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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 정권교체’ 하토야마 내각 출범

하토야마 측근 “한일 관계 더 좋아진다” 귀띔

  • 윤종구│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일본 최초 정권교체’ 하토야마 내각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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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 여사는 9월1일 ‘교도통신’ 인터뷰에선 재벌가 시어머니에 대해 “시어머니와는 잘 맞지 않는다. 바지류를 즐겨 입는 나를 기모노 매장으로 데려갔다”며 솔직하게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아들 하토야마 기이치로(鳩山紀一郞·33)는 부친의 뒤를 이어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러시아 모스크바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우애론’과 ‘관료주의’ 대결?

하토야마 총리의 ‘우애론’은 대부분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하토야마가 1996년 창당한 민주당 창당선언문을 보면 그의 정치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자유는 약육강식의 방종에 빠지기 쉽고 평등은 튀어나온 못을 때리는 식으로 타락할 수 있다. 양 극단을 바로잡는 것이 우애다.” 미국식 시장경제주의를 불가피한 세계적 추세로 인정하면서도, 무한경쟁을 규제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을 주장하는 것은 이 같은 정치철학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새 선장으로 선택된 하토야마 총리는 탈 관료주의, 행정 서비스, 복지 등을 기치로 내걸고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관료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 지금은 정권 초기라 관료들이 납작 엎드려 있지만, 조직 이기주의로 무장한 관료들이 늘 그래왔듯이 언제 조직적 반항 내지는 비협조 모드로 돌아설지, 흥미진진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의 정권교체를 바라보자. 다행인 것은 민주당 정권이 한국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한일간 최대 걸림돌인 과거사 인식에서 민주당은 자민당보다 전향적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8월11일 도쿄 당사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갈 생각이 없다. 각료들에게도 자숙을 요청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일 관계가 평소에 잘나가다가도 야스쿠니신사나 역사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에 부닥쳐 주기적으로 삐걱거리는 악순환을 반복해온 점을 생각하면 하토야마 시대에는 적어도 국민감정을 격화시켜 양국 관계가 후퇴하는 일은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거 자민당 정권의 일부 정치인들이 우익에 어필하기 위해 고의로 ‘역사 망언’을 반복해온 나쁜 버릇도 사라지길 기대할 만하다.

재일동포의 숙원인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도 민주당 집행부는 대체로 찬성 입장이다. 민주당 내부의 일부 반대와 우익 여론의 반대 때문에 민주당이 얼마나 추진력을 발휘할지 알 수는 없지만 하토야마 총리는 일단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재일민단은 1946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총선 선거운동에 나서 상당수 민주당 의원을 지원했다.

오카다의 한국특파원 간담회

무엇보다 하토야마 총리는 5월 당대표에 취임한 후 첫 외국방문지로 한국을 다녀왔다. 당시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뒤에는 공개석상에서 몇 번이나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 상대국 정부를 의식해 야당 대표를 직접 만나지 않는 외교관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면담이 성사된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으로선 적절한 투자였던 셈이다. 아소 총리 시절에도 한일 관계는 더없이 좋았지만, 앞으로 한일 관계는 더욱 밀월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많다.

오카다 외상은 간사장이던 7월말 한국 특파원 6명만 따로 불러 간담회를 했다. 정동영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그는 “민주당 정권이 되면 한일 관계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권쟁탈전이 한창인 때에 당 간사장이, 투표권도 없는 외국 특파원들을 따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덕담을 한 것 자체가 상당한 애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해서 한일 관계가 금세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독도 문제는 언제든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영토 문제는 여야와 이념을 떠나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문제다. 일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그 외의 문제에서도 목소리 큰 우익의 눈치도 봐야 하고, 당장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다면 괜한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일 관계는 우리 쪽에서 성급한 기대를 갖고 민주당 정권을 재촉하기보다는 저쪽이 먼저 다가오길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 낫다. 괜히 우리가 티 나게 나서다보면 민주당 정권이 일본 국내에서 어려운 지경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내년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민감한 시기여서 더욱 그렇다.

북한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민주당 정권은 자민당 정권보다 유화적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외교 지론인 ‘대화와 협조’ 노선은 북한에도 적용된다. 그렇다고 해서 대북정책이 당장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북핵과 탄도미사일, 납치문제는 국내 여론이 워낙 강경해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행동반경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북핵의 ‘핵’자에도 경기

일본 사람들은 북핵의 ‘핵’자만 들어도 경기(驚氣)를 일으킨다. 세계에서 쏟아지는 북한 뉴스의 절반 이상은 일본 언론이 생산해내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북한에 대한 일본 언론의 관심은 지대하다. 김정일 후계 문제가 화제가 됐던 올 상반기, 김정운이 유학시절 살았다는 스위스 베른을 샅샅이 훑고 다닌 것도 일본 언론이고, 김정운의 친구 이야기, 김정운이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도 일본 언론이다.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을 수시로 인터뷰하는 것도 일본 언론이다. 일본 언론이 미국 다음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 북한이다. 실제로 외국 뉴스 중에서 북한 관련 뉴스의 양도 미국 다음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일본 사람 중 북한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마디로 관심이 엄청 많지만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나 정치권의 선택의 폭은 넓지 못하다. 하토야마 총리가 이달 10일 “북한은 미사일을 여러 번 발사했고 핵 개발과 핵실험을 했으며, 납치 문제도 진전되지 않은 상황이다. (북일관계 개선은) 전적으로 북한의 대응에 달렸다”고 한 것은 북일 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표현한 말이다. 북한이 핵 포기와 6자회담 복귀 등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걸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지 않으면, 일본으로선 선제적인 대북 유화조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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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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