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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으로 스러질 소금땀, 구슬땀의 흔적

첫 번째 르포 : 가리봉동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역사의 뒤안으로 스러질 소금땀, 구슬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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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부상과 함께 중국동포 처지도 좋아졌다. 자양동에 살림집을 가진 중국동포는 한국인을 상대로도 장사한다. 개중엔 대박을 터뜨려 부(富)를 일군 사람도 많다. 마포구 연남동, 중구 명동의 중국식당과 다른 건 탕수육, 자장면, 짬뽕이 아니라 양꼬치, 훠궈 같은 오리지널을 판다는 점이다.

삼팔교자관, 금단반점 같은 곳도 투자이민 형식의 사업체다. 창업 형태로 투자하면 영주자격이 나오고, 국적 획득도 수월하다. 이영환(41)씨는 “중국은행에 저축해놓았던 돈을 원화 환율이 바닥칠 때 역송금해 한국에서 가게를 차린 조선족이 적지 않다”면서 “한국 국적을 회복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2, 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내린 뒤 6번 출구로 나가 70m가량 걸어가면 延吉冷麵, 松花羊肉串, 梅花飯店 같은 간판이 어깨 싸움하는 거리가 나온다. 600m 길이 골목에 중국식당만 60여 곳. 가리봉동, 대림동에서 목돈을 모은 뒤 ‘2호선을 타고’ 이주해온 것이다.

대림역 맞은편에 위치한 ‘스촨훠거’의 국물요리는 입에 맞지 않았다. 화장품 냄새가 나는 향신료 탓. 훠거를 먹던 중국동포 최규철(48)씨는 중국동포의 한국 정착을 돕는 일로 돈을 번다. “대림역 주변에선 옷가게, 화장품가게, 미용실도 다 조선족이 운영한다. 한국인도 조선족을 상대로 장사해 돈을 번다”면서 그는 웃었다.

역사의 뒤안으로 스러질 소금땀, 구슬땀의 흔적
지하철 2호선



한국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림동이다. 외국인 3만7000명이 영등포구에 사는데, 대림동에만 1만4000명이 거주한다. 대림동에 사는 외국인의 90%가 중국동포.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대림동에만 2만명 넘는 중국동포가 거주한다. 중앙시장과 대림역을 잇는 상권은 중국동포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동포 수는 불법체류자 단속강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부터 2003년 2월까진 불법체류자 단속이 없었다. 불법체류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면 1년간 체류기간을 연장해줬다. 가리봉동에 중국 노래방이 등장한 때가 그 무렵이다. 2003년 3월 집중단속이 이뤄졌는데, 가리봉동 사람들은 대림동 골목골목으로 숨어들었다. 2004년 5월 대림동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불법체류자들이 용의자로 몰려 수난을 겪는다. 2005년 불법체류자가 출국한 뒤 1년 뒤 재입국하면 3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2006~09년 중국동포들은 지하철 2호선을 따라 자양동 신림동 봉천동으로 퍼져나갔다. 역세권 저개발지를 개척해 죽은 상권을 되살려낸 것.

중국동포 수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2월 정책이 또다시 바뀌어서 단순노무직 종사 포기각서를 제출하면 재외동포 체류자격비자(F-4)를 얻는다. 방문취업비자(H-2)로 입국해 3년 만기를 채운 이들도 고용주가 쓴 재고용 확인서를 제출하면 중국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영주자격 얻기도 전보다 쉬워졌다. F-4비자를 가졌거나 H-2비자로 들어온 중국동포 가운데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에 종사하면서 근무처를 바꾸지 않고 4년 넘게 일했으면 영주자격을 얻는다. 또한 연 소득이 한국인 1인당 국민소득보다 높거나 가족 자산이 3000만원이 넘고 생계 능력을 가졌으면 영주자격 획득이 가능하다.

외국인 혐오증

2009년 5월 한국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구로구, 영등포구에 사는 중국 출신 이주민은 5만9485명(2008년 현재). 실제로는 10만명이 넘으리라는 게 동네 사람들의 생각이다.

용산구 이태원동은 미국 군대의 뒷마당이 아닌 다문화 마을로 변모한 지 오래다. 흑인과 백인,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가 공존한다. 종로구 혜화동(필리핀), 중구 광희동(러시아·중앙아시아·몽골), 서초구 방배동·반포4동(프랑스), 용산구 이촌동(일본)의 외국인 마을도 확장세다.

중국동포를 포함한 외국인 유입이 저출산, 고령화로 고민하는 서울의 인구 증가를 이끌고 있다. 2008년을 예로 들면, 서울 인구가 3만4000여 명이 증가했는데 이 중 외국인이 2만6000여 명. 서울 전체가 다문화 도시로 뒤바뀌는 것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2015년께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리라고 내다본다.

외국인 수가 늘어나면서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제노포비아)도 싹튼다. 일부 한국인들의 파시즘적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혐오의 대상은 중국동포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 더럽다거나 냄새난다 같은 인종차별 발언은 형법의 모욕죄에 해당한다. 실제로 검찰이 기소한 예는 몇 안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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