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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현장을 가다 ④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프트파워’ 이대영 원장

‘예술 뉴딜’ 대박 조짐… 100만 학생이 반했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소프트파워’ 이대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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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 이대영 원장

인천 성리중학교의 뮤지컬 교육 현장.

“인생은 놀이다”

‘교육의 질’의 균질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은 세심한 부분까지 기획돼 있다. 학생들이 직접 창작에 참여하는 과정이 들어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교육진흥원은 ‘전문예술인’을 키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잘 접해보지 못했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향유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예술강사들은 전국 초중고교에서 ‘예술교육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감수성이 풍부한 초등학생들, 중고교생들에게 문화충격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화수업의 경우 학생들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촬영도 한다. 서울 우신고 학생들은 이렇게 만든 영화작품을 연말에 상영할 예정이다. 교육진흥원 측이 방문했을 때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국악 ‘홍보가’의 박 타는 대목을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상당수 학생이 지루하다고 여겨온 국악과 친숙해졌다고 한다. 다른 한 초등학교 교장은 “‘무용수업 때문에 학교에 온다’고 하는 학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만화-애니메이션 수업에서도 학생들은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만화를 그려본다. 서울 선린인터넷고 학생들은 역할을 나누어 상황극을 준비했다. 이대영 원장은 “연극을 해보면 연극이나 인생이나 결국 ‘놀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소프트파워’ 이대영 원장
유명 예술인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공연하고 강의하는 명예교사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김대진(수원시향 지휘자), 백주영(바이올리니스트), 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 조수미(성악가), 남경주(뮤지컬 배우), 송승환(PMC 대표), 강수진(발레리나), 문훈숙(발레리나), 이원복(만화가), 강은일(해금 플러스), 김덕수(국악가), 박종원(영화감독), 심형래(영화감독), 오경환(서양화가), 김영세(디자이너), 은희경(소설가), 정호승(시인)씨가 올 들어 211개 학교 1만1900명의 학생을 맞았다.

지난 8월1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 하는 음악이야기’에 참가한 2000여 명의 어린이 관객은 정명훈씨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국립발레단이 펼치는 ‘호두까기인형’ ‘풀피리의 춤’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지켜봤다. 정씨의 지휘에 맞춰 어린이 관객들은 노래를 불렀다. 이대영 원장은 “어린 학생들은 문화충격을 받았다. ‘정명훈씨의 공연은 일상일 뿐이며 즐기면 된다’는 것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했다.

92.5%의 긍정 평가

이대영 원장에 따르면 전국 100만여 명의 초중고교 학생이 예술교육을 받았다. 최근 교사, 학생, 예술강사 대상 ‘예술교육 만족도’ 조사에서 긍정적 평가는 9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큰 호응이 일자 교육진흥원은 내년에는 기존 5개 분야 외에 사진, 디자인, 전통공예 분야에서도 다수의 예술강사를 채용해 학교에 보낼 예정이다.

예술강사들은 학교뿐 아니라 사회 곳곳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김태연 교육진흥원 사회교육팀장은 “올해 상반기 예술강사 346명이 아동, 노인, 장애인 복지시설 322개소에 배치돼 예술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는 한 60대 남성은 “퇴임 후에야 드디어 이젤 앞에 앉게 됐다”며 기뻐했다. 40개 군 부대, 16개 교정시설, 8개 소년원학교에서도 문화예술 교육이 지원됐다.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1리 냇강마을의 주민 30여 명과 인근 원통고 학생 10여 명은 요즘 90분짜리 영화 ‘살아가는 기적’을 제작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진흥원이 펴고 있는 ‘생활문화공동체 시범사업’ 중 하나다. 아들이 사준 200만원짜리 보청기를 잃어버린 할머니의 사연 등 동네 주민들의 실생활이 신지승 영화감독의 필름에 담기고 있다.

교육진흥원과 SK텔레콤은 재능은 있지만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음악교육을 시켜주는 ‘해피뮤지컬스쿨 사업’도 운영 중이다.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 뮤지컬과 악기를 가르친다. 학생들은 1개월 동안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클래식 악기와 발레, 합창단 등 뮤지컬 교육을 체험한다. 이후 원하는 분야를 정해 교육받고 발표회도 연다. 베네수엘라에서 25만명의 어린이에게 악기를 가르치며 범죄예방 운동을 편 국가음악교육시스템 ‘엘 시스테마(El Sistema)’와 유사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아홉 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이대영 원장은 “청소년들과 저소득층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월28일 서울 강남구 수서청소년수련관 청소년극장에서는 해피뮤지컬스쿨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뮤지컬 ‘난센스’를 공연했다. “학생들은 방학 동안 그렇게 연습하고도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한지 화장실을 몇 번이고 들락거렸다. 하지만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지자 떨리는 기색 없이 당당히 공연을 해냈다. 무대 위의 아이들도, 무대 아래 관객석에 앉은 이들도 영구임대아파트에 산다. 방학 내내 이어진 연습에 목소리가 쉬어버린 이성영군은 ‘열정만 있다면 배우를 꿈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동아일보 2009년 8월31일 보도)

세계적 미술교육학자 그레엄 설리반(58)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7월13일 교육진흥원 초청으로 방한한 자리에서 “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신의 환경에서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설리반 교수는 창작자와 관객을 이어주는 매개자인 ‘문화실행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술뉴딜에 더 투자하라”

이런 시각에 따르면 교육진흥원이 추진해온 예술교육은 교육대상자의 직접 참여, 문화실행자(예술강사)의 조력 등 성공요인을 갖추고 있다. 교육진흥원은 전국 초중고교와 아파트단지, 시골 마을, 복지관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예술뉴딜’로 부른다. 국가적 규모의 예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차원에서 ‘뉴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문화예술체험의 전국적 확산은 국민의 의식수준을 향상시키는 부드러운 힘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가 ‘예술뉴딜’에 주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예산이 지난해 300억원, 올해 600억원에서 내년 1000억원으로 증액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 고속성장으로 빈곤에서 탈피했듯, 이제는 예술교육에 대한 집중투자로 ‘글로벌 경제문화강국’ 대열에 진입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예술이냐’고 합니다. 그러나 학교당 한두 가지 예술교육만 실시했는데도 달라졌어요. 학생들이 행복해 합니다.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8가지 예술교육을 모두 받을 수 있으면 가장 좋겠죠. 다양한 단위의 저소득 계층이 문화예술 교육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이 갖는 통합의 기능도 상당할 겁니다.”(이대영 원장)

교육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 ‘문화예술’ 교육은 ‘과학’ 교육과 동등하게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예술교육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수준이 상당한 경지에 이른 서구 국가에서도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은 최근 새롭게 부각된다. 이 원장은 “문화예술 교육은 전세계를 흐르는 문화사적 조류가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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