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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국군정보사령관이 말하는 북파공작부대의 어제와 오늘

“독 오른 살쾡이의 눈빛… 훈련 참관하던 국회의원이 졸도했다”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前 국군정보사령관이 말하는 북파공작부대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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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국군정보사령관이 말하는 북파공작부대의 어제와 오늘

1974년 해병대 첩보부대의 ‘지옥주’기간 훈련.

“한밤중에 국방부 장관 공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에 뛰어나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가정보원이나 정보사는 물론 내 집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군 입장에서는 보안문제 때문에라도 이들을 공식 인정하기란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나로서는 내가 지휘하고 있는 부대의 선배에 해당하는 이들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정보사령관실에 들어와 뜻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결국 가려져 있던 이들의 실체를 양지로 끌어내는 마지막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이뤄졌다. 2003년 국방부는 국회에서 북파공작원 양성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2004년에는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당초 군에서 우려했던 보안 누설이나 국가신인도 문제는 생각만큼 파장이 크지 않았다.

2007년에는 특수임무수행자들의 단체 설립을 규정하는 법률 작업도 마무리됐다. 퇴역한 북파공작원들이 지역별, 부대별로 단체를 만들어 혼선을 빚던 상황은 이 법에 따라 지난해 1월 창립된 특수임무수행자회가 국가보훈처의 인정을 받으면서 마무리됐다. 그 밖의 단체로는 각 군 첩보부대 장교 출신으로 이뤄진 정보동우회와 특수임무수행자유족동지회가 있다.

김희수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장은 “실체가 가려져 있던 시절에는 전과자 출신으로 오해도 받았고, 명예회복 과정에서는 ‘가스통 시위’ 같은 과격행동으로 어두운 인상도 주었지만, 이제 공법단체가 된 만큼 그에 걸맞은 활동을 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법 개정으로 길이 열린 수익사업도 국민의 원성을 살 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자긍심이 감금보다 낫다”



앞서 설명한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은 그 대상자를 ‘1948년 8월15일(건국) 이후 2002년 12월31일까지 군 첩보부대에 소속되어 특수임무를 하였거나 이와 관련한 교육훈련을 받은 자’로 특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2003년 이후에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가 더 이상 없다는 말일까. 이들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일까.

국방부 관계자들 중에서도 정보사 산하 특수임무부대는 폐지된 것으로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지만, 이들은 분명 여전히 실재한다. 인원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줄긴 했어도, 2003년을 기점으로 부대의 존재는 공식화되었고 일정부분 공개됐다. 뒤집어 말해 그러한 부대와 인원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더 이상 군사보안의 영역이 아니다. 다만 전에는 인권유린과 보상 미비 문제가 있었지만, 2003년부터는 특수임무에 종사할 인원을 공개 모집하고 위험한 훈련에 상응하는 수당도 관련 법령이 정한 대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03년 이후 정보사는 매년 자체 홈페이지와 각 지역 병무청에 게시하고 있는 ‘특수정보부사관’ 모집공고를 통해 부대원을 모집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이 젊은이들을 ‘물색’하고 다니던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 일종의 ‘홍보’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 인터넷을 검색하면 누구나 각 지역 정보사 특수부사관 모병 담당관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공개모집을 결정했던 오 전 사령관은 “예전처럼 휴가도 못 가게 막는다고 해서 보안이 유지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이들도 언젠가는 제대할 것 아닌가. 오히려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충분한 대우를 해줌으로써 임무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별도편제, 별도예산

현재의 정보사 특수임무부대는 19세에서 24세 사이의 미혼 남성만이 입대할 수 있다. 학력은 고졸 이상이지만 실제로는 2년제 대학 졸업자가 많다. 날카로운 민첩성이 생명인 임무 특성상 키가 너무 큰 사람(185cm 이상)은 아예 지원자격을 주지 않고, 병무청 신체검사 1등급 판정자만 입대가 가능하다. 정보사의 모집공고는 태권도 등 무술특기자와 폭약취급, 스쿠버다이빙, 사진 등의 기술보유자를 우대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역시 체력검정과 신원조회. 윗몸일으키기를 30초에 35회 이상, 40kg짜리 모래주머니를 메고 50m를 12초 이내에 통과해야 만점을 받는다. 시력이 0.8이 안 돼 안경을 쓴 사람은 아예 시험도 볼 수 없다. 고교 생활기록부까지 제출받는 깐깐한 인성평가와 신원조회를 통과하고 나면 합격통보 후 이틀 뒤에 곧바로 입대한다.

총 복무기간은 51개월. 이 가운데 3개월은 기초교육기간이다. 강원도 모처에서 진행되는 기초교육기간 중에는 포기하고 귀향을 요구해도 막지 않을뿐더러 탈영도 아니라는 것이 오 전 사령관의 설명. 이를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정보사령부 소속 하사로 임관하고, 다시 2년을 복무하면 중사로 승진한다. 영내생활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전과는 달리 1년에 7일의 공식휴가가 주어지고 경조사 등 필요한 경우에는 청원휴가도 허락된다. 다른 부대처럼 정기 외출·외박도 있다.

부대 안에서만 생활하므로 4년간 주어지는 월급과 각종 수당을 꾸준히 모으면 전역 무렵 1억4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고 정보사 측은 설명한다. 전역 후에는 경찰특공대 등 관련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사령부 차원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해당 채용시험에서 사용하는 권총을 구해 전역이 임박한 대원들의 사격연습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이들의 소속은 육상과 해상으로 나뉘는 임무에 따라 육군과 해군으로 구분된다. 모집부터 분리해서 뽑는 식이지만, 각 군 정원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사는 이들의 침투수송 임무만을 전담하는 수단을 각 군 편제와는 별도로 확보해 운용하고 있다. 예산도 국방예산과는 별도의 경로를 통해 책정, 집행된다. 이전에 비해 인원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전국의 안가에서 소규모로 훈련하던 이전의 관행을 폐지하고 동해와 서해의 주요 훈련장에서 함께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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