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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주성하 기자의 북한 잠망경 ②

SKY보다 어려운 김일성대, 졸업하면 권력층 ‘일등사윗감’

  • 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SKY보다 어려운 김일성대, 졸업하면 권력층 ‘일등사윗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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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보다 어려운 김일성대,          졸업하면 권력층 ‘일등사윗감’

2008년 김대에서 개최됐던 대화궁 유적 전시회.

김대에 오는 제대군인치고 일반부대에서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위대라고 할 수 있는 호위국 출신이 상당히 많았다. 이들은 시험도 형식상으로만 치고 입학한다.

평소 자기가 어리석어 원자력학부에 왔다고 늘 푸념하던 한 호위국 출신 제대군인의 사례다. 그가 호위국에서 제대하기 전 한 간부가 대학과 학부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그해 제대할 사람 중에 직급이 높은 군인부터 자기가 지망하는 학부에 표시를 한다. 10년 동안 바깥세계와 철저히 격리당한 채 군복무를 해온 이 제대군인은 원자력학부라는 이름에 ‘필’이 꽂혔다. 원자력학부는 신생 학부라 10년 전 그가 군에 입대할 때까지만 해도 없던 학부였다. 새로 생긴 것이니 뭔가 멋있겠다고 생각하고 지망해 대학에 왔는데 막상 와보니 졸업생들은 방사선을 쪼일 확률이 높은 직종에만 배치됐다. 그는 공부에 별다른 흥취도 없었다. 그래도 그는 뇌물을 쓰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점수로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하기 전 고위 간부의 딸을 만나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의 간부로 임명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곳에 배치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력과 뒤를 봐줄 수 있는 권력이다. 점수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평양 출신도 그러하지만, 특히 지방 출신 제대군인들은 졸업할 때가 다가오면 여자 찾기에 온 힘을 다 기울인다. 평양의 권세 있는 집 여자를 얻으면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편 권력 있는 집안도 제대군인에 당원이면서 김대를 졸업한, 이를테면 경력이 출중한 사위를 선호한다. 승진할 자격을 충분히 갖추면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도 충분히 뒤를 봐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훗날 자기가 물러나도 사위 덕을 볼 수 있다. 김대의 제대군인들은 누가 더 권세 있는 집 딸을 얻는지 경쟁이라도 하듯이 선보러 다닌다. 그리고 대개 졸업하기 전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큰 의미에서 볼 때 권세가의 사위라는 목표에 도달한다.

김대에 공부하는 분위기가 서지 않았다고 해서 김대 졸업생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어쨌든 그들은 여러 검증을 거쳐 최고로 인정돼 선발됐다. 제대군인들도 공부실력은 떨어져도(그중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제대군인들도 있다) 군이라는 울타리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추천장을 받은 사람들이다. 학업 성적이 한 인간의 능력을 대변하는 유일한 징표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술 담배 하다가 퇴학당하기도

직통생 선발 시스템도 나름 괜찮다. 북한에는 학원이 없다. 머리는 별로 좋지 않지만 고액 과외 시스템을 통해 성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평등한 조건하에서 경쟁하다보니 머리 좋은 사람들이 골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대의 규율은 매우 엄격하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운이 나쁜 경우 퇴학까지 당한다. 그렇지만 필자가 김대 재학할 때는 술 담배와 무관한 학생은 거의 없었다. 원래 북한 남성의 흡연율은 세계적 수준이다. 90% 이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술과 담배 하는 학생을 적발하기 위해 연대 참모들이 규찰대 완장을 달고 대학 구내는 물론 대학 주변까지 샅샅이 수색하곤 했다. 그래서 하급생 때는 대학에서 20분이나 걸어 나가 가슴에 단 대학 배지를 뗀 뒤 담배를 피웠다. 그 정도 걸어 나가지 않으면 규찰대의 단속구역에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한 뒤에는 시간이 없어 그렇게 멀리 나갈 순 없다. 이때는 화장실이 뽀얀 연기로 차는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들켜도 누가 감히 뭐라고 하기 힘든 상급생들이었다.

밤이면 기숙사 정문에 규찰대가 지켜 서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학생이 없는지 단속한다. 같은 호실 동료 중에 생일을 맞은 사람이 있으면 호실 학생들이 대개 밖에 나가 마음 놓고 먹고 마시고 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기숙사 호실에서 생일을 축하해줄 때도 있다. 이때는 단속이 좀 완화되는 밤 12시가 넘기를 기다렸다가 창문과 출입문을 담요로 가리고 불빛이 절대 새나가지 않도록 한다. 아예 불을 켜지 않고 생일 파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도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규찰대가 새벽 2~3시까지 기숙사를 무작위로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규찰대에 단속되는 경우 뇌물로 최대한 빨리 사태를 무마해야 한다. 담배 피우다 걸리면 보통 담배 1보루를 뇌물로 주었다. 규찰대원들이 악착같이 순찰하는 이유도 무슨 사명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런 뇌물에 재미가 들었기 때문이다.

김대 학생들이 수업엔 빠져도 이것만은 재미있어서 무조건 참가한다는 회의가 있다. 바로 두세 달에 한 번씩 전교생이 체육관에 모여서 진행하는 사상투쟁회의다. 이 회의는 퇴학 위기에 몰린 학생들이 마지막 심판을 받는 자리다. 싸움질, 도둑질, 흡연, 장기 무단결석, 임신 등 사유도 가지각색이다.

사상투쟁회의의 자아비판 무대에 올라가라는 통지를 받으면 절반 이상의 학생이 도망쳐버린다. 그냥 퇴학당하겠다는 뜻이다. 그래도 비판 무대에 올라오는 학생들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안고 있는 경우다. 전교생 앞에서 자아비판만 잘하면 퇴학을 면할 수도 있다고 간부들이 설득하는 것이다. 물론 10명 중 한 3명은 퇴학을 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판을 잘했어도 퇴학당하는 학생도 많다. 북한에서 공개 총살할 때 이용하는 방법과 흡사하다. 사형수에게 군중 앞에서 자아비판만 잘하면 그냥 감옥행이라고 회유한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형수는 군중 앞에서 열심히 자아비판을 한다. 다 끝나면 “저런 놈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하고 군중에게 물은 뒤 사형수가 미처 반항할 사이 없이 눈과 입을 막고 처형한다.

기억에 남는 사상투쟁회의 장면 중에 이런 일도 있었다. 지방 제대군인이었는데 제대한 뒤 고향에 가자마자 부모가 정해준 여성과 약혼식을 올렸다. 산골에서 10년 군복무를 하다보면 모든 여자가 다 예뻐 보인다. 그런데 이 제대군인이 운 좋게 김대에 입학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평양에서 살다보니 눈이 높아진 것이다. 친구들이 돈 많고 권세 있고 예쁜 여성들에게 장가드는 것을 본 이 제대군인은 자연히 고향에 두고 온 약혼녀가 싫어졌다. 그래서 방학에 내려갔다가 파혼을 선포하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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