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해외취재

현대판 세계 각지 식물이 다 모인 ‘노아의 방주’

영국 환경산업의 상징 에덴프로젝트

  • 성기영│해외통신원 sung.kiyoung@gmail.com │

현대판 세계 각지 식물이 다 모인 ‘노아의 방주’

3/5
‘밀레니엄 씨앗은행’

바로 인근에서 대규모 조경공사를 벌이던 한 기업가가 이 버려진 땅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본 것도 이 무렵이었다. 현재 에덴프로젝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네덜란드 태생의 팀 스미트가 이 대역사에 처음으로 팔을 걷어붙인 주인공이다.

그는 토양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폐광에서 나온 폐기물과 음식 쓰레기 등 유기물을 합성해 인공 토양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이렇게 8만3000t이나 되는 인공 토양을 만드는 동시에 바위산을 깎아내는 안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경사진 산 중턱을 깎고 다져 식물원을 만드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비누거품 모양의 온실이었다. 거품처럼 유연한 구조물을 만들어내면 지면의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무렵 에덴프로젝트는 영국 정부가 야심만만하게 추진해온 새천년 프로젝트의 하나로 채택됨으로써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겨우 부지가 결정되었을 무렵인 1997년 말부터 에덴프로젝트에 필요한 식물을 모으고 기르기 위한 대역사가‘밀레니엄 씨앗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5000종이 넘는 세계 각지의 식물이 이곳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전체 식물 중 반 이상은 씨앗으로 뿌려져 에덴의 온상에서 자라기 시작했고 묘목으로 건너온 종자들도 10년이 넘는 기간 수십m 높이로 자라났다. 당초 이 프로젝트를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렀던 것도 이런 일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현대판 ‘노아의 방주’는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만큼이나 인류에 재앙을 몰고 올지도 모를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를 막론하고 세계적으로 수만 개에 달하는 환경단체가 수십만 건의 이벤트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유독 에덴프로젝트가 미래형 환경 사업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에덴프로젝트가 보고 듣고 실험하는 것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연령과 세대를 넘어 환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네트워크화해 끊임없이 일거리를 벌여나간다는 데에 있다.

단순히 식물원이나 환경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에덴프로젝트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기업형 조직 시스템을 갖추고 온갖 프로젝트를 생산해 이를 시장과 소비자에게 내다 판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수입을 기초로 공적 기능을 갖는 또 다른 환경 프로젝트를 생산해 사회에, 특히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직원 수 450명의 혁신적 중소기업이 환경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이다.

환경과 교육의 결합

현대판 세계 각지 식물이 다 모인 ‘노아의 방주’

2001년 개장 이후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에덴프로젝트. 환경생태공원이자 거대한 자연학습장으로서 다음 세대의 환경인력을 양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이 프로젝트가, 자연파괴가 가져올 공포와 두려움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환경 캠페인과 달리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애정을 일깨우도록 함으로써 다음 세대의 환경인력을 양성한다는 데에 있다.

에덴프로젝트는 열대우림 보존을 호소하기 위해 아마존 강 유역 훼손이 인류에 가져올 재앙을 추상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설탕, 커피, 콜라, 초콜릿 등 이 지역에서 나는 수목군에 우리가 얼마나 의지한 채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열대우림에서 우리가 누리는 혜택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임무다.

이렇게 되면 4초 만에 축구장 하나 크기 꼴로 파괴되어가는 열대우림 지역을 보존해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는 것이 에덴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환경 지킴이들의 믿음이다. 이런 믿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코어(cor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에덴프로젝트 내의 교육센터다. 환경과 교육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해놓은‘코어’는 상당히 기이하고 독특한 외양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벼락 맞은 우주선 같기도 하고 다른 편에서 보면 폭격 맞은 잠실야구장 모양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해바라기 속에 들어있는 씨앗 배치 구조를 본떠 지붕 모양을 만들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늦가을 이맘때쯤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를 들여다보면 독특한 규칙성을 가진 부드러운 나선형 구조를 볼 수 있다.

흔히 피보나치 나선형으로 불리는 구조로, 해바라기 씨앗뿐 아니라 달팽이 껍데기나 솔방울 같은 자연물에서 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을 건물 지붕에 정교한 형태로 재현해놓은 것이다. 이 복잡한 거미줄 같은 지붕을 만들어내는 데는 목재 골조와 구리가 쓰였다.

여기에 들어간 자재 역시 조달 과정에서부터 지속가능성을 고려했음은 물론이다. 목재는 스위스의 침엽수림에서 가져온 붉은 가문비나무를 특수공법으로 가공해 낭비되는 자투리를 없앴고 구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친환경적인 광산으로 알려진 미국 유타주의 빙험 캐니언 광산에서 공급받았다.

건축 과정뿐 아니라 에덴프로젝트가 이 건물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코어’를 일컬어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건물’ 중 하나로 자랑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건물 설계 과정에서부터 지붕에는 태양열 시설을 설치하고 건물 내벽에는 폐신문지를 재활용해 만든 단열재를 사용해 열 손실을 최소화했다. 지붕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모아 건물 내 화장실에서 100% 재활용하고 흘러내리는 빗물은 석회암을 통과해 여과되도록 설계해 지붕 골조에 포함된 구리 성분의 토양 침투를 막도록 해놓았다.

건물 내부 중앙 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지름 3~4m의 투명 유리공 모양 안에 들어있는 이름 모를 식물들이다. 그리고 그 유리공 위에서 뻗어 나온 문어다리 모양의 주름관으로 연결된 또 다른 작은 시험관들.

3/5
성기영│해외통신원 sung.kiyoung@gmail.com │
목록 닫기

현대판 세계 각지 식물이 다 모인 ‘노아의 방주’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