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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미국 내 ‘북핵 부분인정론’

“해결 전망 저물어… 보유 용인하고 비확산 주력해야”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고개 드는 미국 내 ‘북핵 부분인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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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미국 내 ‘북핵 부분인정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월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65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북한이 현재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장차 핵무기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 비축을 허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실전배치가 가능한 완성품 무기를 제거하는 반면 유사시 위협이 발생할 때는 빠른 시일 안에 핵무기를 다시 구성할 수 있는 능력만을 허용하는 것이다.(이 역시 국제기구의 엄격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 이를테면 북한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있는 것과 다름없는’ 잠정적인(virtual) 폭탄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혹은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도록 하되 이를 해외 목표물에 발사할 수 없도록 미사일 실험만을 포기하게 만드는 합의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핵폭탄은 가질 수 있지만 다른 국가들을 위협하는 수단으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다. 더 정교한 모델의 합의도 가능하다. 핵무기의 특정 주요부분만 따로 제3자의 감시하에 보관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외부세계 몰래 완전히 작동하는 핵무기를 갖는 게 불가능해진다.

북한은 다르다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이 핵 능력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억제력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 부어왔음을 감안하면, 국제적 경제지원이나 외교관계 정상화, 6·25전쟁의 공식적인 종전, 안전보장 등을 대가로 핵 포기에 동의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바와 같이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북한이 일체의 핵 시설과 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관련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을 압박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정책적 전망은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역사상 핵 개발에 성공하고도 이를 포기한 국가들이 있긴 했지만, 그 상황은 북한과 사뭇 달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백인 지도자들이 흑인들에게 핵무기를 직접 넘겨줄 수 없어 해체를 결정한 측면이 있다. 우크라이나나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등은 소련 해체 이후 핵무기를 유지할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제사회의 유인책이 있었기 때문에 핵 포기를 결정했다.



반면 북한은 소규모 핵 보유를 유지할 충분한 기술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북한의 불안정한 지도자들은 핵무기가 외부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뿐 아니라 체제를 유지해주는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때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지목한 바 있고, 지난번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북한에 대한 공격을 언급한 바 있으며, 많은 이가 북한의 체제 교체를 공공연히 이야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북한 지도부가 비장의 카드인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가 있을까.

인도, 이스라엘, 일본의 사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북한이 핵 보유와 비보유의 사이에서 어떤 형태로든 중간적 상태(liminal status)를 받아들이도록 유인할 창의적인 방법을 단기적 관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상태가 특이한 것도 아니다. 1998년 핵 실험 전까지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 모호지대에 머물러 있었고,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은 자국의 핵 능력에 관해 매우 공들여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사실상 핵무기 보유와 다름없는 상태에 있는 일본의 경우도 있다.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만들어낼 관련재료와 과학적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은 때때로 다른 국가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이용해 미묘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혹여 군축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계 흐리기’가 NPT 체제를 흔들 것이라고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NPT 체제는 이미 핵 능력을 완성한 국가도 이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무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흐릿한 핵 능력’을 인정하는 일 역시 본질적으로는 국제적 흥정이나 다름없는 NPT 체제가 계속 유지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소 간 군사력 경쟁의 맥락에서 핵무기에 관한 사고를 익힌 사람이다. 당시는 상대방을 위협하는 의식(儀式)의 차원에서 허세를 부려가며 핵실험을 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핵을 보유하는 데 여러 경로가 있고, 새롭게 부상하는 국제체제에서는 보다 은밀하고 잠정적인 형태의 핵 보유가 더 눈길을 끌수 있다. 이제 냉전시대의 낡은 이진법을 벗어나 이렇듯 핵 보유로 나아가는 다양한 방식의 가능성과 위험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외교관, 안보 전문가, 군축 종사자들이 필요하다.

신동아 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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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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