적힌 질문 항목을 빠르게 훑고는 질문을 이어갔다.
▼ 남편이 첫사랑인가요?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만났거든요. 도서관에서 알게 됐어요.”
▼ 대학도 같이 다녔습니까?
“제가 1학년 될 때 남편은 졸업해서 사법연수원에 들어갔어요.”
조 의원의 남편은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장 소속 변호사다. 조 의원도 정치를 하기 전 13년간 김&장 변호사로 활동했다. 사법시험 출신으로 김&장에 진출한 첫 여성변호사가 바로 조 의원이다.
“첫 여성변호사라는 데 책임의식을 가졌어요. 내가 잘해야 앞으로도 여성변호사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에. 여성변호사의 대모처럼 행동했어요. 후배 여성변호사들이 쳐다볼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 내가 잘못되면 자기네도 미래가 없다고 생각할 것 아니에요. 회사에서도 저한테 그런 역할을 부여했어요. 후배들 잘 챙기라고. 김&장에서 나온 후에도 1년에 몇 번씩 만나요.”
학생이면서도 학생이 아닌
조 의원이 주변사람들을 챙기는 데 남다른 기질을 발휘한 것은 중학교 다닐 때부터다.
“초등학생 때는 반장 하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내가 뭔가 결정을 해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오게 한다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 중학생 때 계속 반장을 맡으면서 성격이 바뀌었어요. 선생님들이 저를 신과 인간 사이의 사제로 여겼어요. 학생이면서도 학생이 아닌.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어요. 반 애들 성적이 안 좋으면 조를 짜서 방과 후에 한 시간씩 과외를 하도록 하고 시험에 나오겠다 싶은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빈 수업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풀이해주곤 했어요. 전달력이 약한 선생님이 가르친 내용을 아이들에게 쉽게 해석해주고. 그러니까 반 전체 성적이 너무 좋아지는 거예요. 담임선생님이 저보고 계속 그렇게 하라고 격려해주셨죠.”
그녀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비로소 평범한 학생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잘사는 동네에 위치한 고등학교라 그런지 애들 기도 세고 학습수준도 높았지요. 주눅이 들 정도로.”
고등학생 때 만나 결혼까지 이르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남편의 어떤 점이 그녀를 잡아끌었을까. 조 의원은 “워낙 사람이 괜찮다”라는 말로 반려자에 대한 존경심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굉장히 똑똑하고 겸손해요. 좌중에서 가장 처지는 사람을 끌어올려주고 자신은 놀림을 받으면서 분위기를 좋게 하는 코미디히어로 노릇을 마다하지 않아요. 참 사람이 됐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어요. 지금도 남편에게 ‘내가 만난 사람 중에 당신이 가장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