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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남자들이여,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부엌칼을 들어라!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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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여성 창업자 멘토링에 참석한 이경희 소장(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중요한 것은 경쟁의 질

▼ 도심 거리를 걷다보면 한 집 혹은 두 집 걸러 식당이 눈에 뜨입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데, 새로 식당을 열었을 때 성공할 수 있나요. 창업시장의 치열한 경쟁상황을 어떻게 헤쳐가야 하나요.

“우리나라 음식점의 경쟁은 질이 아닌 양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엉터리 식당이 너무 많아요. 서비스가 엉망이고, 고객이 열 번을 가도 알아보지를 못합니다. 불만을 제기해도 대충 처리합니다. 물론 식당이 끝도 없이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경쟁의 양을 보지 말고, 질을 봐야 합니다.”

▼ 생각해보니 집 주변 식당을 가봐도 제가 누군지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식당이 한 군데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다른 식당이 이런 형편없는 서비스를 하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식당은 가능성이 있어요. 서비스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또 식당은 맛이 중요합니다. 맛과 서비스를 뿌려놓고, 양념으로 필요한 게 시간입니다. 시간투자를 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정말 맛과 서비스를 갖췄다면 지역사회에서 뿌리내릴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흔히 하는 오해가 식당을 창업하면 바로 돈을 번다는 생각입니다. 조금 해보다가 안 되면 바로 포기하고 갈아탑니다. 3억원을 투자해 안 되면 일부 투자자금을 회수해서 2억원을 들여 창업하고, 다시 1억원 창업, 그러다가 결국 5000만원을 들여 치킨집을 합니다. 이것마저 망하면 택시기사를 합니다. 중산층이 붕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간을 좀 가지고 대처해야 합니다. 아까 설명했듯이 아이템, 브랜드, 점포 등 초기 조건이 성패의 50~70%를 결정합니다. 나머지는 경영자의 능력입니다. 서비스, 종업원관리, 맛 향상, 지역사회 판촉, 고객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서울대에 들어간다고 모두 출세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서울대에 입학하면 출세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서울대를 졸업해도 천차만별입니다. 꼭대기에 올라서기 위해선 추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점포도 마찬가지예요. 초기 조건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초기 조건은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엉뚱한 데에 점포를 한번 열면 옮길 수도 없어요.”



신도시 상권이 오히려 위험한 이유

▼ 창업 컨설팅을 오랫동안 하면서 ‘성공한 창업’ ‘실패한 창업’ 사례를 많이 봤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성공하고, 어떤 사람이 실패하던가요.

“흥미로운 사실은 크게 성공한 사람은 초기 조건이 열악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자영업은 정직합니다. 정치권에서 잘나갔던 분이 음식점을 하겠다며 저를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이제는 정말 정직하게 고객과 대화하면서 돈을 벌려고 한다’고 말하더군요. 창업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연료는 마음의 에너지입니다. 여기가 아니면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해야 합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 크게 성공합니다. 실패한 창업은 대부분 안일하게 창업한 경우입니다. 적게 들여 성공하려면 마음의 에너지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없습니다. 그런데 창업 실패는 개인의 노력을 떠나서 구조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한국 자영업자는 평균적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편에 속합니다. 한국은 상업용지 공급비율이 너무 높아요. 그래도 구도심은 상업용지 공급비율이 3.3%인데, 신도시는 6~7%에 달합니다. 역세권 건물은 모두 상업용 건물입니다. 도처에 몰(mall)이 새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아무리 성실하고 부지런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아파트단지만 해도 업종 제한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없습니다.”

▼ 식당 등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창업의 경우 점포나 가게의 입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 자서전을 보면 본인이 경비행기 운전하는 법을 배운 뒤 새로운 곳에 점포를 열 때에는 꼭 경비행기를 타고 둘러보고 나서 입지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왜 위치가 중요한가요. ‘명당 점포’는 어떤 곳인가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가요.

“좋은 입지는 초등학생도 30분 가르치면 알 수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지요. 명동이나 강남역 부근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타산이 맞지 않아요. 너무 비싸기 때문이지요. 요즘 그런 입지에 가보면 기업형 창업자들의 대표매장이 자리 잡고 있어요. 개인 자영업자는 못 들어갑니다. 이른바 A급 입지는 경쟁이 치열해서 좋은 곳이라고 할 수가 없는 곳입니다. 또 신도시의 경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곳을 좋은 입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도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예를 들어 신도시가 생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먼저 아파트단지 상가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버스 노선이 들어오면 가로변에 상권이 생겨요. 예를 들어 전에 일산 라페스타가 엄청 좋다고 했습니다. 대형몰이기 때문에 대박난다고 요란했는데 지금은 대박이 아니라 쑥대밭이 됐습니다. 웨스턴돔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일산에 차이나타운이 생기면 상권이 또 옮겨갈 수 있어요.

좋은 상권이란 경쟁이 덜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힘든 곳이에요. 강력한 경쟁자가 없이 친근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단골로 유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오히려 경쟁자가 들어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구도심에 괜찮은 입지가 많아요.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규건물이 없어서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는 겁니다. 신도시 공터는 앞으로 대형몰이 들어오는 곳으로 보면 됩니다. 때로는 서민층이 많은 곳이 좋은 입지가 될 수 있어요. 잘사는 사람은 차 타고 다른 곳에 가지만 서민층은 그렇게 할 수 없거든요. 창업시장에선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 상권이 좋다는 말이 있어요. 소비자가 다른 곳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약 2만 가구의 주민이 있고, 권리금이 아주 비싸지도 싸지도 않고, 노선버스도 적당히 다니는 곳이 알짜 상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입지는 업종별로 달라요. 커피숍은 유동인구가 많아야 하고, 자동차흠집 제거점은 가로변에서 간판이 잘 보여야 합니다. 전문 음식점은 1층에 자리 잡아 너무 규모가 작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규모를 늘려 2층에 들어가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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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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