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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문제 해결은 통일로 가는 마지막 관문”

보수와 진보의 대화와 상생 토론회 ② 통일문제

  • 정리·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핵 문제 해결은 통일로 가는 마지막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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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문제 해결은 통일로 가는 마지막 관문”

토론에 참여한 보수 진영 학자들. 왼쪽부터 조영기, 남창희, 김호섭 교수

남창희: 어떤 처방이 핵 위협을 막는 데 약발이 잘 먹힐지를 물은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은 우리가 목도한 것처럼 객관적으로는 실패했습니다. 역사의 진보는 평화 쪽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핵 확산은 평화에 역행하는 일이죠. 북한은 역사의 방향과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것은 김정일 정권의 위협을 잘못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불가피한 자위 수단으로써 핵무장에 나섰다고 선전합니다. 객관적으로 봅시다. 지금 대한민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침공하려고 하나요? 민중봉기를 부추겨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면 우리가 뒷감당을 할 수 있나요? 미국이 과연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일 수 있을까요? 북한 정권도 한국, 미국을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일은 다릅니다. 북한 정권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아는 걸 두려워합니다. 북한 경제를 잠식하는 중국도 북한에는 위협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 정권이 당면한 위협구조를 잘못 파악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빠뜨린 게 있습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보상만으로는 안 됩니다. 약속을 어길 때는 상응하는 처벌이 가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원해야 합니다. 보상과 압박을 결합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야 합니다. 그것이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서재진: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했다고 생각합니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 미국사회와 한국사회가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그 측근들은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적대시하고 있고요. 김정일은 중국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는데 노무현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일영: 햇볕정책의 평가와 관련해서 현실적인 대북정책 수단이 뭐냐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토론해보자고 사회자가 말했습니다. 물론 당근이 필요하면 채찍도 있어야겠죠. 유화정책, 포용정책, 봉쇄정책, 무시정책을 국면마다 잘 결합해야 합니다. 남북 관계는 상당히 혼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적으로 생각해봅시다. 포용은 모든 걸 다 들어주는 게 아닙니다. 게임이론을 빌려오면 협조-협조가 최적균형이 될 수 있고, 비협조-비협조가 또 다른 균형이 될 수 있어요. 저쪽은 비협조적인데 우리만 협조하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것이죠. 반대로 우리만 이득을 보는 경우도 생기겠고요. 어쨌거나 대북정책의 목표는 협조-협조를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진보, 보수로 나뉘어서 싸울 일은 아니라고 봐요.

남창희: 맞아요.

“핵 문제 해결은 통일로 가는 마지막 관문”

이일영

이일영: 비협조-비협조로 고착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분단체제, 냉전질서입니다. 비협조-비협조 구도는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사회자가 햇볕정책의 취지는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취지가 좋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보수, 진보가 합의했으면 좋겠습니다. 분단 비용을 안고서 계속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과거엔 길이 잘 안 뚫리니 현금을 줬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강조하건대, 지금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 정책의 배열, 혼합입니다.



김호섭: 햇볕정책의 이점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그게 뭐냐면 ‘햇볕정책은 소용이 없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려준 겁니다. 김정일 체제의 실상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알려준 게 교훈이라고 하겠습니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북한을 유격대 국가라고 규정합니다. 참 좋은 말이에요. 유격대의 성격이 뭐냐면? 저는 약탈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협조하고 싶은데 그쪽에서 비협조로 나오는 겁니다.

이일영: 그렇게 말하면…. 지금 북한에 시장도 많이 생겼거든요.

김호섭: 김정일 체제가 시장을 원하지는 않았겠지요.

이일영: 원하지 않은 결과인 것은 맞습니다.

김호섭: 우리가 싫든 좋든 역사의 흐름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갈 수밖에 없어요. 공산주의, 사회주의보다 자유민주주의가 더 강력합니다. 운 좋게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였습니다. 북한은 운이 좀 나빴다고 할 수 있겠지요. 운이 나빠서 공산주의를 지금껏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권이 무너져야 합니다.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이일영: 그러면 통일이 안 될 것 같은데요.

김호섭: 그래서 분단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현재로선 적대적 평화 상태를 관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우호적 평화로 가고 싶지만 김정일이 협조를 안 해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적대적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란 반론이 있겠으나 허위의 평화든 거짓말의 평화든 평화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권만학: 지난 대선 때 저는 이명박 캠프의 반대편에서 정책을 총괄하면서 비핵·개방3000 구상을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핵 폐기가 전제처럼 돼 있었습니다. 결국 핵 문제가 해결돼야 다른 일을 한다는 겁니다. 진보라고 해서 어떻게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겠습니까?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죠. 다만 비핵화를 전제로 삼은 정책이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책입니다. 남북관계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얘기죠. 북한은 실제로 위협을 느꼈을 겁니다. 핵 개발은 그런 부분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또 다른 문제점은 뭣 하나 주는 것 없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겁니다. 이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하겠다고 말했는데 북한 처지에선 ‘그런 쪽으로 압박해오겠구나’라고 느꼈을 거예요. 햇볕정책이 어떤 결과를 얻어냈느냐고 비판하는데, 돈 몇 푼 줬다고 북한이 외투를 벗지 않습니다. 최대한 잡아서 연 2억~3억달러가 북한으로 갔습니다. 아니, 북한의 경제규모가 얼마인데, 그만큼 받고서 외투 벗고 몸까지 주겠습니까? 금강산 다녀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데 햇볕정책 이전에 어땠습니까? 냉전시절 남북관계가 어땠나요? 특히 개성공단은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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